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를 몸에 새긴 스트라이커’ 클리말라, 골보다 강렬했던 정체성 표출

김세훈 기자 2026. 4. 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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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클리말라가 지난 3월22일 광주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나루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국내프로축구 FC서울 공격수 파트리크 클리말라(28)에게는 골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다. 득점 직후 웅크렸다가 웃옷을 좌우로 잡아당기며 포효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다. 얼핏 보면 분노를 참지 못해 변신하는 ‘헐크’를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더 가깝다.

클리말라는 지난 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 경기에서 전반 막판 논스톱 드롭 슈팅으로 선취골을 넣었다. 이후 골대 뒤 상대 서포터스석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웃옷을 찢는 제스처와 함께 터져 나온 포효는 단순한 세리머니를 넘어 하나의 ‘연출’처럼 보였다.

클리말라와 나루토를 합성해 만든 지난 4월5일 안양전 웹포스터. 클리말라 인스타그램

이 장면은 우즈마키 나루토를 닮았다. 클리말라는 허벅지에 나루토 얼굴을 새긴 대표적인 ‘나루토 덕후’다. 클리말라 인스트그램 메인 이미지도 나루토 얼굴이다. 그의 세리머니는 단순한 호기심을 표출하거나 애호가임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에 가까운 이유다.

나루토는 외톨이에서 출발해 모두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을 원동력으로 삼아 끊임없이 부딪히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선다. 감정 기복이 크고 때로는 폭발적이지만, 그 에너지를 결국 주변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바꿔내는 캐릭터다.

클리말라가 2024년 11월 호주 시드니FC 소속으로 골을 넣은 뒤 나루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클리말라 인스타그램

클리말라의 축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폴란드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 미국, 이스라엘, 호주를 거쳐 한국까지 6개국을 오가며 커리어를 이어왔다. 그가 성인이 된 뒤 거친 팀은 10개 안팎이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한 2020년 몸값이 400만유로(약 70억원)에 이를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지 못해 지금은 50만유로(약 8억억7000만원)로 급락했다. 이후 그의 삶은 화려함보다는 버티고 증명하는 여정에 가깝다.

이날 세리머니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자연스럽다. 골의 기쁨에 더해 그동안 쌓인 감정이 한 번에 터져 나온 장면이었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하는 방식이다. 구단 관계자도 “클리말라는 평소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재미나고 명랑한 선수”라고 전했다.

클리말라 인스타그램 메인 이미지

여기에 FC서울과 FC안양의 라이벌 관계가 더해지면서 장면의 긴장감은 한층 커졌다. 안양 서포터스의 거센 반응 속에서도 클리말라는 감정을 쏟아낸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하프라인으로 돌아갔다.

결국 클리말라의 세리머니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선다. 골을 넣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언어가 바로 ‘나루토’다.

안양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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