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칼럼] 무능한 국힘, 홍준표를 배신자라 말할 자격 있나

권순욱 2026. 4. 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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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지역은 단연코 대구일 것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심사숙고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간청을 받아들여 출마를 결심했다. 김 전 총리의 출마로 대구는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구가 사상 최초로 민주당 소속 시장을 선출하는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장을 역임하고, 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전 시장이 김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단순히 전직 시장의 돌발 행동이라 치부하기엔 그 파장이 크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철저하게 ‘김부겸’이라는 인물, 그리고 그가 상징하는 ‘행정적 유능함’과 ‘협치 가능성’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진영논리가 판치는 한국 정치에 던지는 질문과 해답이 모두 담겼다.

국민의힘은 망상에 가까운 음모론에 심취해 비상계엄이라는 희대의 망동을 저지르고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빨갱이’와 ‘친북’이라는 낡은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 나아가 ‘보수의 심장부’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 숨어 지역주의와 진영주의에 기생하며 대구를 호구 취급하고 있다.

그런 국민의힘을 향해 홍 전 시장은 정당이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누가 지역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누가 유능하냐고 묻는다. 누가 중앙정부와 원만하게 대화하고 타협해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느냐며 지방행정의 본질을 재차 묻고 있다.

국민의힘이 홍 전 시장에게 돌려준 답은 처참하다.

“노망난 정치인의 말로를 보여준다”, “타고나신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화끈하게 민주당 입당이나 하시라”, “자신을 키워준 당에 계속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기 어렵다”, “김부겸에게 실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인간적으로야 그 섭섭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지금 국민의힘 처한 상황에 대한 통렬한 성찰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자신들의 무능함에 대한 반성도 없다. 왜 대구가 흔들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없다.

홍 전 시장의 김 전 총리 지지선언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그동안 국민의힘을 비롯한 소위 보수 정당은 대구와 경북(TK)을 무슨 짓을 저질러도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으로 취급했다. 실제로 그랬다.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오만한 정서가 지배한 사실을 모를리 없다. 후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독 대구와 경북에는 온갖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아보겠노라며 우후죽순 출마한 현상이 증명한다. ‘공천은 당선’이라는 공식을 국민의힘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대구를 호구 취급하는 동안 대구는 지역내총생산(GRDP)이 수십 년째 전국 최하위권을 맴도는 낙후된 도시가 됐다. 무조건적인 지지가 지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이 된 셈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지역 편식이다.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에서는 오만함으로 일관하면서, 정작 호남 지역에서는 후보조차 구하지 못해 선거 자체를 포기하는 무책임함을 보이고 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내버렸다. 이건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

홍 전 시장은 “대구가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며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선 전략적 투표를 주문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TK를 ‘잡은 물고기’ 취급하며 혁신을 거부해온 역사적 관행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다.

국민의힘이 홍 전 시장을 향해 쏟아내는 비난은 자신들의 무능을 증명할 뿐이다. 그들이 내놓은 메시지 어디에도 ‘왜 우리가 김부겸보다 나은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은 없다. 그저 ‘우리 당 출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식의 감정적 호소뿐이다.

국민의힘은 홍 전 시장을 ‘배신자’로 몰아세우기 전에 왜 자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구 민심이 흔들리는지에 대한 통렬한 자성부터 할 일이다.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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