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 2021-2022시즌부터 KBL과 호흡하고 있다.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소노) 이후 역사가 끊겼던 대구 농구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 매 경기 문전성시를 이루는 데 한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늘 가스공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낡은 대구체육관의 공기와 시설이다. 대구체육관은 1971년 4월 13일에 개장되었다. 다시 말해 최신식 시설을 갖춘 타 구단의 홈 경기장에 비해 뜯어고칠 게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체육관의 외관과 내부 시설 곳곳에서는 긴 시간의 흔적이 자리 잡고 있다. 타 체육관에 비해 관람에 불편을 끼치는 요소가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매 경기 좌석을 가득 채워주는 까꿍이(가스공사 팬 애칭)들의 열정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던 체육관. 그러나 낡은 체육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중 편의형 체육관으로 변모 중이다. 가스공사 구단의 세밀한 관심과 농구로 체육관을 채우려는 사랑은, 편리한 체육관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다. [이웃집]은 그런 대구체육관의 하나하나를 파헤쳐 보았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의 시작점은 ‘라커룸’이었다. 가스공사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선수 개개인의 라커와 좌석마저 보장되지 않았던 낡은 홈 라커룸을 개보수했다. 그 결과 10개 구단 중 상위권에 속하는 라커룸 시설을 보유하게 됐다. 앉기만 해도 편안한 의자는 물론이며, 넉넉한 수납공간까지 더해지며 선수단의 많은 짐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2023-2024시즌까지 외롭게 놓여 있던 칠판은, 벽걸이 일체형 칠판이 되어 선수단 앞에 나타났다. 강혁 감독과 코치진도 훨씬 더 안정적인 지시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홈 라커룸 보다 턱없이 부족하고 불편했던 원정 라커룸도 개보수를 진행, 편의를 더했다.
체육관 복도로 나오면, 농구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풍긴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선수단을 맞이해주고, NBA와 관련된 굿즈와 유니폼들도 액자 안에 전시되어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복도에서도, 24시간 내내 농구와 함께하는 체육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라며 농구로 채워 넣은 복도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가스공사 선수단의 유니폼을 모아둔 액자, 초상화가 나란히 도배되어 있는 복도의 또 다른 한 켠은 소속감과 자긍심마저 더해준다.
그렇게 대구 농구를 비롯한 농구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복도까지 지나오면, 쾌적한 클럽하우스가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절로 눕고 싶어지게 된다. 보기만 해도 숙면하고 싶어지는 리클라이너 의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사랑이 담겨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까꿍이들이 전한 커피차 스티커는 클럽하우스 인테리어의 일부가 됐고, 정종대왕(정성우+세종대왕)과 라사임당(라건아+신사임당)도 선수단과 함께한다.
▲가스공사 클럽 하우스의 모든 한 컷.
가스공사의 신인 선수 김민규는 “오전에 나와서 슈팅을 우상현과 쏘는데, 팀의 오전 훈련 전까지 집에 가서 정리하고 오기에는 애매했다. 그렇다 보니 클럽하우스는 나의 또 다른 집처럼 느껴진다. 저 리클라이너 의자는 우리 집에 모시고 싶다. 게다가 웨이트 트레이닝 공간도 기구도 많고 편리하다”라고 클럽하우스의 쾌적함을 말했다. 리클라이너를 집에 모시고 싶다는 말에 기자들도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클럽하우스는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체육관 건너에 자리 잡은 구단 사무실(구 역도관)은 편리한 가스공사 시설의 정점을 찍는다. 2024년 7월 개관한 구단 사무실은 감독실과 스태프사무실, 비디오 회의실, 아카이브존 및 부속실까지 풍성하게 꾸려져 선수단의 편리한 농구 생활을 책임진다.
외관은 최근 핫한(?) 팝업스토어로 착각할 정도로 깔끔했고, 가스공사만의 푸른 에너지가 가득했다. “사실 웃픈(?) 해프닝도 있었다. 외관에 LAB이라 적혀있고, 구단의 고유 컬러를 칠해놓다 보니 이곳을 구단 굿즈샵으로 생각하고 방문해 오신 까꿍이들이 계셨다”라는 가스공사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강혁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정장도 사무실에 정렬되어 있다. 사무실은 단순 코칭 스태프의 업무를 보는 공간을 뛰어넘은 상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게다가 본지의 매거진을 포함한 각종 농구 관련 서적이 사무실의 입구를 꾸몄다. 가스공사의 흔적만이 아닌, 모든 농구의 하나하나를 담고 있었다. NBA 스타는 물론 WKBL의 ‘퀸단비’ 김단비(우리은행)의 얼굴도 만날 수 있었으니… 선수들이 농구인으로서 자긍심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물씬 느껴졌다. 나아가 농구 골대와 농구화까지 전시, 앞서 설명한 팝업 스토어 같은 느낌을 내부에도 물씬 더했다. 나아가 신승민을 그대로 그려낸 캐릭터가 방문자를 반겨준다.
클럽 하우스에 거주하는 선수들도 사무실에 방문하는 시간은 잦다. 한 가지 목적은 다름 아닌, 아카이브존에 자리 잡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통해 농구로 얻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효과도 있었다. 호시탐탐 절도(?)를 범하려는 선수들이 있다는 게 바로 그것. “자꾸만 선수들이 ‘가져가면 안 되나요?’라고 농담한다.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다. 없어지면, 집을 수색해야 할 듯하다.”
다음 목적은 강혁 감독 및 코칭 스태프와의 비디오 미팅. 본지가 가스공사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찬영, 김동량 코치의 주도로 양우혁과 김민규의 집중 비디오 미팅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이찬영 코치는 경기 장면을 한 컷 한 컷 끊어가며, 양우혁과 김민규가 뭘 더 해야 팀에 플러스가 되는지를 설명하고 토해냈다.
인상적인 점도 있었다. 양우혁과 김민규는 이찬영, 김동량 코치의 피드백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는 뭘 더 해야 하나?”라고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고, 이찬영 코치의 “뭐가 안 된 것 같아?”라는 물음에는 “이러이러한 게 안 된 것 같은데, 맞나?”라고 직접 프리젠테이션 하는 시간을 거치기도 했다. 능동적인 학습은 양우혁과 김민규를 비롯한 가스공사의 젊은 선수들을, 대구의 미래로 만드는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능동적인 학습의 큰 도움을 준 친구를 잊을 수 없었다. 비디오 분석실의 넓은 공간과 큰 화면은, 신인 선수인 둘의 농구 공부 집중력을 100% 채워줬다. 그 쾌적함은 마치 Study with me를 찍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비디오 회의실 전경.
비디오 미팅 후 양우혁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코치님들이 민규 형과 내가 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둘만 따로 불러서 비디오 미팅을 진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안 된 점을 직접 질문하면서 알아가는 건,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비디오 미팅실이 워낙 쾌적하다 보니, 집중력은 배로 높아진다. 다른 구단은 잘 모르겠지만, 내 팀인 가스공사의 시설은 최상위급이라 생각한다”라고 좋은 시설의 효과를 말했다.
이를 듣던 김민규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지방 구단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대구에 오는 게 겁이 나고 그랬다. 우혁이나 나나, (우)상현이는 평생 수도권에서 지냈다 보니, 멀리 이사 오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대구에서의 생활과 가스공사에서의 생활은, 전혀 불편한 게 없고 외려 쾌적하다. 구단에서 신인 선수들의 숙식을 잘 해결해 주시다 보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좋은 구단에서 생활하는 게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 우혁아 그렇지?” 양우혁도 “응!”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대구 농구. 그만큼 대구 오리온스가 떠난 대구체육관은, 외롭게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 주인이 된 가스공사는 리모델링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렇게 부족했던 대구체육관은 관중 친화형 구장으로 하나하나 뜯어고쳐지고 있다.
변화는 시즌 말미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스공사는 최근 엔드라인 뒤쪽 2층 좌석을 테이블석으로 교체했고, 기자석 뒤편에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입점해 매점 불편까지 해소했다.
까꿍이들도 반겼다. 오랜 대구 농구의 팬이라 밝힌 이우진 씨는 “좌석도 새로 늘어나고 있고, 구단 의자 컬러도 가스공사의 팀 컬러로 바뀌고 있어서 소속감을 더해준다. 편의점도 생기고 너무 좋다. 구단에서 다채로운 이벤트도 많이 하니, 팬들 입장에서는 구단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느낀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신식 좌석에서 만난 신원희 씨는 “의자도 쾌적하게 바뀌었고,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까꿍이들 모두의 만족도가 예전에 비해서 좋아졌다. 패밀리석도 그렇고, 대구체육관의 모든 좌석에 앉아봤는데 시트의 편안함 면에서 되게 좋아졌음을 느꼈다”라고 칭찬하면서도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2층 일반석의 앞뒤 공간이 좁다.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점 하나를 덧붙였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힘을 내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방 구단이라는 점과 오래된 체육관이라는 단점이 섞여 있기에,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도 선수들과 까꿍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만들 수 있게 변화를 계속해서 꾀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민규가 느꼈던 것처럼, 대구체육관의 모든 공간은 쾌적하게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