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有노조, 그들만의 잔치” [양극화 벌리는 K-정년연장①]
300인 이상 95.1%…30인 미만은 19.5%
고령 근로자 1명 증가시 청년 1.5명↓
“퇴직 후 재고용 제도로 부작용 줄여야”
![서울 오피스 빌딩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DB]](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ned/20260407080150751ppof.png)
[헤럴드경제(도쿄)=권제인 기자] 정부·여당이 정년 연장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제계 안팎에서는 “‘K-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을 늘려야 한단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 중소기업의 경우 ‘60세 정년’조차 안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연금 수령 개시 연령과 퇴직 사이의 소득 공백을 메우면서도, 일률적 정년 연장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 청년 고용과 양극화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7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95.1%가 60세 정년을 도입했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그 비율이 19.5%에 그쳤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정년제 운영 비율이 95.8%에 달한 반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20.8%로 집계됐다.
전체 사업장 가운데 정년제를 운영 중인 비율도 약 23%에 그쳤다. 한국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대기업·유노조 사업장에서만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ned/20260407080151051wsez.jpg)
또 다른 통계에서도 만 60세 전후의 근로자 중 80%가 정년 전 정규직 일자리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의 약 80%가 자영업, 비정규직, 무급가족종사 등의 고용형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과 퇴직 사이의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정년 연장의 수혜를 받는 근로자는 상위 20%에 그치는 셈이다. 현재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 65세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르면 2028년부터 정년을 1살씩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지난 2월 기준 15~29세 실업률은 7.7%로, 2021년 2월 10.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1명(0.4~1.5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등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대기업에서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높아지는 호봉제가 널리 적용되고 있는데, 정년 연장으로 고연봉의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자 기업들이 청년 채용 감소로 비용 부담을 줄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연장’은 청년층 임금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출산율과 혼인율 감소 추세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의 모습.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ned/20260407080151383gpaf.jpg)
이에 따라 일률적인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 후 재고용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이 도입한 제도로, 법정 정년에 도달하면 고용관계를 종료한 뒤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재고용 의무를 지는 대신 정년 전보다 20~30% 적은 임금을 지급해, 비용을 줄이고 경직된 임금체계를 유연화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25년에 걸쳐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청년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일본은 2000년 기업들이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 노력을 다하도록 의무화한 것을 시작으로, 2025년 희망자 전원 재고용을 의무화하기까지 2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했다. 법정 정년은 1998년 60세로 상향한 뒤 27년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금처럼 연공형 임금체계, 고용경직성, 60세 정년이 맞물려있는 상황에서 정년연장만으로 고령층 계속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청년 고용 위축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반해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하고 개선하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고령층 계속근로를 장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연공성이 유지된 채 정년만 연장될 경우 인건비 급증과 조기퇴직 확대, 청년층 진입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정년연장 논의는 임금체계 개편과 병행돼야 하며 이는 단순한 법·제도 조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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