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멘탈 부여잡고 벼랑 끝에서 부활한 현대캐피탈 허수봉 “지석이형과의 맞대결, 아직 밀리고 있어, 분발해서 0% 확률 뚫겠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4. 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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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남정훈 기자]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치른 뒤인 지난 4일 밤, 현대캐피탈의 토종 에이스 허수봉(28)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평소에도 경기를 한 날에는 각성상태라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데, 그날은 특히 더 그랬다. 승리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날아갔기 때문이다.

2차전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 14-13 현대캐피탈의 매치 포인트에서 레오(쿠바)의 서브가 사이드라인에 걸친 듯 떨어졌지만, 원심은 아웃. 현대캐피탈이 신청한 비디오판독에서도 아웃 판정은 유지됐다. 공이 사이드 라인에 물리긴 했지만, ‘접지 면을 기준으로 공이 최대로 눌린 상황에서 라인의 안쪽 선이 보이면 아웃, 보이지 않게 가릴 경우를 인’으로 판독하는 KOVO의 ‘로컬룰’에 의해 아웃으로 판독된 것이다. 배구계에서도 인-아웃 판독이 여전히 갈리고 있을 정도로, 훗날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었다.

천안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3차전에서 허수봉은 미소를 되찾았다. 벼랑 끝에 몰렸던 상황에서 선수단 전체가 분노로 각성해 대한항공을 압도하며 세트 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기 뒤 레오와 함께 수훈 선수로 들어온 허수봉은 지난 4일 밤을 회상하며 “레오의 서브 영상을 수 십번은 돌려본 것 같다. 그러느라 더욱 잠에 들지 못했다. 정말 이겼던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패하고 나니 멘탈이 흔들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컬룰의 기준이 올 시즌 유독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당시 5세트 막판 두 개의 비디오 판독이 우리에겐 불리한 판정이 나오다보니 많이 당황했다. 경기장 전광판으로 화면을 볼 땐 화질이 깨지니까 ‘밀렸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다시보기로 확인하면서 ‘인’으로 확신했다”라고 덧붙였다.

멘탈 회복의 비결은 결국 동료들과의 소통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코트 위에서 경기력으로 펼쳐보자던 다짐이었다. “안타깝지만, 다 지난 얘기다. 분노를 기폭제 삼아서 최선을 다 하자고, 동료들과 어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다시 한 번 해보자’라며 으쌰으쌰하면서 멘탈 회복을 했던 것 같다”

하루 사이에 얼마나 멘탈 회복이 됐겠냐만은, 적어도 6일 홈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보여준 허수봉의 공격력은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2경기 10세트를 치렀던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부터 누적된 피로는 제 아무리 20대 중후반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허수봉이라고 할지라도 버겁기는 하다. 그는 “근육 쪽에 문제가 살짝 있기도 하고, 점프가 컨디션 한창 좋을 때에 비해 처지기도 한다. 공에도 힘이 덜 실리긴 한다. 그래도 체력이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1,2차전에서 제가 다소 부진했던 건 체력보다는 세터인 (황)승빈이형과의 호흡이 살짝 흔들렸던 게 더 컸다. 승빈이형과 더 많은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라고 답했다.

호흡이 살짝 흔들리고, 체력 이슈가 있어도 허수봉은 허수봉이었다. 이날 연신 상대 쓰리 블로킹 견제를 뚫어내고 공격을 성공시켰다. 3세트 25-24에서 경기를 끝내는 득점 역시 허수봉의 상대 쓰리 블로킹 벽을 뚫어낸 퀵오픈 득점이었다. 누가 뭐래도 국내 선수 중 해결 능력은 NO.1이라고 할 수 있는 허수봉이다.

워낙 공격에는 자신이 있다보니 평소 리시브에 더 신경을 쓰는 허수봉이지만, 이날 리시브만큼은 낙제점이었다. 17개를 받아 4개만 정확하게 연결했고, 서브에이스 3개를 허용해 리시브 효율은 5.88%에 그쳤다. 이에 대해 묻자 “리베로 (박)경민이가 커버 범위를 넓게 가져가며 제 리시브 존을 좁혀주며 도움을 주는데도 오늘은 (정)지석이형의 서브가 워낙 강하게 들어왔다. (김)민재의 서브도 라인에 떨어지게 잘 들어와서 흔들렸다. 그래도 오늘 리시브 부진에 개의치 않고 준비를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여자부 챔프전에서는 2022~2023시즌에 도로공사가 2패 뒤 3승으로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차지한 바 있지만, 남자부에선 아직 없다. 현대캐피탈의 우승은 0% 기적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허수봉은 “0% 확률이라고 하지만, 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2경기를 모두 리버스 스윕으로 이기는 걸 보여드렸듯이, 우리는 리버스 스윕 전문팀이다. 플레이오프에선 경기 내 리버스 스윕을 보여드렸으니, 챔프전에선 시리즈를 리버스 스윕으로 해내겠다”라고 승부를 인천까지 끌고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허수봉에게 스윽 다가가 대한항공 토종 에이스 정지석과의 현재까지의 맞대결 양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명실상부 국내 선수 NO.1 자리를 정지석이 차지한 이후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지키다 지난 시즌 허수봉이 현대캐피탈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면서 그 자리를 뺏은 상황이다.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정지석은 탈환을, 허수봉은 수성을 천명한 상태다.

1,2차전엔 30%대의 공격 성공률에 그치며 풀 세트 접전 속에서도 14, 15점에 그치며 생산력이 떨어졌던 허수봉이지만, 이날은 세 세트만 소화하면서 58.83%의 고감도 성공률로 17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지석도 1,2차전에서 40%대의 공격 성공률로 시즌 평균보다 다소 처졌지만, 15점, 19점을 올리며 허수봉에 판정승을 거두며 팀 승리도 가져왔다. 다만 이날 3차전에선 공격 성공률 55%로 챔프전 들어 처음 50%를 넘겼지만, 12점에 그치며 허수봉에 뒤졌다. 3차전까지 총득점 46점으로 동률, 공격 성공률 47.37%-42.70%로 정지석 우위, 리시브 효율에서도 33.37%-22.89%로 정지석이 우위다. 허수봉은 “제가 아직 밀리고 있는 것 같아요. 4,5차전에선 분발해서 이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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