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의 전남도 ‘외국인 안심병원’ 가보니···“아프면 단속 걱정없이 진료받아야”[미등록 이주민 의료공백③]

김태희·고귀한 기자 2026. 4.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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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 전남도의사회 외국인근로자 진료지원 단장(봉황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이 사업 초창기 현판을 가리켜 보이고 있다. 김태희기자

전남에는 미등록 이주민이라도 단속의 걱정 없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 전남도가 전남도의사회와 함께 운영하는 ‘전라남도 외국인 안심병원’이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주민에 대한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이달부터 외국인 안심병원을 운영 중이다.

병원 이용 대상은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을 포함한 ‘의료 사각지대 외국인’이다. 미등록 이주민도 물론 이용 가능하다. 외래진료는 3만원으로 저렴한 편이고, 입원진료는 200만원 한도 내에서 진료비의 50%를 지원한다. 지정 병원을 직접 찾거나 이주민 지원기관, 전남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콜센터(9개국어 실시간 통역지원)를 통해 통역 상담과 병원 연계를 받을 수 있다.

전남도는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관내 산업 구조에서 사업의 도입을 착안했다. 전남의 올해 외국인 계절노동자 배정 인원은 2만1094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미등록 이주민 고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병원비 부담과 신분 노출 우려, 언어 장벽 때문에 아파도 치료를 미루기 쉬운 구조”라며 “치료 접근성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안심병원 사업의 올해 예산은 총 2억원이다. 대부분 의료비 지원에 쓰이고, 일부는 찾아가는 이동클리닉, 건강검진과 보건교육, 구급약품 키트 배부 등에 투입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미등록 이주민 등에게는 별도의 의료비 지원 프로그램도 연계하고 있다. 현재 75곳의 병원이 사업에 참여 중이고, 향후 100곳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안심병원은 이주민이 병원을 찾지 못하는 ‘3대 장벽’인 접근성, 의료비, 언어문제를 모두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기존 미등록 이주민 지원 사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서류 제출’을 없앴다. 그동안엔 이들을 진료했다는 것을 인증받기 위해 환자 신분증 사본 제출 등이 필요했다. 미등록 이주민이 신분증이 있을리 만무했다. 안심병원은 의사의 ‘인증’만으로도 미등록 이주민 진료가 가능하다.

전남도의사회에서 시작해 전남도 사업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민간에서 시행한 사업이 공공으로 확장된 의료지원정책이다. 사업을 처음에 기획한 김일환 전남도의사회 외국인근로자 진료지원 단장(봉황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이주민센터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가 이주민들의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껴 이 사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남도는 이주민 친화적이다. 이미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이주민이 하는 역할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없으면 농장도 공장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잘 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런 사업들이 중요한 것은 결국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식이 개선되면 미등록 이주민이라 할지라도 병원에 더 찾아올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는 첫 위탁사업이라 예산을 크게 확보하진 못했지만 운영 실적을 토대로 필요성을 입증해 나갈 계획”이라며 “안심병원 확대와 함께 외국인 주민 의료지원 체계를 더 촘촘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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