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좀 쉴게요”…종일 남편 간병하던 중년 아내의 선택은?

평생 술, 담배에 찌들었던 남편(72세)이 쓰러진 것도 회식 자리였다. 그날 밤 남편의 장애 소식을 알린 것은 남편 친구의 전화 한 통이었다. 고혈압, 당뇨병으로 시작된 뇌출혈(뇌졸중-뇌혈관 터짐)이었다.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한 쪽 몸이 마비되고 시신경이 파괴됐다. 말도 제대로 못한다. 화장실도 혼자서 못 간다.
남편의 간병은 오롯이 아내(67세)의 몫이었다. 손주 키워 놓고 이제 쉴 나이에 종일 남편을 돌본다. 외출도 할 수 없다. 남편은 가끔 치매(혈관성) 증상도 나타난다. 거의 어린 아이가 된 느낌이다. 아내의 노후는 망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남편은 중년이 넘어도 술, 담배를 줄이지 않았다. 친구를 좋아해 술자리 참석이 잦았다. 남편의 '술 친구'들은 요즘 보기 힘들다. 뻔질나게 남편을 찾던 전화 한 통 없다. '긴 병 앞엔 친구도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뇌졸중 환자 간병하는 사람 증가...왜?
'간병 지옥'은 이제 익숙한 말이다. 환자를 종일 돌보면 "지옥과 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치매뿐만 아니라 뇌졸중 환자를 돌보는 간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요양병원 환자 중 '젊은' 60대는 뇌졸중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그리고 흡연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심장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증과 함께 중년들의 안정된 노후를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혈관병이다.
집에서...정부의 통합돌봄 사업 시작
지난달 27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통합돌봄'이 시작됐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간병 지원을 받는 제도다. 주민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조사를 거쳐 필요한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통합돌봄은 병원이나 요양기관이 맡았던 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환자는 힘들게 병원까지 이동할 필요 없이 의료진의 방문 진료를 받게 된다. 재활, 목욕 등을 포함해 65세 이상 주민과 중증 장애인을 지원한다.
통합돌봄도 대부분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된다. 소득 수준과 서비스에 따라 일부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병원 이동 없이 재택의료, 복지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통합돌봄은 229개 시군구 자치단체 중심이다. 전국 지자체와 지역 의료·돌봄기관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기요양 1, 2등급 환자를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의료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동 시간과 비용에 비해 수가(건강보험에서 받는 돈)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의 참여가 적을 수 있어 수가를 조정하는 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돈'이 문제
결국 통합돌봄 성패는 '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합돌봄 서비스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지자체는 재정 자립도나 기반 시설의 차이가 커서 돌봄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넘보지 말아야 한다. 229개 시군구 지자체 서비스의 불충분이 장기요양급여로 대체될 경우 돌봄통합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양의 안정된 서비스를 원하는 수급자는 장기요양보험으로 진입이 가속되어 양 제도가 불안정성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9년부터 1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2025년 '의료·요양·돌봄 시범사업'까지 8년 동안 통합돌봄 모델 마련을 위해 지자체와 공동사업을 수행해왔다.
이제 쉴 시간 생긴 아내...부부의 미래는?
종일 뇌졸중 남편을 간병하는 아내는 이제 쉴 시간이 생겼다. 통합돌봄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 환자를 간병하다가 본인이 병 드는 경우가 있다. 치매 아내를 돌보다 남편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부부 치매 환자는 힘든 간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실감과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악화되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가족의 간병을 외부 간병인에게 맡기면 집까지 팔 수 있다. 간병인 부족으로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돈을 아끼려고 가족이 간병하다 본인의 몸이 망가질 수 있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중년 부부의 노후 생활비를 월 300만 원 선으로 추정하는 곳이 많다. 물론 개인 차가 워낙 커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부부 중 한 명이 중증 질환에 걸리면 치료비-간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외출, 여행도 마음대로 못 한다. 지금 중년 세대라면 술, 담배 끊고 운동해야 한다. 탄수화물(밥, 면, 빵 등)과 고지방 음식을 줄이고, 채소-과일을 자주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당뇨병,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다. 중년이라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내가 건강해야 내 남편, 아내가 안정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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