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바꾼 증권사 리테일 지도…국장 뜬 올해는 바뀔까
해외 집중 전략 토스 급부상…올해 국내 증시 반등에 변화 조짐

지난해 증권사 리테일 수탁수수료(투자자들로부터 매매 주문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해외주식 투자 확대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처음으로 연간 수탁수수료 1조원을 넘어섰고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중심 전략을 바탕으로 두 배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화증권 수수료가 국내보다 빠르게 늘면서 증권사별 실적 차이도 커졌다.수탁수수료 급증…서학개미 업은 토스 '급부상'
7일 비즈워치가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토대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수탁수수료를 집계한 결과, 상위 10개사의 수탁수수료는 총 6조3475억원으로 전년(4조5409억원) 대비 39.8%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조109억원으로 전년보다 43.4% 늘며 처음으로 연간 수탁수수료 1조원을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8878억원을 기록하며 미래에셋증권에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내려왔다. 증가율도 24.4%로 상위 10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31.5% 증가한 8118억원을 기록하며 3위를 유지했다. KB증권은 7440억원으로 41.1% 늘며 상위권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NH투자증권도 7106억원으로 39.7%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토스증권이다. 수탁수수료가 2237억원에서 4753억원으로 112.5% 급증하며 상위 10개사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을 제치고 업계 8위까지 올라섰다.
토스증권의 급성장은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 확대라는 시장 흐름과 맞물린 결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대금은 6601억 달러로 전년(5308억 달러) 대비 2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매수 결제액은 4065억달러로 전년(3074억 달러) 대비 32.2% 늘었고, 매도 결제액은 2536억 달러로 전년(2234억 달러) 대비 13.5% 증가했다. 매수 증가 폭이 매도를 크게 웃돌면서 단순 차익실현보다 해외 자산을 장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려는 흐름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스증권의 전체 수탁수수료 중 4494억원이 외화증권 수수료로 비중은 94.5%에 달한다. 해외주식 중심 전략이 그대로 실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외화 수탁수수료 규모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4318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인 영향이 컸다"며 "해외 주식은 언어와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데, 이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 중심의 전문 리포트 대신 개인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미국 시장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어닝콜을 실시간 번역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리테일 실적 가른 해외주식
해외주식 중심 수익 구조는 업계 전반에서 나타났다. 국내 61개 증권사 기준 전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2조4006억원으로 전년(1조4431억원) 대비 6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탁수수료는 8조5851억원으로 37.5% 늘어나는 데 그치며, 외화증권 수수료 증가 속도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증권사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4318억원으로 전년(2701억원) 대비 59.9% 증가했고 키움증권은 3205억원으로 53.5%, 삼성증권은 3077억원으로 39.7% 각각 늘었다. 증가율 면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867억원에서 1572억원으로 81.2% 늘며 대형사 중 가장 높았다. NH투자증권(+58.1%), KB증권(+53.3%), 한국투자증권(+51.9%)도 5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소형사에서도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유안타증권은 188억원으로 87.8%, DB증권은 49억원으로 78.4%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658억원으로 전년(213억원) 대비 208.9%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2000억원대의 소형사인 카카오페이증권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페이증권은 658억원으로 전년(213억원) 대비 208.9%, 약 세 배 늘어났다.
메리츠증권은 외화 수탁수수료가 73억원에 그치며 대형사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7.8%로 높았지만 절대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내내 진행한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해외 열기 식고 국내로…투자 흐름 변화 조짐
하지만 올해는 해외주식 투자에 따라 움직였던 리테일 수익 흐름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해외주식 투자 과열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마케팅 규제가 시행된 데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 관심이 일부 국내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해외주식 투자 열기도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6억9000만달러(약 2조550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1월 50억달러에서 2월 39억5000만달러, 3월 16억9000만달러로 감소 흐름이 이어지며 투자 강도가 점차 약해지는 양상이다.
서학개미를 국내 증시로 유인하기 위해 도입된 '국내시장복귀계좌(RIA)'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출시된 RIA의 누적 가입 계좌 수는 9만1923좌로 집계됐다. 출시 첫날 1만8000좌가 넘게 개설된 이후 가입이 이어지며 10만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누적 투자금도 5000억원 돌파를 앞뒀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자금이 해외에서 국내로 본격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해외주식 수요는 다소 줄었지만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내 주식 시장 자체가 확대된 영향이 더 크다"며 "해외에서 국내로 자금이 이동했다기보다 은행권 등 다른 자산에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식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무료로 운영하면서 거래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이오 스톡옵션]①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가 만든 연봉 역전
- 한화에어로, 풍산 탄약 '겨냥'…현금 4.2조 넉넉
- 무섭게 집값 뛰는 '노도강'…강남3구 급매도 찾기 어렵다
- [기자수첩]삼천당제약 '15조 잭팟'에 시장이 묻고 싶은 것
- 이젠 '스니커즈' 시대…푸마도 뛰어들었다
- 보험금 거절, 의료자문 땐 '최고 50%대'…의협 선택땐 달라질까
- '300만장' 붉은사막 vs '15개월 최저' 오븐스매시
- "하중 계산 틀리고 막장 확인 사진 대체"…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다주택자 집 팔아라" 대출연장 금지…가계부채 GDP 80%수준으로
- 삼성, 12조 상속세 완납…이재용 '뉴 삼성' 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