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 AI 전략에 쏠린 의구심…내수 한계에 성장성 '흔들' -하이퍼클로바X 종료에 글로벌 확장 기대 약화 -검색 의존도 하락 속 생성형 AI 확산 '압박' -구글은 검색·AI 동반 성장…네이버와 대비되는 흐름
네이버 주가가 견조한 실적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기대에서 우려로 번진 탓이다.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대신 버티컬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한 전략이 내수에 갇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2일부터 3거래일 째 19만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개월 여 만에 다시 20만원 선 아래로 내려간 후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6월 12일 20만원 밑으로 하락한 뒤 단 하루 만에 20만원 선을 수복 했던 것과 대조된다.
실적 자체는 견조한 편이다. 2025년 기준 네이버의 매출은 12조3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 늘었다. 서치플랫폼(4조1689억 원)과 커머스(3조6884억 원) 부문이 각각 5.6%, 26.2% 나란히 성장했다.
네이버는 커머스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버티컬 AI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단일 AI 서비스를 키우기보다, AI로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 하겠다는 접근이다.
속도 측면에선 '점진 적용'을 택했다. 예컨대, 핵심 정보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AI 브리핑'은 작년 말 기준 통합검색 질의의 약 20%까지만 적용했다. 네이버는 AI 브리핑 적용 범위를 올해 4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 검색 창 하단에 이따금씩 노출되는 'AI 심볼' 기능은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를 도입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며 "다만 AI 브리핑 등 네이버 앱 서비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쓰는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를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제는 중장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에 AI 에이전트를 접목해 쇼핑 경험을 확장하는 소기의 혁신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는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뚜렸하다는 지적이다. 내수 산업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란 신기술은 수년 째 전세계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왔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단순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각종 물리적 작업을 대신해주는 피지컬 AI로 진화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AI는 이 같은 흐름 어디에도 뚜렷하게 편승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주총장을 찾은 한 주주가 "지난해 4월부터 AI 테마로 한국장이 초강세였지만, 네이버 주식은 철저히 소외됐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 비롯됐다.
네이버 판교 사옥. 사진=뉴스1
'한국형 챗GPT'로 기대를 모았던, 하이퍼클로바X 종료 결정도 장기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이퍼클로바X'는 미국·중국 외에 뚜렷한 자국 AI 모델이 부족한 국가에 주요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정서적·언어적 친밀성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국지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존재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3년 싱가포르 정부에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클로바X 종료 소식은 그러한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가를 떠받쳐온 '성장 기대감'이 한 풀 꺾인 배경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네이버 AI 기술 역량이 쇼핑에 집중되면서 경쟁 상대가 구글·오픈AI에서 이마트·쿠팡으로 바뀌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경쟁에서 생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8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두나무와의 지분 교환도 연기됐다. 가상자산이라는 신성장 동력 확보 시점도 늦어질 우려가 생긴 것이다.
검색에서 생성으로, 정보 획득 방식이 바뀌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글로벌 조사기관 가트너는 "생성형 AI가 기존 검색을 대체하는 '응답 엔진'으로 자리 잡을 경우, 전통 검색 엔진 사용량은 올해까지 25%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색을 비롯한 서치플랫폼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이버에겐 부담스러운 전망이었고, 이는 어김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4개년 관련 매출 비중은 2022년 65.66% → 2023년 64.89% → 2024년 64.74% → 2025년 60.3%로 하락일로를 걸었다. '챗GPT 열풍'이 본격화된 2024~2025년 동안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순드라 피차이 구글 CEO. 사진=뉴스1
전체 매출의 56%가 검색 광고에서 나오는 '검색 공룡' 구글은 네이버와 달리 선방 중이다. 검색이란 '본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AI가 생성한 답변(결과 값)을 검증하려는 수요가 추가 검색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검색에 'AI 모드'를 결합해 이용자 경험을 확장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AI 모드에서의 검색은 기존 검색보다 3배 더 길며, 상당 부분이 추가 질문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구글의 2024년 분기별 검색 매출 성장률은 1분기 10%, 2분기 12%, 3분기 15%, 4분기 17%로 꾸준히 상승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4분기 검색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성장은 AI 기능이 사람들의 검색 방식을 변화시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AI 신규 서비스가 기존 검색 매출을 잠식하고 있는지에 관해선 "아직까지 카니발리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체 생성형 AI 서비스이자 신성장 동력인 '제미나이' 또한 동반 성장하고 있다. 웹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제미나이의 시장 점유율은 12개월 전 6% 미만에서 현재 20%를 넘었다. 반면 챗GPT는 같은 기간 약 85%에서 65% 미만으로 하락했다.
가트너의 '검색 트래픽 감소' 전망을 뒤엎고, 기존 검색 시장을 방어는 동시에 신규 AI 서비스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나 국내 플랫폼들이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한다는 건 굉징히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니치 마켓을 공략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