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고위험 맡는다”…제조업, 무인화 아닌 인간·AI ‘협력’으로

“인공지능은 공장에서 사람을 밀어내지 못한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할 뿐이다.”
고용노동부 주최로 6~7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APEC 미래일자리 포럼’에서 이덕만 포스코 지능화연구센터장은 제조업의 미래는 ‘무인화’가 아닌 로봇, 인공지능, 인간이 협력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강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은 노동력 부족, 숙련자 퇴직, 인공지능 로봇 도입 등 수많은 불확실성이 얽혀 ‘게임의 규칙’이 변하는 중이다. 특히 설비 노령화로 인한 안전 이슈는 포스코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공장이 1970년대부터 가동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20년 이상된 설비들이 적잖은 상황에서 로봇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자동화된 존재를 넘어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고로(Blast Furnace)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철소의 핵심 설비로 철광석과 코크스(석탄을 가공한 연료)를 위에서 투입하고, 아래에서 뜨거운 공기(열풍)를 불어넣어 철광석을 환원·용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체에 비유하면 철광석은 음식, 환원·용해 과정은 소화, 쇳물 생산은 배설에 해당한다.
고로 운전에서 풍구 스탁(Tuyere Stock)은 고로 하부에 열풍을 공급하는 44개의 관으로, 표면 온도와 가스·수분 누출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구역이 고온의 위험한 환경이라는 점이다. 포스코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투입해 안전 문제에 대처했다. 로봇은 자율 주행하며 열화상·RGB(Red·Green·Blue) 영상·음향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원격 관제실로 전송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감독자는 안전한 위치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숙련공이 대규모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어 암묵지가 끊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숙련공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하고 공정을 자동 제어하고 있다. “쇳물을 만드는 제선 공정이나 강판을 만드는 압연 공정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예측하는데, 과거에는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했던 변수 제어를 인공지능이 최적의 조건으로 찾아내어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춘다”고 이 센터장은 말한다.
이러한 성과들이 쌓여 포스코는 2019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등대공장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에 부여되는 인증으로, 지멘스·베엠베(BMW)·존슨앤존슨·폭스콘 등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센터장은 제조 공장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할 분담을 비행기의 운행에 비유해 설명한다. “비행기 이륙과 착륙은 조종사가 담당하지만 정상 궤도에서는 오토 내비게이션이 역할을 맡는다. 포스코도 비슷하다. 핵심 결정은 사람이 하고, 정상 운전 구간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지원을 받는 구조다.”

2022년 초대형 태풍 힌남노로 인한 재난 상황은 인간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당시 태풍으로 인해 물이 지상 1.5m까지 차오르면서 제철소 설비들이 모두 물에 잠기고, 공장도 셧다운 됐는데, 공장을 집어삼킨 진흙들을 다 제거하는 작업들은 사람들이 나서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세척·교체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원래 모습으로 복구하는 데 결국 135일이 걸렸다. 이 센터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큰 문제가 생겼을 때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공장에서 인간을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 센터장은 오히려 “미래의 제조는 인간, 인공지능, 로봇의 협업으로 이뤄질 것이기에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의 역량을 더 키워서, 다양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게 될 때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트럼프 “합의 안되면 4시간 안에 완전 파괴”…‘8일 아침 9시’ 최후통첩
- ‘휴전 훼방꾼’ 네타냐후, 트럼프가 금지한 이란 석유시설 공격 재개
- 이 대통령, 장동혁 앞서 “고유가 지원금, 현찰 나눠주기라니 과해”
- ‘서부지법 폭동 배후’ 전광훈 보석 허가…“얼굴 알려져 도주 어려워”
- 윤석열 사진 앞에서…국힘 윤갑근 “특정 판사 좌파 이념 찌들어”
- 아무말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료, 미국이 받으면 어때?”
- ‘정원오’ 융단폭격…박주민·전현희 “선거법 위반, 경선 연기를”
- ‘국회 증언 거부’ 박상용 검사, 국힘 청문회서 고개 세우고 “기회 감사” [만리재사진첩]
- [단독] SK네트웍스, 최신원 명예회장 선임 뒤 ‘핵심 리스크’로 지목
- 염혜란 없는 염혜란 영화?…AI ‘무단 학습’에 빼앗긴 창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