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올라타”…우주 경제 시대, 실전 투자는? [머스크의 우주쇼④]
[커버스토리 : 머스크의 우주쇼]

지난 4월 1일(현지간) 뉴욕증시의 전광판이 ‘우주’로 물들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밀리에 IPO(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예상되는 조달 규모만 750억 달러(약 113조원).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웠던 IPO 자금조달 최대 기록인 290억 달러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잠재적 기업가치는 무려 1조7500억 달러(약 2600조원)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 TSMC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가치를 최대 2조 달러(약 3022조원)로 평가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은 더 커졌다.
이 거대한 공룡의 등판 소식에 투자자들은 우주항공주로 몰려들었다. 일각에서는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꺼내며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스페이스X의 상장은 전 세계 우주산업의 표준과 밸류에이션 기준을 만드는 사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자본이 ‘지구 밖’ 거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결정적 신호탄에 올라타고 싶다면. 서학개미부터 국내 밸류체인 공략을 준비하는 동학개미까지 실전 투자 가이드를 분석했다.
개인 할당 높인 스페이스X, 이번엔 개인도?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은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유동성 파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IPO는 이례적으로 전체 공모 물량의 최대 30%를 개인투자자에게 할당할 것이란 소식에 투자자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통상적인 IPO의 리테일 비중이 5~10% 수준임을 감안하면 머스크가 자신의 ‘팬덤’을 주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판을 새로 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도 이번 스페이스X 공모주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요 주주인 미래에셋은 스페이스X IPO에 맞춰 국내 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은 50억달러 규모 공모 물량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 등이 1차 모집 대상이며, 개인투자자 대상 일반 공모를 허용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해외 IPO에서 개인이 직접 배정받는 것은 사실상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가깝다. 미국 IPO 시장은 한국과 달리 대형 기관투자가에게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구조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물량도 극소수이며 그마저도 현지 대형 투자은행(IB)의 초고액 자산가(VVIP) 중심으로 제한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배정 가능성은 희박하다. 2024년 상장한 ‘레딧(Reddit)’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레딧은 개인에게 8%를 배정하는 파격적인 구조를 선보였음에도 한국에서 청약 대행을 통해 실제 주식을 손에 쥔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번 스페이스X는 ‘30% 할당’이라는 역대급 변수가 있다. 미래에셋의 개인투자자 대상 일반 공모가 가능해지면, 해외 IPO에 개인이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된다.
직접 청약의 높은 벽을 넘기 힘들다면 ‘우회 전략’이 현실적이다.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를 공략하거나 ETF를 통한 자동 편입 또는 낙수효과를 볼 수 있는 관련 우주항공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지분을 직접 보유한 에코스타(SATS)나 약 9억 달러(2015년 기준)를 투자한 알파벳(GOOGL)은 스페이스X 성공 상장 시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구글은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 등이 직접적인 지분 가치 반영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다. 미래에셋그룹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와 X(트위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 세 곳에 투자했다. 이 중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금액은 총 6100억원이다.

테슬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수혜주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복잡한 계열사 지배구조를 정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테슬라는 xAI 투자분을 스페이스X 지분으로 전환해 1% 미만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하드웨어 공급망부터 경쟁사까지 우주산업 전반에 자금이 유입되는 ‘빅 사이클’이다. 먼저 스페이스X의 하드웨어 및 핵심 부품 공급업체 중에서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가민, 필트로닉이 꼽힌다.
국내에서는 스피어코퍼레이션이 잘 알려져 있다. 로켓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니켈 및 초합금 등의 특수합금을 공급하며 스페이스X와 2035년까지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핵심 벤더다. 이 밖에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에이치브이엠(HVM) 등이 있다.
위성 및 우주 인프라 분야의 전통 강자들과 신흥 주역들도 수혜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2025년 21건의 기록적인 발사를 달성한 로켓랩(Rocket Lab)을 비롯해 AST스페이스모바일(ASTS), 플래닛랩스(PL), 인튜이티브머신즈(LUNR)는 우주 대표 플레이어다. 이 밖에 글로벌스타,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등 역시 우주 분야에 관심이 증폭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관련 기업 주가가 평균 55.6% 상승하며 코스피(+28.8%) 및 코스닥(+20.4%) 수익률을 상회하는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우주산업 관련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이 있다. 중소형주에서는 쎄트렉아이, 이노스페이스, 이노와이어리스, 제노코, 인텔리안테크, 루미르, 컨텍, AP위성, 큐알티 등이 꼽힌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단일 기업의 상장을 넘어 경쟁사에도 산업 전반의 가치 평가 기준(밸류에이션)을 높여주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뭉칫돈 몰리는 우주 ETF 경쟁 치열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부담스럽거나 복잡한 공급망 분석이 어렵다면 가장 영리한 대안은 ETF(상장지수펀드)다. 특히 스페이스X처럼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 IPO의 경우 ETF를 통한 분산 투자는 리스크를 관리하며 성장의 결실을 공유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이미 우주로 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글로벌 우주산업 테마 자금 유입액은 ‘1Q 미국우주항공테크’가 5233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어 ‘TIME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1414억원), 상장한 지 보름 남짓 된 ‘KODEX 미국우주항공’(660억원) 등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주산업 테마 ETF는 총 7종이다. 4월 중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에서도 신규 상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 또한 스페이스X 관련 상품의 신규 출시를 추가로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17일 상장한 ‘KODEX 미국우주항공’ ETF는 추종 지수인 ‘iSelect 미국우주항공 지수’가 우량 우주기업 상장 시 정기변경 기간이 아니더라도 최대 25%까지 특별 편입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포트폴리오에 담아낼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춘 셈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국내 방산과 우주를 결합한 상품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1일 기준으로 ‘PLUS 우주항공&UAM’은 연초 이후 73.05%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TIGER K방산&우주’ 역시 57.40% 상승하며 전통 방산에서 첨단 우주로 이동하는 주가 모멘텀을 증명하고 있다.
김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주산업 특성상 성장 초기에는 정책과 이벤트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국내 우주산업 핵심 기업들에 대한 접근은 개별 종목보다는 밸류체인 기반의 바스켓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시야를 미국 본토로 넓히면 전략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상품은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 Space Exploration & Innovation ETF(ARKX)’다. 이 펀드는 로켓 제조뿐 아니라 우주 탐사와 관련된 혁신 기술 전반에 투자한다. 주요 구성 종목은 L3하리스테크놀로지스(9.49%)와 로켓랩(7.20%)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0.03%, 1년 수익률은 68.88%다.
이름부터 우주를 연상시키는 ‘Procure Space ETF(UFO)’는 플래닛랩스(5.38%), 에코스타(5.23%) 등 순수 우주 관련 기업만 담는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73%, 1년 수익률은 112.49%다.
신규 상장 ETF도 많다. 3월 5일 상장한 ‘MARS’는 기존 우주 ETF의 대명사인 ‘UFO’보다 압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현하며 ‘WEPN’은 방산주와 전략 자원을 결합해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다. 인컴형 투자를 선호한다면 옵션 전략을 활용해 월 배당을 지급하는 ‘SPCI’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거대 자본이 몰리는 잔치일수록 냉정한 시선으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벽은 ‘고밸류에이션’ 논란이다. 1조7500억 달러라는 기업가치는 미래의 성장을 현재로 과도하게 당겨온 수치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일론 머스크라는 독보적인 리더십은 가장 큰 자산이자 동시에 ‘머스크 리스크’라 불리는 불확실성의 핵심이다. 테슬라 주식의 양면과 같다.
우주산업 자체의 위험 요소도 있다. 조경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주산업은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리스크도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며 발사와 시험 실패에 따른 기술 리스크와 이에 따른 일정 지연 가능성, 위성군 확대에 따른 궤도 잔해(우주쓰레기) 문제, 주파수·안보·수출통제 등 복잡한 규제 리스크 등을 꼽았다.
조 애널리스트는 “밸류체인 전반이 막대한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집약적 산업인 만큼 금리와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금조달 리스크 등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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