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구글·앤스로픽, 초유의 협력…"제2의 딥시크 막는다"

박신영 2026. 4. 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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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하며 디스틸레이션 시도 탐지
中 AI 기업의 무단 복제 의심


오픈AI와 구글, 앤스로픽 등 미국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의 모델 복제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프런티어 모델 포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미국 AI 모델의 결과를 추출해 유사 모델을 만드는 ‘적대적 디스틸레이션’ 시도를 탐지하고 있다. 해당 포럼은 2023년 오픈AI·구글·앤스로픽·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이번 협력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미국 AI 기업들은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자사 모델을 모방한 저가 제품이 확산될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와 고객 이탈뿐 아니라 국가 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무단 디스틸레이션으로 인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중국 기업 딥시크가 자사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글과 앤스로픽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디스틸레이션 논란 확산

디스틸레이션은 기존 AI 모델을 활용해 성능이 유사한 새로운 모델을 저비용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기업이 자체 모델을 경량화하는 등 내부 효율화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만, 제3자가 승인 없이 타사의 모델 결과를 활용해 유사 모델을 만드는 경우는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AI 기업들은 이러한 방식이 안전장치가 제거된 모델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생물학적 위험 물질 생성 등 악용 가능성을 통제하기 어려워 국가 안보 위협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AI 구조 차이 부각

중국 기업들은 모델 구조 일부를 공개해 누구나 다운로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웨이트’ 전략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발자가 별도의 사용료 없이 직접 모델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이 크게 낮아지는 구조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모델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서만 접근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API는 외부 개발자가 특정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통로로,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등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가격 경쟁과 기술 경쟁을 동시에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딥시크 이후 갈등 본격화

디스틸레이션 논란은 2025년 초 딥시크가 R1 추론 모델을 공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해당 기업이 자사 모델에서 데이터를 부정하게 추출했는지 조사에 착수했으며, 오픈AI는 딥시크가 디스틸레이션을 활용해 후속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미국 AI 기업들은 디스틸레이션 대응을 위해 사이버보안 업계와 유사한 방식의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공격 방식과 데이터를 공유해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러한 협력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AI 액션 플랜’에는 관련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방안이 포함됐다.

다만 기업 간 정보 공유 범위에 대한 반독점 규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보다 명확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앤스로픽은 지난해 중국 기업의 자사 모델 접근을 차단했으며, 올해는 딥시크·문샷·미니맥스 등이 불법적으로 모델 성능을 추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디스틸레이션 문제가 특정 기업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경쟁 및 안보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기업들은 중국 AI 기술 발전 중 디스틸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대규모 데이터 요청 증가 등을 통해 관련 시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수준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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