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60%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진료 꺼려”[미등록 이주민 의료공백②]

김태희 기자 2026. 4.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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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에 있는 향남공감의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제공

미등록 이주민 10명 중 6명은 몸이 아파도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 진료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 만성질환이 시달리고 있으며, 산업재해를 입고도 자비를 들여 치료받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6일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가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미등록 이주민 129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96명(59%)이 ‘병원에 못 가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 ‘비싼 의료비’ 문제를 꼽았다. 이어 ‘의사소통의 어려움’ 30명(19%), ‘단속의 두려움’ 21명(13%), 기타 8명(5%), 시간 없음 7명(4%) 등 순이었다.

‘의료 기관 이용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연 1~2회’라는 응답이 71명(5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월 1~2회 24명(19%), 주 1~2회 14명(11%), 기타 17명(13%), 무응답 3명(2%) 등 순이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센터는 “의료비와 언어의 장벽 등이 미등록 이주민들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등록 이주민들의 건강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병원을 이용한 경우 질환의 발병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1주 이내’와 ‘1개월 이내’가 각각 32명(25%)이었다. 이어 1년 이상 28명(22%), 3개월 이내 20명(15%), 3개월 이상 12명(9%) 순이었다. 무응답은 5명(4%)이었다.

센터는 “1년 전 질병을 진단받았음에도 병원을 찾지 못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10명 2명 꼴이었다는 것은 이들이 만성질환 상태에서도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라며 “앞선 의료 기관 이용 횟수와 발병 시기를 비교하면 상당수가 몸이 아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와 함께 실시한 심층면접에서도 초기 병원 진료를 꺼리다 더 큰 병을 얻게 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2021년부터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는 A씨는 2024년 초 배우자가 미등록 이주민 단속으로 추방되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통증이 심해져 같은 해 5월 동네 병원에 가 진단을 받은 결과 “큰 병원으로 가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아 참고 버텼다. 같은 해 7월까지 참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병원에 갔는데, 결국 담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된 현실도 드러났다. 미등록 이주민의 26%는 “산업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나 이들 중 46%는 전액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신분 탓에 산재처리를 요구하기 힘들고, 회사에서도 이를 꺼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김정수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장은 “정주민들은 의료 문제를 공공의 시스템을 통해서 지원받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공공의료라는 말이 나오고 여기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료의 공공성”이라며 “그래서 미등록 이주민이라도 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세금을 내고 건강보험에 가입한 정주민과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그래도 현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되다시피 한 이들을 공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고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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