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학원비 오르고 대리기사 '투잡' 사라질겁니다"

김정민 2026. 4. 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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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 노동개혁 대해부]근로자 추정제·일하는 사람 기본법②
임수택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 인터뷰
"근로자 추정제, 사업주에 입증 불가능한 책임 전가하는 ‘유죄 추정’"
"퇴직금 분쟁, 4대 보험 소급 적용으로 존폐위기 내몰릴 것"
" 택배·학원·대리비 등 비용 전...
임수택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사람을 줄이고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같은 대체 수단을 고민하는 사장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수석 부회장은 연합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기본법 반대 TF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임수택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의 본업은 PC방 사장이다. 그는 최근 식당에서 사용하는 서빙 로봇을 들여왔다.

매장 운영비를 절감할 목적도 있었지만 출근 하루 만에 잠적하거나 그만 둘 때면 수당, 퇴직금을 달라고 노동청에 신고부터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 지친 탓이 더 컸다고 한다.

임 부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사람을 줄이고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같은 대체 수단을 고민하는 사장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은 결국 학원비, 대리운전비, 택배비 등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사업주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근로자 추정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은 고용 형태나 계약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노무 제공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기본 법률이다.

노동법 적용 범위를 넓혀 기존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입법의 핵심 취지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포함한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규모가 최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상공인 “사업주에 입증 불가능한 책임 전가하는 ‘유죄 추정’”

임 부회장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주가 입증하도록 한 근로자 추정제가 사실상 입증 불가능한 책임을 전가하는 ‘유죄 추정’이라고 주장했다.

임 부회장은 “일반적으로는 권리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 책임을 지는 것이 법의 기본 원칙인데, 이 법안은 그 구조를 뒤집어 놓은 것”이라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모든 조건을 부정해야 하는데, 사실상 무한 책임을 지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한다면 주장하는 사람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상대방이 ‘빌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라는 게 근로자 추정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기업처럼 변호사나 노무사를 상시적으로 둘 수 있는 소상공인은 사실상 없다”며 “법률 대응 능력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자가 입증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입증 방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회장은 “출근부나 근무 기록을 제출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런 자료를 제출하는 순간 오히려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며 “결국 어떤 자료를 내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근로자 추정제가 시행되면 수시로 법적 분쟁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 부회장은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분쟁의 진입 장벽 자체가 낮아져 ‘묻지마식’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부회장은 “일할 때는 3.3 계약으로 일하다가 계약이 끝난 뒤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업자는 과거 관계 전체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때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되는 것은 소급 적용이다. 그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퇴직금과 4대보험이 과거 시점까지 한꺼번에 적용되는데, 그 금액이 결코 작지 않다”며 “여러 명에 동시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사업체 운영이 어려운 수준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3.3%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을 했더라도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의 고정, 업무 대체 불가능성 등이 인정되면 근로자로 판단한다.

학원강사, 텔레마케터, 서비스업 종사자 등 다양한 업종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사업소득으로 처리했음에도 근로자성이 인정돼 퇴직금 지급이나 4대보험 소급 적용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많다.

일례로 최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천안의 한 미용실에서 인턴을 해고한 사건을 부당해고로 판단하면서, 해당 업장의 헤어디자이너들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해당 미용실은 디자이너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운영해 왔지만, 지노위는 사용자의 시술 가격 결정권과 업무 지휘·감독 관계 등을 근거로 “형식은 프리랜서지만 실질은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프리랜서 기피로 일자리 줄고 비용 오를 것”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프리랜서 중심의 고용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 부회장은 대리운전 업계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현재 대리기사들은 한 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업체와 동시에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사업자에게 종속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계약으로 일괄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 개인사업자 등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임 부회장은 “나중에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해야 일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프리랜서 형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부는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을 병행하며 부업 형태로 일하는 대리 기사의 경우 사업자 등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투잡’으로 소득을 보전해온 이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법 적용 시 인건비와 사회보험 부담이 동시에 커져, 물류·교육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 업종의 경우, 현재 대리점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인건비와 보험료 부담이 반영될 경우 건당 배송 비용이 7000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 부회장은 “이 정도 비용을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중간 대리점 형태의 소상공인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무너지면 결국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며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체력 차이 때문에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원 등 교육 업종도 비슷한 처지에 처할 수 있다. 강사 인건비와 사회보험 부담이 증가할 경우 이를 흡수하기 어려운 학원들은 수강료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부회장은 “비용을 올리면 소비자가 줄고, 가격을 유지하면 사업자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회원단체 88곳이 가입해 있는 소상공인연합회 총 회원수는 120만명에 달한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사업체는 2024년 기준 613만 400개소이며 종사자는 961만명이다.

지난달 3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고용노동부, 김주영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 주최로 열린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에 참석, 일하는 사람 기본법 및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한편 이데일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자리연대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2026년 제1회 좋은 일자리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일자리 효과: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노동시장 현황과 최근 노동법제 변화의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이슈가되고 있는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 관련 주제로 발제와 토의가 이뤄진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노동시장 현황과 주요 이슈를, 배진한 일자리연대 상임대표가 최근 노동법제 동향과 과제를 발표한다.

지정토론은 김대환 일자리연대 명예대표(전 노동부 장관)가 좌장을 맡고, 소상공인·플랫폼 노동 등 현장 전문가와 학계 인사가 참여해 정책 효과와 한계를 논의한다.

김정민 (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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