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심 지하차도 침하, 대심도 공사 영향 철저히 규명해야
설계·시공 부실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부산의 동서를 잇는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가 개통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인근 도로에서 지반 침하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5일 오후 부산 동래구 내성지하차도와 해운대 수영강변지하차도 일대에서 발생한 침하로 주요 간선도로가 장시간 전면 통제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현장에서는 지름 1.5~2m 규모의 침하 수 곳이 확인됐고 주변 도로에서도 높이 차가 나타났다. 통행은 14시간이 지나서야 정상화됐다. 특히 만덕~센텀 대심도 인근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개통 직후 드러난 지반 이상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신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대심도 안전에 대한 시민 불안은 절대 가볍지 않다. 부산시는 대심도 공사 이후 되메우기(성토) 과정에서 지반이 약화됐을 가능성을 1차 원인으로 추측했다. 동시에 사고 전날 내린 60~80㎜의 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의문을 더 키운다. 80㎜ 안팎의 강우는 해마다 반복되는 수준인데, 이 정도 비에 도심 간선도로가 무너진다면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전반이 이미 실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심도 공사는 지하수 유출과 지반 침하, 싱크홀을 유발할 수 있어 사전 영향 평가와 공정별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부산시가 개통 전후 안전 점검을 과연 제대로 수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심도 공사는 지하 깊은 곳을 관통하는 만큼 지반 안정성 확보가 출발점이어야 한다. 특히 연약지반이 넓은 부산에서는 공사 전 영향 평가와 공사 후 장기 안정성 검증이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럼에도 개통 직후 인근 도로에서 침하가 발생한 것은 사전 예측과 대응이 충분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산 도심을 관통하는 또 다른 대심도 도로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는 이런 지반 침하가 공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통상적인 현상이었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은 2023년 2월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공사 중 발생한 대규모 토사 유출 사태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부산시는 내성지하차도 등 사고 지점을 직접 뚫어 원인을 규명하는 정밀 조사를 하고, GPR(지반 검사)을 활용해 대심도 인근 전 구간의 추가 위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되메우기 공정에서 시공사의 과실이나 날림 공사 정황이 드러난다면 엄중한 책임도 물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어느 지점에서 구조적 취약이 발생했고, 설계와 시공 전반에 부실이나 날림은 없었는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시민 안전은 어떤 명분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인 만큼, 시는 한 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전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결과를 시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게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