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숫자로 사랑했다”…日 ‘헤이세이 연애전’ 가보니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6. 4. 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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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연호를 사용하는 나라다.

'헤이세이 연애전'은 6월 28일까지 이어지며, 약 3000점의 아이템과 체험 콘텐츠를 통해 시대별 연애 문화를 재현한 체험형 전시다.

'헤이세이 연애전'은 복고 전시라기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다림에서 즉시성으로 이동한 30년의 변화를 '연애'라는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풀어낸 사회문화적 기록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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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중심 롯폰기 뮤지엄에서
1989년부터 30년의 헤이세이 변화를
감성적·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 개막
일본 도쿄 롯폰기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헤이세이 연애전’ 입구.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은 연호를 사용하는 나라다.

메이지(1868~1912년), 다이쇼(1912~1926년), 쇼와(1926~1989년), 헤이세이(1989~2019년), 레이와(2019년~)로 이어지는 시간 구분은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 시대의 공기를 담는 하나의 틀이다.

그중에서도 헤이세이는 유독 선명하다. 거품 붕괴 이후 사회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 디지털 기기가 급속히 확산되며 생활양식이 바뀌었고, 그 변화는 ‘연애’의 방식까지 뒤흔들었다.

그 30년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도쿄 롯폰기의 롯폰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헤이세이 연애전’은 6월 28일까지 이어지며, 약 3000점의 아이템과 체험 콘텐츠를 통해 시대별 연애 문화를 재현한 체험형 전시다.

헤이세이 시기 일본 중·고등학교 교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교실 모습. 나무 책상과 칠판, 배치까지 세밀하게 재현돼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교실이 관람객을 맞는다.

약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꾸며진 이 공간은 헤이세이 시기 일본 중·고등학교 교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나무 책상과 칠판, 배치까지 세밀하게 재현돼 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당시 분위기를 압축한 영상을 본 뒤 전시장 내부로 이동한다.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도입부’다.

전시는 10년 단위로 세 구간으로 나뉜다. 헤이세이 초기·중기·후기다. 각 구간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연애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전면에 등장한다.

헤이세이 초기 공중전화로 삐삐(포켓벨)에 짧은 문자를 보내는 체험 코너. [도쿄 이승훈 특파원]
초기에는 삐삐(포켓벨)와 유선전화가 중심이다. 숫자 몇 개로 감정을 전달해야 했던 시절이다. 중기로 넘어가면 피처폰과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며 문자와 사진이 관계를 이어주는 핵심 수단이 된다. 후기에는 SNS와 앱이 자리 잡으며 관계는 훨씬 빠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변화한다.

이 전시의 차별점은 ‘체험’에 있다. 전시품 상당수가 실제로 만지고 작동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피처폰을 열어 셀카를 찍고, 스티커 사진 앨범을 넘겨보는 식이다. 과거를 유리 진열장 안에 가두지 않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낸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피처폰. 전화는 걸리지 않지만 사진 촬영 등은 가능하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전시는 기간 중 휴관 없이 운영되며, 입장료는 일반·대학생 2200엔, 중·고등학생 1800엔, 초등학생 1300엔이다.

이 전시가 흥미로운 것은 한국 관람객에게도 낯설지 않다는 데 있다. 헤이세이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한국의 30~40대 역시 삐삐, 문자메시지, 스티커 사진으로 이어지는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의 특정 시대를 다루지만, 감정의 층위에서는 국경을 넘는 공통의 청춘 서사가 작동한다.

동시에 시사점도 분명하다. 한국 역시 같은 시기에 디지털 전환을 겪었지만, 이를 ‘연애’나 ‘일상 감정’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고 콘텐츠화한 사례는 많지 않다.

헤이세이 시절, 여학생들이 방과 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노는 방식을 재현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피처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헤이세이 연애전]
‘헤이세이 연애전’은 복고 전시라기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다림에서 즉시성으로 이동한 30년의 변화를 ‘연애’라는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풀어낸 사회문화적 기록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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