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발 유조선 특수…조선업계, '선별 수주'로 1분기 실적 청신호

미디어펜 2026. 4. 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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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물류 마비에 유조선 품귀…38척 싹쓸이
조선 3사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익 2조 원 육박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원유 물류망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1분기부터 2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쏟아지는 물량을 넘어 밸류체인 고도화와 고마진 선박 위주 계약을 맺는 선별 수주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운반선./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 합산 영업이익은 약 1조922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이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1조1902억 원, 한화오션이 48.2% 늘어난 3833억 원, 삼성중공업이 138% 급증한 348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뚜렷한 장기 흑자 궤도에 안착했다.

이런 가파른 실적 개선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글로벌 해상 물류 대란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 공급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나포 및 피격 위험을 피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등으로 유조선을 우회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선박의 실질 운항거리(톤마일)를 증가시켰고 동일한 양의 원유와 가스를 운송하기 위해 더 많은 수의 선박이 필요해지는 공급 부족 사태를 낳았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에만 국내 조선3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0척과 유조선 18척 등 총 38척의 물량을 수주했다.

하지만 글로벌 선박 발주 호황 이면에는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란 구조적 위협이 존재한다. 선박 건조량을 앞세운 경쟁국들의 물량 공세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월 중순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원유운반선 91척 중 75%에 달하는 69척을 중국이 수주했다. 자본과 저비용 인력을 앞세운 중국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분야를 잠식 중이며 일본 역시 1조 엔 규모의 대형 기금을 투입해 2028년부터 LNG 운반선 건조를 재개를 선언했다.

◆ 납기·도크재편·표준화…조선 3사 특화 밸류체인 고선가 '선별 수주'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양적 팽창을 멈추고 밸류체인 장악을 통한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핵심 부품인 엔진기계 사업부 등 밸류체인 내재화를 바탕으로 '납기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물류 대란 속에서 선박의 빠른 인도를 원하는 발주처의 심리를 파고들어,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슬롯(건조 공간)을 배정하는 전략으로 1분기에만 LNG선 10척과 원유운반선 7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제한된 도크 운영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한 일반 컨테이너선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수익성이 가장 높은 VLCC와 친환경 LNG 운반선 중심으로 도크 배치를 재편해 이익률을 방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설계의 '표준화' 전략을 무기로 삼았다. 선체 구조와 기자재 배치를 표준화해 건조 기간을 대폭 단축함으로써 원가 절감은 물론 공정 지연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치솟는 원자재 가격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최종 선가에 연동시키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도 기한 내 안정적으로 설비를 인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행 역량과 설계 통제력이 수주전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LNG 및 유조선 운임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오일 메이저들의 선발주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일본이 1조 엔을 붓고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펴고 있지만, 기술력 격차가 워낙 커 국내 조선사들의 밸류체인 경쟁력을 뛰어넘어 단기간 내 추격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