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의 불행의 과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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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나 '어벤저스'는 허상이 됐다.
동맹을 위해 피를 흘리고, 전 지구적 위협을 막아내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휘두르는 한 상상하기 어렵다.
윌리엄 번즈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근 대담에서 트럼프의 미국을 우려했다.
유력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총장은 미국의 이란전 수행 방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글로벌 경제 권력의 균형이 변화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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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나 ‘어벤저스’는 허상이 됐다. 동맹을 위해 피를 흘리고, 전 지구적 위협을 막아내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휘두르는 한 상상하기 어렵다. 할리우드가 수십년간 구축했던 미국의 전매특허 이미지가 흔들린다. ‘힘이 곧 정의’라는 듯 밀어붙이는 그의 세계관 탓이다. 패권국이 이러니 이익 중심의 국제정치 생리는 냉정을 넘어 냉소로 기울었다.
트럼프는 뭘 원하는가.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건 타인의 불행뿐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소설가 양귀자가 30년 전쯤 장편 ‘모순’에서 직조한 통찰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다른 나라 국민을 불행하게 만듦으로써 위안을 얻으려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가 “뜯어먹었다(ripped off)”고 미국의 불행을 과장하면서다. 제조업 부흥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단 의지를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그러나 집권 1기와 달리 2기 트럼프에겐 여유와 절제가 사라졌다. 대신 미사일과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식 전쟁’으로 세계를 파편화하고 있다.
한 달을 넘긴 이란 전쟁은 휴전 논의가 급진전하는 것 같지만, 포화가 멈춰도 복기해야 할 지점이 적지 않다. 패권국 지도자의 전략 부재가 불러올 파장이 막대한 걸 목도해서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과 기반을 ‘임박한 위협’이라며 때렸다. 하지만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평가했다. 결사항전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트럼프는 조급해졌다. 세계 원유 공급의 요충지가 막혀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각국이 아우성치기 때문이다. 봉쇄된 호르무즈가 아쉬우면 거길 이용하는 나라가 해결하라는 얘기에 유럽·아시아 동맹은 아연실색했다.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밑천이 이 정도였다.
관세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계산도 딱 떨어지지 않는다. 관세전쟁으로 미 국민은 향후 10년간 3.2조달러(약 4800조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거라고 보수성향 싱크탱크(조세재단)조차 부정평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상품을 넘어 서비스 분야로 전선을 넓혀 무역 전쟁을 지속할 태세다. 만장일치로 규칙을 정해온 세계무역기구(WTO)도 껍데기만 남길 수 있다. 166개 회원국 중 다수를 모아 맺는 복수국 협정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행보가 노골적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항상 WTO의 가치에 회의적이었다’고 보도자료에 썼을 정도다. 3월말 카메룬에서 끝난 14차 각료회의가 개혁 결과물을 내지 못하자 자유무역 체제를 통째로 저격한 거다.
윌리엄 번즈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근 대담에서 트럼프의 미국을 우려했다. 지난 1년반 동안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해 동맹 관계가 부식하고 있다면서다. 유력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총장은 미국의 이란전 수행 방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글로벌 경제 권력의 균형이 변화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어쩌면 역사적 변곡점일 지금, 한국은 전이되는 불행에 억울해할 여유도 없다. 일방주의에 적절히 대처하고, 다자주의 무역 전장에선 연대를 구축하는 세부 전술도 예비해야 한다.
홍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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