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접어든 유류분 제도…상속분쟁은 어떻게 달라질까 [권양희의 세종Law, 가족법 솔루션]
유류분 반환 재원 마련, 핵심 문제로 부상
"상속, 사전 설계해야 할 문제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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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유류분 제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형제자매의 유류분 규정은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공동상속인의 기여가 유류분에 반영되지 않는 점과 유류분 상실 사유가 규정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류분 제도 전반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입법 지연으로 한동안 법적 공백이 발생했지만, 올해 3월 17일 개정 민법이 공포·시행되면서 관련 쟁점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유류분 규정의 보완을 넘어, 상속 분쟁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정 규정은 여전히 몇가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유류분 반환 방식, 개정 민법의 핵심 변화

개정 민법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유류분의 반환 방식이다. 이제 유류분은 더 이상 부동산이나 주식의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금전으로 정산해야 한다. 종전엔 지분 반환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부동산은 공동소유가 되어 갈등이 깊어지고, 결국 공유물 분할소송과 경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주식 지분을 반환한 경우에는 때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개정 이후에는 이러한 복잡한 법률관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류분 반환의무자는 유류분 부족액을 금전으로 마련해야 하고, 청구 시점부터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특히 기업승계의 경우 부담이 더 커졌다. 예전에는 유증과 증여를 적절히 조합해 지분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어려워졌다.
유류분이 인정되는 경우 지분 상당 가액을 금전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 문제가 된다. 결국 고액의 상속세에 더해 유류분 부담까지 겹쳐, 상속 문제는 법률적 쟁점을 넘어 재무 전략의 문제가 됐다.
공동상속인의 기여와 관련해서는, 피상속인을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한 대가로 받은 증여나 유증은 일정 범위에서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개정됐다. 다만 여전히 피상속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증식에 기여를 했음에도 피상속인으로부터 아무런 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은 자신의 기여를 유류분 반환 청구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이 부분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패륜 상속인, 상속권 상실도 확대

패륜 상속인에 대한 상속권 상실 제도도 확대됐다. 개정법은 직계존속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비속을 포함한 모든 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유류분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그 판단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고 민법상 부양의무자와 상속권자의 범위 및 그 순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판례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상속권 상실 선고 규정의 도입으로 향후 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상속결격제도와의 균형을 고려하면, 상속권 상실 역시 쉽게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특정 상속인이 상속권 상실선고를 통해 상속에서 배제되더라도 그 자녀가 대신 상속을 받는, 이른바 대습상속이 인정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상속분쟁에서 자신의 상속분을 더 늘리기 위해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류분 규정의 개정으로 상속은 더 이상 사후적인 분쟁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 사전에 설계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자산승계가 예정돼 있는 경우에는 유언을 통해 생전의 자산 이전 내역을 정리하고 추정 상속인들의 기여 정도를 명확히 하며, 특정 상속인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경우 유언집행자를 지정해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것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상속권 상실에 관한 유언은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으로만 가능하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상속은 단순한 재산 이전을 넘어, 법률과 재무, 그리고 가족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 유류분 규정의 개정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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