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인기 유감” 반나절만에… 김정은 “솔직-대범한 사람”

신규진 기자 2026. 4. 7. 04:3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李 “무인기 재발 않도록 제도 개선”… 트럼프 방중계기 관계 개선 모색
김정은, 김여정 담화 통해 호응
北 ‘리재명 한국 대통령’ 첫 호칭… 靑 “신속한 의사확인, 평화 기여”
北 “접촉 단념을”… 변화 신중론도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6일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명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를 통해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화답했다. 5월로 미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 온 정부는 북한의 호응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0개월간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번 화답을 두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걸고 남북관계 단절을 이어 온 북한의 변화 시그널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 李 대통령 유감 표명 반나절 만에 호응한 金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 원고를 읽으면서 북한에 유감을 표명하고 “관계부처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당장 집행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2월 외신 기자회견 당시 “(북한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자칫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 차마 말을 못 하고 있다”고만 했다. 무인기 사건을 수사한 군경 합동 태스크포스(TF)의 활동이 지난달 31일 종료된 것을 계기로 북한에 공식 유감을 표한 것. 앞서 TF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4차례 무인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침투시킨 30대 대학원생 A 씨 등 민간인 3명을 지난달 25일 기소했다. 이들의 대북 무인기 침투를 도운 국가정보원 직원과 현역 군인 2명도 같은 달 31일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김여정의 담화는 이 대통령이 북한에 유감을 표명한 지 반나절 만인 이날 오후 9시경 나왔다. 김여정은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언급한 건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면서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측 정상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한국에 책임을 돌리며 막말을 쏟아내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선 ‘삶은 소 대가리’ ‘특등 머저리’ 등으로 모욕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오물통 같은 골통’, ‘천치바보’ 등으로 조롱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선 지난해 8월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리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첫 실명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이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리재명 한국 대통령’이라고 실명과 공식 직함을 호명한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 있는 반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靑 “평화공존 노력 지속”, 김여정 “접촉 시도 단념해야 할 것”

청와대는 “이번 남북간 신속한 상호 의사 확인이 한반도 평화 공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무인기 대응과 관련한 후속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당장 집행 가능한 조치’를 당부한 가운데 정부는 항공안전법상 처벌 규정 강화 등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2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유감을 표한 이후 비행금지구역에서 승인 없이 무인기를 날릴 경우 대북 전단 살포와 마찬가지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전쟁 여파로 3월 말에서 5월로 미뤄진 미중 정상회담 전후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여러 첩보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기존 대남 단절 기조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만큼 이번 호응이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한국 측은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안전을 위해서도 무모한 일체의 도발행위를 중지하며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여도 외교는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며 “남북 관계 프레임이 아니라 남북이 서로 따로 살자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