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축성 230주년’…5.4㎞ 성곽길 걸어볼까

배한철 기자(hcbae@mk.co.kr) 2026. 4. 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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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수원 방문의 해’ 추진
첫여정으로 성곽길 탐방 추천
수원화성 성곽길 동장대 일대 전경. [수원시]
효심이 지극했던 조선 제22대 정조(1752~1800·재위 : 1776~1800)는 1789년(정조 13) 양주 배봉산(서울시립대)에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 남쪽의 화산(화성시 안녕동)으로 옮긴다. 묘소명칭은 ‘왕실의 융성을 기원한다’는 뜻의 현륭원(顯隆園)으로 짓는다.

정조는 그러면서 아버지 묘소가 바라다 보이는 수원 팔달산에 신도시 화성을 건설한다. 1794년(정조 18) 봄 본격적인 화성 건설에 착수해 2년 6개월만인 1796년(정조 20) 가을 신도시를 완성한다. 궁극적으로 정조는 세자(순조)가 15세 되는 1804년에 왕위를 물려준뒤 어머니를 모시고 신도시로 옮겨와 살고자 했다. 어머니와 둘이서 아버지 묘소를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정조가 급서하며 이같은 소망은 물거품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수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수원화성이 올해로 축성 260주년을 맞는다. 수원시(시장 이재준)는 이를 기념해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추진한다. 시는 수원방문의 첫 여정으로 수원화성 성곽길과 화성행궁 탐방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반나절이면 거뜬한 성곽길 추천 코스
벚꽃 만발한 수원화성 성곽길. [수원시]
수원화성은 둘레 5.4㎞의 성곽길이 잘 연결돼 있어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어디서든 진입과 진출이 가능해 시작점과 종료점을 특정하지 않고 부담없이 상황에 따라 코스를 마음대로 정할 수도 있다.

창룡문에서 장안문을 지나 화서문까지는 비교적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성곽 안쪽 오래된 마을과 평화로운 자연은 물론 바깥쪽의 새로운 도시 모습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매력이 곳곳에 펼쳐진다. 수원화성의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용연과 방화수류정, 화홍문 일대를 포함하는 구간이라 인기가 높다.

오르막길이 불편하다면 평탄한 북수문(화홍문)~화서문 구간만 걸어보는 것도 좋다. 축성 당시부터 ‘평지북성’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된 이 구간은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다. 화홍문~장안문~서북공심돈~화서문 등 다양한 시설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서문에서 서장대를 지나 팔달문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체력이 필요하다. 팔달산 능선을 따라 성곽이 연결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서쪽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는 서북각루에서 북동쪽으로 돌아보면 발자취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성곽이 오랜 세월 흘러온 강물 같은 유유한 자태를 드러낸다.

수원화성 성곽은 팔달산을 따라 내려온 뒤 팔달문 부근에서 잠시 끊긴다. 길을 건너 전통시장쪽으로 가면 남수문부터 다시 연결된다.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활기찬 상인의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다시 동쪽으로 돌아와 출발점인 창룡문에 도달한다.

수원화성 성곽길 걷기를 기념할 수 있는 스탬프북 프로그램도 있다. 화성행궁,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화홍문, 남수문, 서장대, 수원전통문화관, 수원화성박물관 등 총 10곳에 각 시설물을 본뜬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7곳 이상 스탬프를 찍으면 소소한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성문, 행궁
수원화성 장안문 전경. [수원시]
가장 화려하고 커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문(門)’이다. 수원의 중심부를 둘러싼 수원화성은 사방으로 통하는 성문 4곳과 숨겨진 암문 5곳, 수원천이 들고 나는 수문 2곳 등 총 11개의 문이 있다. 동문은 창룡문, 서문은 화서문, 남문은 팔달문, 북문은 장안문이다. 팔달문과 화서문은 국가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수원천의 수문인 북수문과 남수문은 아치 모양 수문은 성곽 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제격이다.

높은 곳을 의미하는 ‘대(臺)’는 주로 군사적 기능을 위해 높여둔 곳이다. 팔달산 정상에 있어 수원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서장대는 원래 군사지휘소였다. 서장대 위층 처마에 걸린 ‘화성장대’는 정조가 쓴 글씨이고, 정조가 직접 훈련을 주관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넓은 잔디밭을 바라보며 사방이 트여있는 동장대(연무대)는 군사 훈련을 했다. 장안문 좌우에 있는 북동적대와 북서적대는 적을 감시하고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로, 우리나라 성곽 중에는 유일하게 수원화성에만 있다. 노대(서노대, 동북노대)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기계식 활을 쏘던 장소다.

‘루(樓)’는 높은 위치에 세운 누각 형태의 건물이다. 동서남북에 각각 1개씩 휴식을 할 수 있는 각루들은 주위를 조망하며 성곽의 유려한 흐름을 감상하기 좋다. 망루였던 ‘돈(墩)’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공심돈과 불빛과 연기로 신호를 보내던 봉돈이 남아있다.

수원화성이 감싸안고 있는 화성행궁은 조선 왕실의 문화와 숨결, 정조의 사상과 인품을 더듬어 보며 그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화성행궁 입구인 신풍루에서 좌익문과 중양문을 지나 직선으로 연결되는 깊숙한 곳은 행궁의 중심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봉수당이다. 행궁 내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로, 왕이 지나는 길인 어로와 넓은 기단인 월대를 갖췄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그림속 공간이다. 봉수당 왼쪽에 자리잡은 별채 장락당은 국왕의 침소로 활용됐다.

봉수당 북쪽에 있는 득중정은 정조가 활쏘기를 하고 수원행차 마지막 날 불꽃놀이를 시연했다. 넓게 개방된 낙남헌은 준공 축하연과 백성들을 위한 양로연 등 연회를 하던 공간이라 벽이 없는 개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노래당은 행사 중간에 왕이 쉬거나 대기하는 곳이자 정조가 은퇴 후 내려와 지내려 한 뜻이 담긴 건물이다. 낙남헌과 노래당은 원형 건물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신풍루 근처 건물들은 행정과 군사의 영역.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객사로 사용하던 우화관이 최근 복원 완료돼 방문객을 맞는다. 더 오른쪽으로 가면 영전인 화령전이 나온다. 정조 승하한 이후 추가로 건립된 화령전은 정조의 어진(표준영정)과 문집을 봉안해 놓은 운한각을 중심으로 제례를 위한 공간들을 갖추고 있다.

반세기 복원사업으로 원형 대부분 회복
수원화성 북수문 전경. [수원시]
수원화성은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수원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정조는 수원화성에 정치상업적 기능과 군사적 기능을 함께 담는 개혁을 시도했다. 정약용의 기술과 채제공의 총괄, 조심태의 지휘 등 조선 문화 중흥기의 역량을 결집한 사통팔달의 계획도시였다.

수원화성은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성곽과 시설이 부서지고 손실됐다. 수원화성 복원사업은 반세기 전인 1975년 ‘수원성 복원정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4년여간 중요 시설을 전면 복원하고, 성벽을 보수하고, 주변을 정비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장안문에서 화서문 사이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준 장안공원도 이때 조성됐다.

이후 1990년대에는 수원화성 성곽잇기 사업이 펼쳐졌다. 시가지가 들어서며 곳곳이 끊긴 성곽 구간을 다시 연결하기 위해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1년간 6개 구간에서 사업이 진행됐다. 이 사업으로 팔달문 주변 304m를 제외한 전 구간이 원래의 모습을 대부분 회복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시설물을 복원하는 노력이 더해졌다. 서장대, 여민각, 팔달문, 남수문, 동남각루, 동북포루 등이 제모습을 찾았다. 시설물에 대한 보수공사는 30여회를 넘는다. 화성행궁 역시 수원시가 1989년부터 2024년까지 35년 동안 2단계에 걸쳐 복원사업을 진행해 방문객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화성 성곽길과 행궁은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관광도시 수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라며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을 맞는 올해 더 많은 방문객들이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용영(정조의 경호부대) 수위의식 모습.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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