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신문 보냐고요? 우리 학교요"…6년 만에 종이 학보 찍은 건대 글로컬캠
6년여 만에 종이 학보 복간한 건대 글로컬캠
이한빛 편집국장·이준엽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학에 필요한 공론장, 신문이 그 역할 해야"

"신문 나왔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캠퍼스 곳곳으로 막 인쇄를 마친 따끈따끈한 종이 학보가 배포됐다. 강의동과 행정관 앞은 물론 매캐한 연기가 날리는 흡연구역 근처 벤치에도 한 무더기 놓였다. '아무도 안 보면 어떡하지.' 학보사 기자들의 걱정도 잠시, 200부가 금세 동났다.
3월 4일, 충북 충주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에 '건대학보' 신문이 돌아왔다. 지령 제361호. 이 대학이 학보를 종이 신문으로 낸 건 2019년 10월 제327호 발행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지난달 24일 학보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한빛(23) 건대학보사 편집국장은 "코로나19로 멈췄던 신문이 부활해 감회가 새롭다"며 생긋 웃음 지었다.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에 맞춰 1957년 제정돼 올해 70회를 맞았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기사를 읽고 인공지능(AI)으로 맞춤형 정보를 얻는 요즘 시대에 신문은 '멸종위기 종(種)' 취급을 받는다. 기성 언론도 앞날을 낙관하지 않는 종이 신문을 대학생들이 되살려낸 이유가 뭘까.
이 국장은 "기사와 독자가 만나는 방식을 바꿔야만 했다"고 힘줘 말했다.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교내 이슈 취재차 교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우리 학교에 학보사가 있었냐"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려운 여건에도 온라인 학보를 계속 발간해 온 기자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기사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닿지 않는다는 무력감도 컸다. 일례로 지난해 4월 전국 각지를 연결하던 통학 버스 노선 축소 문제를 한 달 가까이 취재해 보도했으나, 교내 커뮤니티에는 '버스 노선이 왜 줄었냐'는 글이 잇따랐다. 이 국장은 "우리가 원인을 분석해 기사로 썼는데 왜 아무도 모르는 건지 숨이 턱 막혔다"고 돌아봤다.

학보사 편집국에선 치열한 논쟁이 시작됐다.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자는 의견과 종이 학보를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기자들이 찾은 답은 '공론장의 필요성'이었다. 학생 대다수가 타지 출신이고 캠퍼스도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만큼, 정보를 공유하고 소속감을 심어줄 매개체가 있어야 하고 그 역할은 실체가 있는 종이 학보만이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올해 1월 드디어 학생지원팀으로부터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그렇게 기적처럼 복간이 결정됐지만, 신문 발간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인력이 부족했다. 기존 기자들이 퇴임하고 남은 인력은 편집국장과 평기자 단 2명뿐. 신문 8개 면을 채우기 위해 다급히 퇴임 기자들을 다시 불러 객원기자 3명을 충원했다. 인쇄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마감 압박도 컸다. 이 국장은 "오타, 오보가 있을까 봐 인쇄소에 최종 파일을 넘긴 뒤 손이 덜덜 떨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복간호에는 등록금 인상 관련 설문조사, 청년 취업난, 입학식 소식 등이 실렸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학보사 홍보부스에 찾아온 한 학생은 "등록금 인상 기사 너무 잘 봤다. 덕분에 학교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인사를 건넸다. "미처 못 챙겼는데 혹시 남는 부수가 있다면 달라"는 요청에 보관용 신문까지 꺼내와야 했다. 이 국장은 "온라인 발행 시절 전무했던 독자 제보와 인터뷰 제안도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며 "독자 참여 코너도 단 한 번 공지만으로 마감됐다"고 뿌듯해했다.
학보사 편집인인 이준엽(41)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알고리즘 영향을 받는 온라인과 달리 종이 학보는 구성원 시선에서 선택되고 해석된 이슈와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공론장으로서 한층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기사의 서사와 맥락을 통해 종합적·비판적 사고는 물론 문해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기사를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학생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깨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와의 연대는 대학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 교수는 "학보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공식 창구"라며 "충주시의 청년 정책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반대로 청년들의 문제를 시 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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