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정 되새겨 주는 조선의 두 마을 이야기 [조선생활실록(實LOG) ⑤]
마을 점차 사라지고 아파트 속에 사는
현대인에 일깨워 주는 ‘호혜’와 ‘협동’
방어리 주민, 임진·병자전쟁 반성끝에
‘사계’ 만들어 활쏘기 배우고 동고동락
갓뒤마을선 전 주민 혜택 보는 숲조성
공동체 가치 절실한 시대에 주는 교훈
마을이라는 단어는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마을을 울타리로 삼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 속에 모여 배고프고 힘든 삶을 함께 위로하며 살았다. 도시의 아파트 단지 이름도 ‘까치마을’, ‘푸른마을’ 등 ‘마을’을 내세우며 이웃과 소통하며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다 어느새 ‘○○빌리지(Village)’, ‘○○캐슬(Castle)’, ‘○○스테이트(State)’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마을의 존재 이유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공동의 이익을 찾는, 이른바 ‘호혜’와 ‘협동’에서 찾을 수 있다.
유서 깊은 경주의 마을 두 곳은 호혜와 협동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먼저, 경주 외동읍 방어리에는 지금까지도 운영되는 동계(洞契: 마을 계)가 있다. 이 마을의 동계는 1652년 인근 주민끼리 활쏘기로 무예를 닦는 사계(射契: 활쏘기 계)에서 출발했다. 방어리 사계는 환란 가운데 서로를 돕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시작했다.

『사계고왕록』에 적힌 이 문구는 방어리 사계의 취지를 잘 드러낸다.
이 사계는 1652년, 임진년 3월 22일에 조직되었다. 임진년, 즉 임진전쟁이 일어나고 60년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마을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임진전쟁 8년 내내 전장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병자전쟁을 겪으면서 마을 사람들은 두 번의 전란 속에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일을 후회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언제 일어날지 모를 전쟁을 대비하고자 활쏘기를 익히기로 결의했다. 여기에 혼례나 장례가 있을 때 물적 도움을 주자는 약속도 보태졌다. 이처럼 방어리 사계는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목적이 분명했다.

갓뒤마을은 풍수상 북쪽이 공허하다고 여겨졌다. 풍수의 허한 곳을 채우고자 나무를 심고자 했으나, 주인이 있는 곳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동계가 조직되며 비로소 뜻을 모아 나무를 심게 되었다.
풍수가들은 갓뒤마을이 들판과 강을 끼고 있어 허한 곳이 있다며 나무심기를 권고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동계를 중심으로 자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나무 심을 땅을 사고, 함께 식목 활동을 전개하였다. 1730년 봄날이었다. 동계에서 만든 숲은 여러모로 유용했다. 숲은 마을 사람에게 땔감을 제공했고, 강둑을 튼튼히 하여 수해도 방비할 수 있었다. 북풍을 막아 겨울과 환절기에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혜택을 받았다.

경주 방어리와 갓뒤마을 이야기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서로 돕고자 동계를 조직하여 머리를 맞대었던 지혜를 전해 준다. 방어리와 갓뒤마을의 동계는 마을 안에서 부대끼는 일이 없지 않겠지만, 이를 극복하려면 모두가 누릴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는 간명한 교훈을 오늘날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정수환 금오공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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