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듣지 못한 ‘엄마’, 부르는 날을 기다립니다”
엠마뉴엘 증후군과 싸우는 9살 미지

“살려만 주세요.”
미지(가명·9살)양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엄마 정주연(가명·49살)씨의 첫마디였다. 미지를 낳기 전, 이미 한 명의 아이를 하늘나라에 떠나보낸 뒤 어렵게 품에 안은 아이였다. 주연씨와 미지의 첫 만남은 긴박했다. 초음파 진단상으로 건강하게만 보였던 미지는 입천장과 코를 연결하는 구개열과 항문이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곧장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분만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구급차로 실려가는 미지를 보며, 주연씨는 “어떤 장애가 있든 상관없으니 제발 살려만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미지는 사흘 만에 기적처럼 제 숨을 찾았다.

생후 1년6개월…여덟번의 수술 이겨내
태어났을 당시 미지의 몸은 더 복합적인 고통에 놓여 있었다. 소장과 대장이 붙어 있었고, 출생 직후 닫혀야 하는 혈관이 출생 뒤에도 닫히지 않는 동맥관 개존증도 있었다. 생후 2주차에 항문 수술, 생후 4주차에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이후 구개열 수술과 고관절 수술, 귀 튜브 삽입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대를 오르내리며 생후 1년6개월을 보냈다. 아홉살 작은 몸에 새겨진 수술 자국만 여덟 군데다.
수술을 거치며 몸의 많은 부분을 회복했지만 미지의 인지 발달은 아직 8~9개월에 머문다. 유전자 검사를 받아 보니 11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엠마뉴엘 증후군’(이매뉴얼 증후군)이라고 했다. 발달 지연과 지적 장애, 근저하증, 심장 기형을 비롯한 선천적 장기 이상 등이 증상이다. 전세계에 300명, 우리나라에 10명이 가진 희귀 질환이다. 대개 유산되거나 생후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미지는 이 병을 9년째 이겨내고 있다. 기적이다.

눈 맞추게 됐는데…현실에 멈춘 재활치료
주연씨를 가장 아프게 하는 대목은 생계와 돌봄 사이 정신없던 그 시절, 미지를 좀 더 잘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집 압류와 파산을 지나고 나니 미지는 다섯살이었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주연씨가 자살 시도에까지 이르고서야, 주민센터를 통해 정부나 민간 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각종 의료비, 치료 지원을 알게 됐다. 재활 치료의 존재도 그제야 알았다. “돌 때부터 재활을 시켰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텐데….” 주연씨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실제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연하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재활 치료를 거치며 미지의 상태는 크게 호전됐다. 눈맞춤을 하고, 앉아 있을 수 있게 됐다. 다리에 힘도 준다. 주연씨는 미지의 걷기 운동 모습을 보여주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변화”라고 자랑했다.
다만 이들 치료의 앞날 또한 불투명하다. 한달 100만원이 드는 재활 치료 가운데 꼭 필요한 것만 고르고 골라 절반 수준으로 줄였지만, 그마저 치료비를 낼 수 없었다. 미지는 한달 전부터 치료 대부분을 포기하고 무료로 운영되는 재활학교 수업만 받는다.
오빠도 발달 지연…급식카드로 식사
용현이도 발달 지연을 겪는다. 생후 18개월까지 걷지 못했고, 지금도 생수병 뚜껑을 혼자 따지 못할 정도로 대·소근육 발달이 더디다. 근육 발달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시키고 싶었지만, 최근에는 형편 탓에 태권도와 구몬 학습지도 그만둬야 했다. 그래도 기특하고 뿌듯하게 자라고 있다. “엄마! 말하는 동생 낳아주면 안 돼?”라고 칭얼대던 용현이는 최근 장애아 형제자매 모임에 나가며 동생의 장애를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주연씨는 미지와 용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사이 베이비시터나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돌봄 탓에 고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수입은 한달 30만~40만원에 그친다. 남편도 공황장애를 앓고 두통 질환에 시달려 장시간 근무가 쉽지 않다. 한달 100만원 남짓을 번다.
부족한 수입이다. 아이들 치료비와 월세 40만원 등을 내고 나면 생활할 수 있는 돈이 남지 않는다. 정부 수당과 바우처로 각종 공과금을 해결하고, 아이들 식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는 ‘급식카드’로 버틴다. 아이 한 명당 나오는 17만원의 급식비로 미지의 주식인 죽과 반찬, 용현이의 먹거리를 마련한다. 다양한 음식을 먹이지 못하다 보니 아이들 영양 상태가 늘 걱정이라고 했다. 용현이는 최근 영양 검사에서 철분 부족이 나오기도 했다.

부모 돌봄도 겹쳤지만…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이날도 주연씨는 미지를 재활학교에 보내고, 병원 진료를 위해 서울역에 도착한 아버지를 마중하러 집을 나섰다. 신산한 삶의 희망을 묻자, 주연씨가 말했다.
“재활 치료를 받은 미지가 생후 5~6개월 상태에서 8~9개월 상태로 발달했거든요. 계속하다 보면 10개월이 되고, 스무살 때쯤에는 서너살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싫어’ ‘엄마’ ‘밥 줘’를 할 수 있잖아요. 스무살 때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정말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미지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하나은행 188-910030-691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밀알복지재단(1600-0966)으로 문의해주십시오. 후원에 참여한 뒤 밀알복지재단으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15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미지의 재활 치료비, 의료 소모품비, 긴급 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1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미지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아동에게 지원될 예정입니다. 밀알복지재단은 미지네 가정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월드비전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성준이의 사연(한겨레 2월24일치 13면)이 소개된 뒤 총 41,720,649원(4월1일 기준)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월드비전은 “성준이가 꿈을 잃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신 일시계좌 후원자 638분과 네이버 해피빈 후원자 30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마음은 성준이의 가정에 잘 전달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후원자들은 “성준이 파이팅!”, “성준아! 동계 올림픽에서 꼭 만나자” 등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마음을 보탰습니다. 후원금은 성준이의 훈련비와 스케이팅 관련 용품 구입비, 생계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성준이가 더 이상 날이 휜 스케이트로 빙상장을 돌지 않도록 따뜻한 나눔에 동참해주신 모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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