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7일 오후 8시 ‘운명의 시한’… 트럼프-이란, 누가 더 초조할까

권순욱 2026. 4. 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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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최후통첩’과 15개항 압박
이란 “영구 휴전만이 유일한 퇴로”
이란은 ‘경제적 붕괴’ vs 트럼프는 ‘정치 생명’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중동의 운명을 가를 ‘데드라인’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7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 시간 8일 오전 9시)가 임박하면서 미국과 이란은 단 한 치의 양보 없는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화학단지 폭격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세계 경제와 안보 지형은 유례없는 불확실성 속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한을 “최종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협상 결렬 시 이란의 심장부인 발전소, 교량, 주요 통신 시설 등 민간 인프라를 포함한 ‘전방위적 초토화 공습’을 단행할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강공을 펼치는 배경에는 ‘역사적 성과’에 대한 집착이 깔려 있다. 그는 단순한 적대행위 중단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 핵 프로그램 폐기, 미사일 개발 중단 등 이른바 ‘15개 항의 포괄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 오바마 정부의 핵 합의(JCPOA)를 완전히 넘어서는 ‘트럼프식 신질서’를 중동에 이식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전쟁 비용을 동맹국들에 분담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워 미국 내 고립주의 여론까지 달래는 영리한 정치적 포석을 두고 있다.

이란의 처지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아살루예 석유화학 단지가 파괴되면서 국가 수출 수입의 85%가 증발했다. 경제적 질식 상태에 빠진 이란 정부로서는 이번 협상이 정권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란은 파키스탄과 이집트 등 중재국들이 제안한 ‘45일 임시 휴전안’에 대해서는 일단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일시적인 총성 중단은 미국에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줄 뿐”이라며 “국제사회가 보증하는 영구 휴전과 체제 보장, 그리고 경제 제재의 즉각적 해제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유일한 전략 자산인 ‘해상 봉쇄’를 지렛대 삼아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배수진이다.

협상이 급물살을 타던 시점에 발생한 이스라엘의 석유화학 단지 폭격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변수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켜 미국의 협상력을 높여주려 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란의 퇴로를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이란의 강경파를 자극,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가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란 내에서는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란 군부는 미국의 공습이 시작될 경우 바브엘만데브 해협 추가 봉쇄와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상상 이상의 타격’을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타격 면에서 이란이 훨씬 조급한 처지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 기간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시한 내 합의에 실패해 미국의 ‘초토화’가 시작된다면 이란은 사실상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전쟁이 장기화되어 유가가 폭등할 경우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자신의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미 미국 내 여론은 최악이다. 심지어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도 분열됐다. 향후 하원 선거 전망도 어둡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거푸 ‘초토화’를 공언했지만 세 차례나 시한을 연기한 상황이다. 이번에도 빈손으로 물러난다면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란은 ‘국가 존립’을 위해, 트럼프는 ‘정치적 명운’을 위해 서로의 목줄을 겨누고 있는 셈이다.

현재 유일한 희망은 파키스탄이 주도하는 ‘이슬라마바드 협정’ 초안이다. 이 안은 우선 45일간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이 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 개방하며 영구 종전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여는 ‘2단계 로드맵’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화요일에 큰 결단이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친 것도 이 중재안에 대한 물밑 접촉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음을 시사한다. 만약 이란이 이 제안을 수용한다면 중동은 극적인 평화 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끝내 ‘영구 휴전’ 확답을 요구하며 버틴다면 한국 시간 8일 오전 9시는 대규모 전쟁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길목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한 도박의 끝이 ‘세기의 합의’일지, 아니면 ‘제5차 중동전쟁’의 서막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워싱턴과 테헤란의 입술에 집중되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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