전쟁 중에도 기념품 불티…광고 등 2.5억달러 포기하고 브랜드 가치 지켰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2026. 4. 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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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의 경제학
작년 기념품만 7000만달러 수입
입장권까지 합쳐 수익 비중 70%
인근 숙박료는 최대 700% 뛰어
상업성 최소화 관람객 충성도 쑥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북쪽 게이트 근처의 한 골프숍 앞에 수많은 관람객이 기념품을 사기 위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이란과의 전쟁이요? 물론 심각한 이슈죠.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예년과 똑같이 마스터스를 즐기고 있네요.”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의 17번 홀 부근에서 만난 ‘갤러리 가드’ 프랭크 카수치(미국)씨는 “아직 대회가 시작하지 않아 어떨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만 봐서는 예년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 정오 인파면 첫날부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갤러리 가드는 마스터스 대회 자원봉사자들로 노란색 모자를 쓰고 경기 진행을 고려한 관람객 동선 안내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수치씨는 39년째 갤러리 가드를 하며 긴 역사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이다. 전세계 경제가 이 전쟁의 향방에 따라 큰 요동을 친다. 하지만 제90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 모여든 인파 속에서 전쟁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대회장 주변은 차들로 붐볐고, 오전 7시 30분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관람객들은 메인 기념품숍으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코스 내에서 달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한꺼번에 인파가 몰려 안전 위험이 커지자 주최 측은 기념품숍에 줄서기를 일시 금지시키기도 했다. 코스가 개방된 뒤로는 코스 내 작은 기념품숍마다 장사진이 이뤄졌다.

6일(현지 시간) 오거스타 내셔널GC 12번 홀(파3)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몰려 자리를 잡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이번 대회도 오거스타 지역의 숙박료 수준을 보면 흥행 ‘대박’ 조짐이 보인다. 이번 마스터스 주간 오거스타 지역의 5박 평균 숙박료는 6700 달러(약 1010만 원) 이상이다. 평소보다 250% 넘게 오른 가격이다. 최대 700% 비싼 곳도 있으니 올림픽 기간 벌어지는 숙박 대란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 세계 경제를 흔들리게하는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마스터스 대회는 올해도 ‘대박’이 예상되는 것이다.

마스터스 대회의 수익은 크게 기념품 판매(45%)와 입장권 판매(25%)다. TV 중계권 수입, 스폰서십 후원, 현장 판매 식음료 수입 등을 합쳐야 30%에 불과하다. 국내 대회들과 달리 스폰서 기업의 기여도가 크지 않고, 중계권료도 비중이 낮다. 오히려 오거스타GC에서 팔리는 기념품 비중이 가장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약 일주일 간 팔린 마스터스 기념품만 약 7000만 달러(약 1050억 원)에 달했다.

6일(현지 시간) 오거스타 내셔널GC 1번 홀 페어웨이 오른편의 대형 스코어보드 앞에서 관람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북쪽 게이트에서 가까운 이 스코어보드는 관람객들 사이에 ‘포토 스폿’으로 통한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입장권 판매의 경우 페이트런(후원자)이라고 부르는 관람객들이 든든한 수익원이다. 마스터스는 대회 관람객들을 페이트런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른다. 대회 초기 인지도가 없을 때 입장권을 사줬던 이들을 페이런트라고 부르며 예우한 데서 시작됐다. 4만 명쯤으로 알려진 페이트런들에게 입장권 우선 구매 기회가 주어지고, 일부만 추첨으로 판매한다. 물론 페이트런들이 비싸게 내놓은 재판매 물량도 있다. 본 경기 입장권 정상가는 약 160 달러인데 올해 재판매 사이트에는 50배인 8000 달러에 올라오기도 했다.

오거스타 내셔널GC 근처에 세워진 광고판에 기업 광고가 아닌 마스터스 대회를 부각하는 광고가 걸려 있다. ‘It Never Gets Old(결코 뻔해지지 않는다)’는 마스터스가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마스터스의 스폰서 기업은 고작 7곳이다. 롤렉스, IBM, AT&T, 델타, UPS, 메르세데스-벤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전부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메이저 대회의 스폰서 기업 치고는 적은 숫자다. 또 다른 스포츠 이벤트는 TV 중계권료가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마스터스는 미국 내 중계에 한해 방송사로부터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방송과 관련한 독점적 권한을 대회 주최 측인 오거스타 내셔널이 갖는다. TV 광고를 시간당 4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희소성을 지키려 상업 스폰서십과 광고 등을 최소화하면서 오거스타 내셔널이 포기하는 돈은 2억 5000만 달러(약 3700억 원)에 이른다”면서 “스폰서 기업을 더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국내 TV 중계권료도 받으면 훨씬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하지 않고 대회 자체의 가치와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6일(현지 시간) 관람객들에게 개방한 오거스타 내셔널GC 17번 홀(파4) 모습. 지난해보다 10야드가 길어져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마스터스의 이런 노력은 다른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관람객 충성도와 골퍼들의 동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식 연습 라운드 첫날 일정이 몇 시간 만에 비로 중단되면서 페이트런들의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흐릴 뿐 코스를 공원처럼 즐기기에 최적의 날씨 조건이 갖춰졌다. 지난해 첫날 왔다가 입장권 1년 유효를 약속 받고 돌아갔던 페이트런들 중에는 “365일을 기다렸다”며 감격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에는 꽤 쌀쌀했지만 반바지 차림의 ‘마잘알(마스터스를 잘 알고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후가 되자 오거스타 내셔널은 살짝 후텁지근할 정도로 기온과 습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작년이나 그 전의 마스터스 관람 경험, 기념품 쇼핑, 응원하는 선수 등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선수들이 ‘물수제비 샷’을 하는 전통의 16번 홀(파3)에서는 환호와 장난스러운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선수의 캐디는 선수보다 더 물수제비를 잘 떠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스코티 셰플러(가운데)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제90회 마스터스 공식 연습 라운드에 나서 16번 홀(파3)에서 캐머런 영(왼쪽), 샘 번스와 동시에 ‘물수제비 샷’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마스터스

전날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가볍게 코스 점검에 나선 가운데 이날에는 마스터스 두 차례 우승의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코스 공략에 나섰다. 태어난 지 이제 막 열흘이 지난 둘째 아이 레미까지 네 식구가 함께 오거스타에 왔다. CBS스포츠에 따르면 도박사들의 배당으로 본 우승 확률 1위는 셰플러이고 2·3위는 LIV 골프의 욘 람(스페인)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다. 매킬로이는 그다음인 4위다.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가 6일(현지 시간) 마스터스 공식 연습 라운드에서 1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마스터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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