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멘탈 부여잡고 벼랑 끝에서 부활한 현대캐피탈 허수봉 “지석이형과의 맞대결, 아직 밀리고 있어, 분발해서 0% 확률 뚫겠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2차전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 14-13 현대캐피탈의 매치 포인트에서 레오(쿠바)의 서브가 사이드라인에 걸친 듯 떨어졌지만, 원심은 아웃. 현대캐피탈이 신청한 비디오판독에서도 아웃 판정은 유지됐다. 공이 사이드 라인에 물리긴 했지만, ‘접지 면을 기준으로 공이 최대로 눌린 상황에서 라인의 안쪽 선이 보이면 아웃, 보이지 않게 가릴 경우를 인’으로 판독하는 KOVO의 ‘로컬룰’에 의해 아웃으로 판독된 것이다. 배구계에서도 인-아웃 판독이 여전히 갈리고 있을 정도로, 훗날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었다.

경기 뒤 레오와 함께 수훈 선수로 들어온 허수봉은 지난 4일 밤을 회상하며 “레오의 서브 영상을 수 십번은 돌려본 것 같다. 그러느라 더욱 잠에 들지 못했다. 정말 이겼던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패하고 나니 멘탈이 흔들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컬룰의 기준이 올 시즌 유독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당시 5세트 막판 두 개의 비디오 판독이 우리에겐 불리한 판정이 나오다보니 많이 당황했다. 경기장 전광판으로 화면을 볼 땐 화질이 깨지니까 ‘밀렸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다시보기로 확인하면서 ‘인’으로 확신했다”라고 덧붙였다.

하루 사이에 얼마나 멘탈 회복이 됐겠냐만은, 적어도 6일 홈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보여준 허수봉의 공격력은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2경기 10세트를 치렀던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부터 누적된 피로는 제 아무리 20대 중후반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허수봉이라고 할지라도 버겁기는 하다. 그는 “근육 쪽에 문제가 살짝 있기도 하고, 점프가 컨디션 한창 좋을 때에 비해 처지기도 한다. 공에도 힘이 덜 실리긴 한다. 그래도 체력이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1,2차전에서 제가 다소 부진했던 건 체력보다는 세터인 (황)승빈이형과의 호흡이 살짝 흔들렸던 게 더 컸다. 승빈이형과 더 많은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라고 답했다.

워낙 공격에는 자신이 있다보니 평소 리시브에 더 신경을 쓰는 허수봉이지만, 이날 리시브만큼은 낙제점이었다. 17개를 받아 4개만 정확하게 연결했고, 서브에이스 3개를 허용해 리시브 효율은 5.88%에 그쳤다. 이에 대해 묻자 “리베로 (박)경민이가 커버 범위를 넓게 가져가며 제 리시브 존을 좁혀주며 도움을 주는데도 오늘은 (정)지석이형의 서브가 워낙 강하게 들어왔다. (김)민재의 서브도 라인에 떨어지게 잘 들어와서 흔들렸다. 그래도 오늘 리시브 부진에 개의치 않고 준비를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허수봉에게 스윽 다가가 대한항공 토종 에이스 정지석과의 현재까지의 맞대결 양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명실상부 국내 선수 NO.1 자리를 정지석이 차지한 이후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지키다 지난 시즌 허수봉이 현대캐피탈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면서 그 자리를 뺏은 상황이다.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정지석은 탈환을, 허수봉은 수성을 천명한 상태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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