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전쟁' 후폭풍 예고…한국엔 위기이자 기회
무기마저 다 써버려 동맹국 안보 약속에 빈 틈
전쟁 비용분담까지 요구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안보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우리 자율성 강요
부담 더 커지지만 외교적 공간은 더 넓어져
방산 강국 위상으로 자주국방·외교력 높여야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중동의 국지전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패권의 작동 방식이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며, 동시에 한미동맹의 구조적 변화를 재촉하는 계기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는 이미 값비싼 실패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그 후폭풍은 곧 한국에 도달한다.
미 항모 전단 자취 감춘 인도·태평양, 텅 빈 탄약고
미국 해군은 명목상 11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3월 기준으로 복수의 항모가 정비 중이어서 즉시 가용한 전력은 그보다 적다. 평시에는 정비·유지보수 중인 항모가 3~4척, 작전 대기를 위해 귀환하는 항모가 3~4척이다. 그렇다면 현재 중동에 파견된 에이브러햄 링컨, 제럴드 포드, 조지 H.W. 부시 등 3개 항모 전단은 현재 미국이 가용할 수 있는 항모 전단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일 '에픽 퓨리' 작전의 이란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제9항모강습항공단(CVW 9) 소속 미 해군 및 미 해병대 항공기들이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호의 비행갑판 위에 정렬해 있다. 미 해군 제공. 2026. 03. 10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552865-A1PVkLX/20260407134905942qjqf.jpg)
더 구조적인 문제는 정밀유도무기의 소모 속도다. 이번 이란전과 그 직전의 홍해·예멘 작전을 합산하면 미국의 탄약 소비는 이미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CBS는 2025년 6월 이후 미국이 여러 전구에서 사용한 토마호크가 1000발에 근접한다고 전했다. 외교정책연구소(FPRI)는 이란전 개전 후 96시간 동안 미국 주도 전력이 5197발의 각종 탄약을 소비했다고 분석했다. 미 국제전략연구센터(CSIS)는 개전 후 3주 만에 미군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800발 소비하였는데, 이 숫자는 1991년의 사막의 폭풍작전이나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 사용한 숫자를 넘어선다. 토마호크 한 발의 단가는 약 220만 달러, 대함형은 41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가격보다 더 심각한 것은 생산 속도다. 레이시온 테크놀로직스(RTX)는 2026년 2월에야 토마호크 생산을 연 1000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대로라도 당분간 미군은 토마호크 재고량이 고갈되는 구간을 피할 수 없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을 연 1900발 이상, 대공 요격미사일(SM-6)을 500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나왔지만, 계획이 곧 재고는 아니다. 미국의 방산 제조 능력은 공중전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탄약의 소비량을 따를 수 없다. 이러한 '군수의 문제'를 방치하고 고강도 전쟁을 감행했다는 점은 비상식적이다. 현대전에서 병목은 발사대가 아니라 탄약창에서 먼저 발생한다. 미국이 이란에 쏟아부은 미사일은 앞으로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쓰일 재고와 경쟁하게 된다.
동맹에게 안보 약속 대신 전쟁 비용 청구서 내밀려나
이 점에서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선행 경고다. 로이터는 미국의 이란전 소요 증가로 인해 일본이 도입하기로 한 약 400발의 토마호크 납기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단지 일본 조달의 지연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동맹국 판매보다 자국 전구 소요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냉혹한 선례다. 미국이 "동맹을 지킨다"고 말하더라도, 탄약 재고가 부족하면 그 약속은 즉시 선적 순번의 문제로 바뀐다. 군사동맹의 실체는 가치 선언이 아니라 물량에 있다.
그 다음으로 대한민국에 닥칠 충격도 만만치 않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6개 발사대가 모두 중동으로 반출된 것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4만 5000명의 미군 병력이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 8500명이다. 숫자는 틀렸지만 메시지는 정확했다. 중동 전쟁의 비용을 동맹국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 트럼프는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일본·중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고, AP와 주요 한국 언론들은 이를 한국을 향한 사실상의 청구서 예고로 해석했다. 추가 파병, 해협 보호 참여, 방위비 증액, 미국산 무기 추가 도입이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될 경우, 국내 정치와 안보전략 사이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의 서사는 이미 바뀌고 있다. '보호'의 서사가 '비용 분담'의 서사로 전환되는 중이다. 한국은 이 전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능동적으로 재협상할 것인가. 그것이 지금 한국 외교가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이다.
감시망 공백 틈탄 북한의 전력 강화, 뒤로 밀린 핵잠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구축함 최현호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 방식으로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이날 순항미사일 6발이 발사됐다. [조선중앙TV화면] 2026.3.11.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552865-A1PVkLX/20260407134907278gvwv.jpg)
한국이 기대했던 안보 협의 일정도 이미 흔들렸다. 핵추진잠수함 협력과 핵연료 문제를 포함한 고위급 협의를 위해 2월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던 미국 대표단 일정은 중동 위기 속에 밀렸고, 구체적인 재조정 날짜도 제시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1월 말 미·한이 핵추진잠수함 협력 심화를 발표했다고 전했지만, 후속 논의가 즉각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전구 과부하가 자리 잡고 있다. 핵잠수함 협력은 단순한 기술 이전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적 집중도, 핵연료 관리 체계, 조선·정비 능력, 동맹 우선순위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사안이다. 미국이 중동과 유럽에 매달릴수록, 한국의 구상은 정치적 동의는 있어도 실행은 늦어진다. 동맹의 약속은 살아 있지만, 동맹의 처리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선택 아닌 필수가 돼버린 국방과 에너지 공급의 자율성
이런 변화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운다. 미국이 예전만큼 충분한 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할 수 없게 되면서, 한국이 원치 않게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 구조적 자율성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다시 속도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이터는 이재명 대통령이 2030년까지 조건 충족을 전제로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제공하던 억제와 감시, 해상 교통로 보장, 고급 탄약의 후방 공급이 불안정해질수록, 한국은 독자적 작전 설계와 군수 보급, 해상 보호, 전략무기 조달의 비중을 서둘러 높일 수밖에 없다. 자율성은 선택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가 강요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자주국방과 외교 협상력, 두 마리 토끼 잡는 방산 강국
다만 이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지렛대도 제공한다. 한국은 값비싼 미국식 무기체계를 사들이기만 하는 수요국이 아니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 각종 레이더와 탄약, 함정 건조와 MRO(정비·수리·운용) 역량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비교적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 준수한 성능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드문 방산국가다.

결국 미국의 이번 전쟁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한미동맹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 방식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미국은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고, 더 적은 자산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되지만, 동시에 더 넓은 외교적 공간을 갖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전쟁 이후 동맹이 맞이하는 가장 본질적인 변화다. 한국의 과제는 미국을 버리거나 맹종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에너지와 방산, 해상교통로와 전략무기, 정보감시와 작전통제의 영역에서 자율적 능력을 서둘러 축적하는 것이다.
jdkim2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