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가 한복판에 전철역이 웬말이냐"…공사 시작도 못한 대장홍대선 [르포]
부천 대장~홍대 20.1㎞ 광역철도…2031년 개통 목표
착공식 4개월 지났지만 인허가 막혀 실착공 '0'

"레드로드 상점가 한복판에 전철역이 웬말이냐!"
대장홍대선 공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현장 대신 눈에 들어온 현수막이다. 대장홍대선은 지난해 말 착공을 공식화했으나 4개월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마포구와 홍대입구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 가로막히면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장홍대선은 지난해 12월 15일 착공기념식을 열고 사업 본격화를 알렸다. 부천 대장지구에서 서울 홍대입구역까지 약 20.1㎞를 잇는 광역철도로 대장(가칭)과 오정(가칭)을 시작으로 원종(서해선 환승), 고강, 신월, 화곡(5호선 환승), 강서구청, 가양(9호선 환승), 덕은, 상암, 성산을 거쳐 홍대입구(2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환승)까지 총 12개 정거장이 계획돼 있다. 총사업비는 2조원대 규모다. 완공 시 대장에서 홍대입구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 50분에서 20분대 후반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업 진행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착공기념식이 열린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인허가 절차에 묶이면서 아직 실제 공사에 들어간 구간은 없는 상태다.
가장 큰 변수는 종착역인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구간이다. 마포구는 올해 초 홍대입구역 위치 조정과 함께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상암고역 추가 설치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광역철도라면 단순히 종착역을 두는 수준을 넘어 주요 환승 거점과 실제 주거·통행 수요를 더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지자체뿐 아니라 상인들과도 이어지고 있다. 주말 오후 찾은 홍대입구역 인근 ‘레드로드’ 거리는 공연과 전시, 버스킹, 음식점과 카페가 뒤섞인 이곳은 이미 홍대 상권과 문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공간이다.
레드로드를 따라 걷다 보면 대장홍대선을 둘러싼 긴장감이 금세 느껴진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구간 곳곳에는 전철역 설치와 장기 공사에 대한 우려를 담은 현수막이 줄지어 내걸려 있었다. 이미 상권과 문화 동선이 촘촘하게 짜여 있는 거리 한복판에서 장기간 굴착과 공사가 이어질 경우 유동인구 감소와 매출 타격, 거리문화 위축이 한꺼번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거리에서 상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교통 개선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홍대는 그냥 가게 몇 곳 모여 있는 상권이 아니라, 사람들이 걷고 머무르고 공연을 보는 흐름으로 유지되는 곳”이라며 “이 한복판에서 몇 년씩 공사를 하면 상권 전체의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끝난 뒤 좋아질 수 있다는 말보다 당장 몇 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더 현실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 같은 갈등이 이어지면서 마포구 구간 공사는 소송 종료 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전체 공사 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이달 말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공사 허가가 나는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소송 결과에 따라 일부 변수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2031년 개통 목표에 변동은 없다”며 “사업 승인이 나는 대로 착공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며 실제 공사 착수 시점과 순서는 현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홍대와 달리 서부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철도 접근성이 낮은 생활권이 많은 만큼, 대장홍대선은 애초 이 지역에서 기대감이 컸던 노선이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 일대에는 저층 주거지와 소규모 상가들 사이에 버스 정류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철역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역은 5호선 까치산역이나 서해선 원종역이지만 버스를 타고도 20분 안팎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다. 직선거리로는 서울과 멀지 않지만 이동 체감은 전혀 다르다. 철도가 없는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인근 원종동과 서울 강서구 신월동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경계 안팎에 걸쳐 있으면서도 지하철 접근성이 떨어져 버스 생활권으로 불려온 지역들이다. 대장홍대선은 이 같은 ‘철도 사각지대’ 구간을 한 번에 관통한다. 그동안 단절돼 있던 수도권 서부 생활축을 하나의 선로로 연결하는 구조다.
주민들에게 대장홍대선 개통은 단순한 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이동 편의 개선이 아니라 생활 반경 자체를 바꾸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강동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서울이 멀어서 불편한 게 아니라 철도가 없어서 불편한 것”이라며 “지하철 한 번 타고 서울을 갈 수 있는 동네가 되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은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와 맞물리며 더욱 커지고 있다. 대장홍대선은 단순한 지역 교통망이 아니라 신도시 교통대책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대장역과 오정역을 중심으로 지구를 관통하는 계획인 만큼, 서울 접근성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애초 원종홍대선으로 논의되던 노선이 대장지구까지 연장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024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구 서측에 정거장 1곳을 추가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선은 신도시 중심부를 더욱 직접적으로 통과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실제 분양 시장에서도 이 노선은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 내 첫 분양 사업인 ‘e편한세상 대장 퍼스티움’은 내년 11월 입주가 예정돼 있고 LH가 진행한 첫 본청약 단지인 A7·A8블록은 2028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A7·A8블록은 ‘대장홍대선 오정역 도보권’을 주요 입지로 내세웠다. 신도시 주거 계획이 이미 철도 개통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부천 대장지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대장지구는 서울 접근성이 핵심인데 현재는 교통이 불편해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한계가 있다”며 “대장홍대선이 실제 개통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가 집값과 수요를 좌우할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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