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방산사업 인수전]② 영업가치만 '3조 후반'…고유기술도 많아

박민규 기자 2026. 4. 7. 11: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풍산의 탄약들. / 사진=풍산

풍산 방위사업의 몸값은 1조5000억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를 놓고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책정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시장의 추정치와도 큰 괴리를 보이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영업 가치만 2조9950억~4조1365억원으로 추산했다.

풍산 방산사업부의 가치는 무엇보다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 제조사로서 대체 불가한 플레이어란 점에 있다. 이런 시장 지위를 토대로 회사에서도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매출이 2025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30.8%(1조1868억원)이지만 이익 기여도는 60~70%에 달한다. 풍산은 부문별 영업이익을 별도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방산부문의 영업이익을 1780억~2295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사 영업 이익(2974억원)의 59.9~77.2% 수준이다.

화약과 메탈 파트 등 부수 사업 분야에서도 고유의 기술을 다수 보유했다는 것 역시 매각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유인으로 꼽힌다.
최소 3조, 최대 4.1조 추산

풍산이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한 후 발간한 증권사 레포트들을 취합해 보면, 풍산 방산부문의 올해 EV는 최소 2조9950억원(다올투자증권)에서 최대 4조1365억원(신한투자증권)으로 전망됐다. 5개 증권사 중 3곳이 3조원대 후반(현대차증권 3조8024억원, 신영증권 3조7780억원, 삼성증권 3조9379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EV를 이자·세금·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의 14.3~21.4배로 계산해 피어그룹 대비 20~40% 할인을 적용한 결과다. 풍산 방산부문의 올해 EBITDA에 대해서는 현대차증권이 2659억원, 신한투자증권은 2177억원으로 예측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KB증권 2561억원, 신영증권 2029억원, 다올투자증권 2170억원 등으로 예상했다.

EV/EBITDA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을 보여 주는 EBITDA를 바탕으로 산출한다는 점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시장 관점에 가까운 접근법이다. 실제로 인수 합병(M&A) 실무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다.
3000억도 안되는 EBITDA…프리미엄 요소는

사실 3조원 후반대의 금액은 지난 3일 기준 시가 총액(2조7128억원)도 웃도는 규모다. 이처럼 시장 가치를 높게 부여받은 배경엔 무엇보다 K-방산 베스트셀러의 '록인(Lock-in)' 효과가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풍산의 탄약은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을 수출할 때 패키지로 따라붙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한다. 소모품인 만큼, 이들 무기 플랫폼의 운용 전 주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K9과 K2의 판매처 확장은 곧 풍산 탄약의 수출 다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 무기 체계와 함께 기존의 폴란드 중심 수출 구조를 중동과 중남미, 동유럽 등으로 다각화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시 비축 목적 하에 탄약을 따로 발주하는 나라도 증가하고 있다.

내수에서는 정부라는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풍산 방산부문의 내수 매출은 우리 군과 계약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와중 올해 국방 예산이 전년 대비 8.2% 증액됐고, 그 중 기동 화력 편성 예산 또한 8.8% 늘어나 풍산의 내수 매출 증가에 일조할 전망이다.

독보적인 시장 지위도 주효했다. 풍산은 탄약 분야의 압도적 강자로, 특히 군용 탄약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 생산 기업으로서 5.56mm짜리 소총용 탄부터 자주포용 155mm 포탄에 이르기까지 국군이 쓰는 모든 종류의 탄약을 만든다. 시장 점유율은 안보상의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100%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대부분의 사업을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 입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화에어로 등 타 방산 기업도 화약이나 탄약 사업을 영위하지만 탄두에 들어가는 고폭 화약이나 추진체, 정밀 유도 무기 등에 제한된 수준이다. 포나 총에서 발사하는 전통적 의미의 '완성형 일반 탄약' 생태계에서는 풍산이 국내 유일무이한 공급자다.
안보적 가치 등 '무형의 경쟁력'도 본다

실제 방산업체 매각에서는 EBITDA 외에도 반영하는 핵심 지표들이 많다. 수주 산업인 만큼, 수주고도 중요 요소다. 풍산은 자체적으로 방산 수주 잔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작년 이례적으로 수천억 원 단위의 대규모 수주가 잇따른 만큼 현재 역대 최대 수준의 수주 잔고를 축적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작년 공시한 사거리 연장탄 양산 등 대구경 수주 계약만 총 1조1884억원(현대로템향 829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향 3585억원)에 달했고, 이와 관련해 풍산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언급했다. 1조3000억원은 작년 매출 기준 1년치 일감에 불과하지만, 풍산의 계약 공시가 연 2~3건에 그치는 데다 단일 계약의 금액 규모도 1000억~3000억원 선이었음을 감안할 때  충분히 호재라는 평이다.

안보 측면에서 현저한 보호 가치가 있어 해외에 유출돼서는 안되는 기술 등 정성 평가 요소들도 사실상 무형 자산으로 간주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풍산은 고유의 기술로 정평이 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특수강 다루는 기술이나 단조 치는 방식 등 풍산만 할 수 있는 기술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한화에어로는 탄체 등 메탈 파트에서 풍산 제품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 현업자들은 풍산 인수 시 상당한 시너지를 관측하고 있기도 하다.

양산 능력도 중요하다. 풍산 방산부문의 경우 탄약 뿐만 아니라 추진 화약, 신재 등 관련 소재·부품, 정밀 단조품, 화약 충진·조립까지 일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작업 흐름을 체계화, 분업화해 생산 효율을 최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운데 풍산은 대구경 탄 캐파(생산 용량)를 증설하며 현재 소구경 위주인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수요에 최적화하고 있다. 이미 155mm 탄 생산 능력은 10만발에서 25만발로 늘었고, 120mm 경우 2만발에서 4만발로 늘리고 있다. 당분간은 주로 내수에 활용할 예정이나, 장기적으로는 수출 능력을 증강했다는 평가다.

Copyright © 넘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