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어 두 권 더… 다음은 해외 입양인 이야기"

권영은 2026. 4. 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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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작품 끝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내 차례' 기다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개인적으로는 40년 넘게 아동청소년 문학만 써온 데 대한 큰 선물 같고 '그동안 열심히 잘해왔다'는 인정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최주연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처럼 한국문학은 굵직한 국제 문학상을 타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림책 분야 역시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등을 통해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지요. 그에 비해 아동청소년문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이 세계적 관심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이금이(64) 작가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가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2년마다 시상되는 안데르센상의 최종 후보에 2024년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는 오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발표된다.

도서전 참석을 겸한 해외 체류차 출국을 앞둔 그를 지난달 29일 만났다. 1984년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등단한 이후 40여 년간 아동청소년문학 한 길을 걸어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운 그는 "어릴 적 외국 동화를 자양분 삼아 성장했던 것처럼, 이제는 해외 독자들이 한국 작품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신기하면서도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금이 작가가 지난해 펴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권인 '슬픔의 틈새'와 최근 출간된 청소년판(오른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내가 쓰고 싶은 게 동화이고, 내 작품의 독자가 어린이였으면 좋겠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내가 아동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아동문학이 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최주연 기자

그는 "내가 아니라, 아동문학이 나를 선택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아동청소년문학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시절,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줄곧 써왔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이라고 쓰는데 늘 아이가 등장하더라고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동화이고, 내 작품의 독자가 어린이였으면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밤티 마을 시리즈'(전 4권)의 시작을 알린 1994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은 작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그는 "이 책을 내고 작가가 된 지 10년 만에 독자로부터 첫 팬레터를 받았다"며 "독자의 존재를 처음 인식한 이후 글을 쓸 때 좀 더 독자를 염두에 두게 됐다"고 했다. 1999년 발표한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작가의 인장이 또렷이 찍힌 작품으로 꼽았다. 가족 결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 이후 그는 청소년소설로 영역을 넓혔다.

2004년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한 '유진과 유진'은 그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 그는 "아동청소년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소재라면 금기시하지 않고 쓴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로서든 독자로서든 아동청소년을 온전한 존재로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금이 작가는 "아동청소년문학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하고, 현실을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내되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른들도 함께 읽으며 '아, 우리 아이 마음이 이렇구나'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주연 기자

그의 시선은 역사와 시대로 옮겨갔다. 일제강점기 친일파 자작의 딸 '채령'과 가난한 소작농의 딸 '수남'이 국경을 넘는 여정을 그린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사진 신부'(결혼 이주 여성)로 하와이에 간 '버들' '홍주' '송화'의 삶을 담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강제 징용된 아버지를 따라 사할린으로 간 '단옥'의 일생을 그린 '슬픔의 틈새'(2025)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을 통해 성인 독자층까지 외연을 넓혔다.

그는 "애초에는 '20세기 한인 여성사'를 쓰려던 작업이었는데, 써놓고 보니 디아스포라 여성을 주제로 묶이더라"며 "3부작에 이어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두 권을 더 쓸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 작품은 스웨덴으로 입양된 여성 이야기가 될 거라고 귀띔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그는 이달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 3개월간 머문다.

그는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이제는 내 차례'라며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라며 "마음속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꺼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계속 쓴다"고 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여기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잘 써서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웃음)"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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