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6·채권 4 시대 끝, 이제는 ‘5·3·2’ 전략”

이현주 2026. 4.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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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삼성증권 상품솔루션담당(본부장)은 리테일 고객 대상 금융상품 설계를 총괄하는 상품 전문가다. 삼성증권의 방대한 상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고객 투자 포트폴리오의 종합 솔루션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김 본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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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삼성증권 상품솔루션담당

“목표 수익률이 6%로 같다 하더라도, 30대 고객과 80대 고객의 포트폴리오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김연태 삼성증권 상품솔루션담당(본부장)이 정의하는 자산 배분의 핵심 변수는 ‘투자 기간’이다. 그는 자산 배분을 단순히 위험 성향을 나누는 기계적 작업이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시간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으로 본다.

시장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변동성이 일상이 되면서, 자산 배분의 방법론도 진화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최적의 상품 조합을 통해 자산 배분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호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산 배분 원칙’

김 본부장은 복합적인 시장 변수 속에서 자산 배분의 출발점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처럼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자산 배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장기 성과를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자산 배분을 실천하는 데에는 주저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조차 주식 시장 상승이 심리적 임계치를 넘어서자 자산 배분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이럴 때일수록 유망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침착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게 포트폴리오 성과를 안정적으로 방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증권 초고액자산가들의 전략은 ‘비중 조절’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김 본부장은 “주식 호황 국면에서도 비중 확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주식, 채권, 대체, 현금의 적정한 비중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오히려 매도해 수익을 확정하고, 확보한 자금은 채권이나 비상장 주식 등 대체자산으로 분산해 적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식이다.

6대4에서 5대3대2로…자산 배분의 진화

자산 배분의 축은 전통적인 주식, 채권 중심에서 벗어나 사모, 인프라, 비상장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6대4’ 포트폴리오(주식 60%·채권 40%)가 글로벌 자산 배분의 정석이었다면, 최근에는 주식 50%, 채권 30%, 대체투자 20%로 구성된 ‘5대3대2’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 대상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지분 투자뿐 아니라 오픈AI나 앤트로픽 등 기업이 발행하는 비상장 채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설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인프라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김 본부장은 “상장 시장 밖에서도 다양한 투자 기회가 존재하지만, 비상장 자산은 유동성이 제한되는 특성이 있다”며 “투자 기간이 충분히 확보된 자금에 한해 장기형·비상장 자산을 신중하게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성향과 나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하라

김 본부장은 ‘좋은 자산 배분’에 대해 “겉으로는 세련돼 보이지만, 결국은 지루할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그 시작은 투자자 성향에 맞추는 것이다.

이에 더해 김 본부장은 ‘투자 가능 기간’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자산이라도 투자 기간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와 리스크를 보일 수 있다”며 “고객의 자금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까지 고려한 배분이 진정한 의미의 자산 배분”이라고 설명했다.

연령 역시 주요 가이드라인이다. 김 본부장은 “공모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자산 배분 모델은 타깃데이트펀드(TDF)”라며 “연령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대는 주식 비중을 약 80%까지 가져가고, 60대는 40% 수준으로 낮추는 식입니다.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에게는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김 본부장은 “위험 회피 성향이 매우 강한 고객의 경우 시장 변동성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사실상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이지만, 고객 성향에 따라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아예 편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포트폴리오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 은행 예금,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안정성이 높은 자산 중심으로 맞춤 설계를 한다. 김 본부장은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투자자라면 5년 만기 국고채를 활용할 수 있다”며 “국고채 역시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변동 폭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산배분은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채권 투자 환경에 대해 “현재는 투자자 선호도가 높지 않은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속도가 기대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장기 채권의 매력은 다소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채권의 역할은 분명하다. 김 본부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에서 채권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산이라기보다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위한 핵심 축”이라며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장기물보다는 미국 국채나 국고채 등 중기·단기 채권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준으로 연 3~4%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금리 변동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6년 키워드는 ‘피지컬 AI’와 ‘달러’

김 본부장은 2026년 유망 자산군으로 산업 자체가 성장 국면에 있는 ‘피지컬 AI’(로보틱스·자동화·인프라 등)을 꼽았다. 올해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는 ‘달러’를 지목했다. AI를 중심으로 성장 스토리와 지정학적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달러의 방향성이 글로벌 자산 배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으로 ‘후행 추종’과 ‘리스크 분산의 오해’ 지목했다. 김 본부장은 “시장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상승장이 이어질 때 뒤늦게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인 의사결정 오류”라며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일수록 위험 대비 수익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 성과는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보유 기간이 짧아 수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변동성 국면에서는 다시 이탈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단순히 종목 수를 늘리는 것을 분산투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동일한 자산군 내 분산일 뿐 주식, 채권, 대체 등 서로 다른 자산군 간 배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자산 배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위험 대비 성과를 개선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시장 예측이 아니라, 자산 배분 원칙을 꾸준히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