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밖으로 나간 약사들…환경과 취약계층을 향한 23년

김홍진 기자 2026. 4. 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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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약사회, 23년 활동 기록…환경·의약품 안전 중심으로 이어진 약료
교과서 모니터링부터 폐의약품 관리까지…취약계층 지원·환경 실천 활동 지속

약국을 기반으로 환경과 의약품 안전 문제를 다뤄온 약사 모임이 20여 년간 활동을 이어오며 약사들의 헌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교과서 모니터링부터 소비자 가이드북 제작, 학교 약물교육, 폐의약품 관리까지 이어진 녹색약사회의 활동은 약사 직능이 지역사회와 소비자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로 남아있다.

녹색약사회는 2002년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 내부에서 출발한 약사 모임이다. 약국 중심의 직능 활동을 넘어 환경과 소비자 문제를 함께 다루기 위해 구성됐다. 초기에는 약사 10명이 참여한 소모임으로 시작해 이후 인천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로 확대되며 약 6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녹색약사회는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 연대 안 약사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제공 녹색약사회.

모임의 출발은 약사 개인 간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지역 약국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약사들이 서로 연결됐고, 이후 일본 의료생협 연수를 함께 다녀오면서 지역 기반 의료와 소비자 중심 의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은 녹색약사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출범 이후 녹색약사회는 의약품 안전과 소비자 인식 개선을 주요 활동으로 설정했다. 교과서를 모니터링하며 질병 표현과 의학 용어 사용의 문제를 점검했고, 과장된 표현과 잘못된 정보가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사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소비자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건강 소비자 가이드북' 제작으로 이어졌다. 약사들이 직접 참여해 의약품의 개념과 안전 사용, 소비자의 권리, 잘못된 약물 상식, 노인과 소아의 약물 안전 등을 정리한 자료를 만들었다. 해당 가이드북은 2만8000부가 제작돼 전국 약국에 배포됐으며, 이후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리플렛 형태의 자료도 제작됐다.

교육 활동도 확대됐다. 녹색약사회는 약사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 교육 강사 양성에 나섰고, 중·고등학교에서 직접 강의를 진행했다. 교과서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된 약물 안전 교육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후 이 사업은 대한약사회 사업으로 이어졌다.
녹색약사회는 약국 주변 환경, 환자들의 건강한 의약품 사업을 위한 대외활동을 지속해왔다.

녹색약사회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보건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단순 일회성 봉사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진료 지원에 참여하며 현장 기반 활동을 이어갔다. 서울과 부천, 인천 등지에서 외국인 노동자 진료가 진행됐으며, 함박마을 등 지역 거점에서도 외국인 대상 진료 활동이 이어졌다.

해외 지원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어진 활동 중 하나다. 미얀마 방문 시마다 회원들이 모은 의약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지속됐으며, 중국 조선족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등에도 의약품과 후원 물품이 전달됐다.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방문과 전달이 반복되며 축적된 활동이다.

특히 미얀마의 경우 코로나19로 의료체계가 붕괴되면서 의약품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긴급 지원이 이뤄졌다. 현지 병원과 연결해 진통해열제, 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을 모아 전달했으며, 약사회와 의료계, 회원 개인 참여를 통해 물품과 후원이 함께 이뤄졌다. 이후 지진 피해 상황에서도 추가 지원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와 아동 그룹홈에 의약품과 물품을 전달하고, 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 교육을 진행하는 활동도 이어졌다. 노인복지관을 순회하며 노인 대상 의약품 관리 교육을 실시했고, 도서지역을 방문해 어린이 건강 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상과 지역을 확대해 왔다.
녹색약사회는 미얀마,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 취약계층 환자들을 위한 약료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가정 방문을 통한 약물 관리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활보호 대상자 등을 중심으로 가정을 방문해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정 내 약물 축적과 중복 처방 문제가 확인됐다. 폐의약품 문제를 개인 건강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포함한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한 것이다.

환경 분야 활동 역시 약국 현장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이어졌다. 약국 내 약병 재활용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비닐 사용을 줄이고 종이가방을 활용하는 방식이 도입됐으며, 환자가 가져온 쇼핑백을 재사용하는 실천이 병행됐다. 이러한 활동에는 다수 약국이 참여하며 지역 단위로 확산됐다.

환경 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도 병행됐다. 약국 내 환경 포스터를 제작·게시하고, 환경 관련 영화 관람과 토론, 갯벌 문제 대응을 위한 기자회견 참여 등 외부 활동으로 이어졌다. 둘레길 환경 정화 활동인 플로깅을 통해 지역 환경 정화에도 참여했다.

환경 문제를 계량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됐다. 30개 약국이 참여한 대기오염 측정 사업을 통해 이산화질소 농도를 조사했고, 일부 지역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가 확인되면서 약국 주변 생활환경과 건강 문제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정책 영역에서도 활동이 이어졌다. 일부 회원은 의료기관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병원 평가 과정에 참여했으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식약청 관련 회의에 참석해 의약품 안전과 관련된 논의에 참여했다. 소비자 단체 소속 약사로서 보건의료 정책 논의에 참여한 사례다.

일반의약품 판매 방식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도 녹색약사회 회원들은 설문조사와 연구를 통해 자료를 축적했다. 약사와 소비자의 인식 차이를 분석한 연구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마스크 사용과 감염 예방 정보를 담은 리플렛을 제작해 약국과 지역사회에 배포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녹색약사회는 현재 약사회 활동과 연계해 환경 및 의약품 안전 관련 사업에 참여하며 기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녹색약사회 측은 앞으로도 교육, 환경, 정책, 지역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며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