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미디어 아티스트의 변신...“그림 통해 전통 깨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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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의 구지선사는 무엇을 물어도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가르침을 대신했다.
어느 날 구지선사는 동자승을 불러 "불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동자승이 평소처럼 손가락을 세웠다.
그러자 선사는 칼로 그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안구선사'는 손가락 대신 눈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잔혹한 설정에 놓인 가상의 수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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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국제갤러리 ‘안구선사’전
풍자적 회화 20여점 선보여
민간신앙·불교신화 재해석
서구적 시선 ‘근대성’ 탈피
형 박찬욱 전시장 찾아 응원
![[국제갤러리] 박찬경_안구선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mk/20260407081502512glix.jpg)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61)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통해 ‘안구선사’라는 화두를 던졌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안구선사’는 손가락 대신 눈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잔혹한 설정에 놓인 가상의 수행자다. 작가는 “시각예술가인 저의 자학적인 서사를 담았다”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보는 것’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박찬경은 전통 무속과 불교적 도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화면을 분할해 그린 방식은 사찰 벽화의 건축적 요소를 차용한 것이다.
그는 “전통을 보는 태도는 굉장히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업신여기기도 하고 또 엄청난 ‘국뽕’으로 좋아하기도 한다”며 “사찰 벽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는 해학과 파격이 있어 ‘전통’이라는 개념에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품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위트와 재치가 느껴진다. 그는 ‘선불교 그로테스크 공상과학(SF)이라는 장르를 붙이기도 했다. 돌탑을 그리고 그 옆에 그것을 그린 날짜를 적은 뒤 ‘헛수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돌을 하나씩 쌓는 행위가 실제 복을 가져오는 데 전혀 상관이 없지만, 간절한 기원과 내면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겉보기엔 쓸모 없지만 삶의 본질에 맞닿아 있는 예술도 같은 맥락이다.
도를 얻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랐다는 혜가의 고사를 그린 ‘혜가단비도’, 화로를 머리에 이고 스승을 찾아가 깨달음을 얻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혜통을 이야기를 그린 ‘혜통선사’, 부처의 열반에 뒤늦게 도착한 가섭존자에게 부처가 관 밖으로 두 발을 조용히 내밀었다는 열반경 일화도 작품의 소재가 됐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찬경은 회화를 전공했지만 미디어아트와 설치, 사진 작업으로 화단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과 2023년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열린 ‘모임’ 등 주요 전시에서 사진과 비디오로 자신의 미학을 드러냈다. 그는 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함께 ‘파킹찬스’라는 팀을 만들어 영화 ‘파란만장’ ‘반신반의’ 등을 공동 연출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동생의 첫 회화 개인전을 직접 관람하며 응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경은 “나에게 회화는 고향이자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미디어아트와 회화를 병행할 계획이다. 그림에 좀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회화에 무게중심을 옮겼지만 서구적 시선에서 벗어나 ‘근대성’ ‘전통 샤머니즘’을 새롭게 탐구하려는 주제의식은 일관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의 첫 한국 개인전도 함께 열린다. 전시 제목인 ‘코라(Chora)’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의미와 형상이 정해지기 이전의 원초적 공간을 뜻한다.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서 단체전에 참여한 로터스 강은 연꽃과 한옥의 공간을 재해석한 대규모 설치 작품도 펼쳐보인다. 두 전시 모두 5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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