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만 하면 끝?…핵심은 유통구조 및 자금흐름 이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단순한 발행 넘어 시장 유통구조 및 자금흐름 이해해야”
테더 전략적 지분투자는 물론 유럽중앙은행·마스터카드 등도 솔루션 이용 중
한국 내 금융사들과도 시장분석 및 AML 모니터링 등 사업 협력 논의 중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단순히 자산을 발행하는 것을 넘어 시장 내 유통 구조와 자금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발행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거래소나 수탁기관, 이용자에게 이동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리나 카스토바 크리스탈 인텔리전스(Crystal Intelligence)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IFC더포럼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을 포함해 국내 금융기관들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리스탈 인텔리전스는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위험도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분석 및 디지털자산 규제 준수 솔루션 기업이다. 지난해 7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발행사 테더가 전략적 투자를 했으며, 현재 유럽중앙은행(ECB)과 글로벌 결제 기업 마스터카드 등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스토바 창업주는 “한국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기에 자금 흐름 관련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을 빼돌리고 자금 세탁을 하려는 범죄자들도 있으며,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이들은 더욱 다양한 수법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장 관점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소각, 보유자 구조, 거래 집중도 등을 분석하면 성장성과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는 사업 전략과 파트너십 결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카스토바 창업주와의 일문일답.
-크리스탈 인텔리전스는 어떤 사업에 중점을 둔 회사인가.
△우리는 디지털자산의 출처(provenance)를 파악하려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기관, 규제기관, 법 집행기관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국내 금융권과도 접촉하고 있는데, 어떤 사업을 논의 중인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마켓 분석, 다른 하나는 자금세탁방지(AML) 모니터링이다. 먼저 마켓 측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내 위치와 흐름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USDT, USDC처럼 이미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어느 정도의 시가총액과 위치를 갖고 있는지,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시장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주 단위로 성장 여부를 추적하거나 발행과 소각 규모, 주요 보유자 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다. 특정 시점에 거래량이나 활동이 급증할 경우, 그 원인도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두 번째는 AML 관점이다.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 자금세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특정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자금과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은행이나 기관 입장에서는 시장 내 성과를 평가할 기준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동시에 필요한데, 해당 솔루션은 이 두 가지를 함께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별 맞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특정 거래소나 서비스가 실제로 어떤 주소와 연결돼 있는지 시스템에 반영하려면, 단순히 이름만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거래를 해보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해당 주소나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구축할 수 있다.크리스탈 인텔리전스는 온체인 데이터뿐 아니라 실제 거래 환경을 반영한 데이터 구축을 통해 보다 정밀한 리스크 평가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검증하나.
△예를 들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미등록 거래소로 지정한 사례가 있다고 하자. 이런 대상을 시스템에 반영하려면 실제로 현장에 가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 ATM 기반 거래는 한국인은 이용할 수 없고 외국인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크리스탈 인텔리전스는 이런 경우 현지 기관과 협력해 외국인이 직접 거래를 수행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에 반영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런 검증 작업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 국가별로 수행된다. 결국 데이터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어트리뷰션(attribution)’, 혹은 ‘라벨링(labeling)’이라고도 표현한다. 쉽게 말해 어떤 주소를 입력했을 때, 그 주소가 어떤 거래소와 연결돼 있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떤 유형의 활동과 관련돼 있는지가 식별돼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주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주소의 성격을 붙여주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크리스탈 인텔리전스만이 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내 환경 속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나.
△현재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지만, 전반적으로 규제 환경은 엄격한 편이라고 본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으로 본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시장법 ‘미카(MiCA)’나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등 이미 여러 국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나온 만큼 한국도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실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통화와 유사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자금세탁방지(AML) 규정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은행이나 거래소의 컴플라이언스 담당자 입장에서도 비트코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법안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더 건전하게 만드는 기반이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적절한 규제와 모니터링 체계가 갖춰진다면 더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기에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으로 이미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이상 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신뢰도가 달라질 것이다.
정윤영 (young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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