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안내서 [책마을]

성수영 2026. 4. 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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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막연한 바람에서 그칠 뿐, 구체적인 준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미국, 독일, 일본, 북유럽 각국의 제도를 비교한 뒤 한국의 돌봄 정책을 짚는다.

보건 정책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지만 당국자 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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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나이 들 수 있을까
박한슬 지음 / 더퀘스트
208쪽 | 1만8000원

우리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막연한 바람에서 그칠 뿐, 구체적인 준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 대가는 원하는대로 삶의 마지막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48%가 자신의 집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과반수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약사이자 건강·보건분야 작가인 박한슬의 <내 집에서 나이들 수 있을까>는 품위 있는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실전 안내서다. 건강과 정책, 재정 등 노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한 핵심 정보를 분야별로 총망라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쓴 것이 특징이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막연한 개념인 ‘늙는다는 것’, 즉 노화가 무엇인지를 짚는다. 핵심 개념은 ‘예비력’(몸의 회복력)이다. 예를 들어 몸을 움직이면 피로가 쌓이고, 술에 취하면 숙취가 생긴다. 휴식을 취하면 몸은 다시 정상으로 회복한다. 그 힘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이 노화다. 어린 시절에는 금방 회복할 수 있었던 골절이 고령의 나이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에 따르면 75세 이전까지는 운동·돌봄·재활 등 종합적 관리를 통해 예비력을 일상에 문제 없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관리보다 단기적인 치료와 입원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노년의 삶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2부에서는 정책을 다룬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미국, 독일, 일본, 북유럽 각국의 제도를 비교한 뒤 한국의 돌봄 정책을 짚는다. 급속한 고령화와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누적돼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보건 정책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지만 당국자 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유용하다.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입시 제도를 알아야 하듯, 품위 있게 늙는 것이 한국에서 왜 이리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핵심이다.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노후 생활을 보낼 재정을 탄탄하게 마련하는 법을 풀어낸다. 개별 투자 상품 추천 같은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여러 방법을 균형 있게 풀어냈다. 주거 환경을 노년의 몸에 맞게 바꾸는 법, 장기요양보험 심사를 준비하는 가이드까지 담았다.

신뢰성과 전달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필력이 돋보인다. 국내외 통계와 근거 자료에 기반하되 조곤조곤 설명하는 방식 덕분이다. 노년의 가족에게는 부양의 길잡이, 노년을 맞는 본인에게는 삶을 만족스럽게 완결짓는 조언자 역할을 하는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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