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아이 덕에 약 끊어… 여성은 원치 않는 중독 많아”

김나영 기자 2026. 4. 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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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둑 무너진 한국]
여성 회복 모임 만든 40세 엄마
“대부분 주변 남성에 의해 빠져
신참들 돕는 큰 언니 되고싶어"
마약 중독에서 회복한 여성 중독자 '도로시(가명)'씨가 6일 오후 경기 시흥시 일대에서 시민들 사이로 걷고 있다. 15년간 약물(필로폰)을 하다 단약한 도로시는 "아이의 엄마가 된 순간부터 약을 끊어야 겠다고 다짐했다"며 "단약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을 함께하니 행복하다. 중독자들에게 단약이 주는 안정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시험관 시술에 두 번 실패하고, 약에 다시 손을 댔어요. 그런데 몸이 망가졌을 무렵 기적적으로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한때 마약에 중독됐던 도로시(가명·40)씨는 마약을 끊게 된 계기를 아이 때문이라고 했다. 단약(斷藥·약을 끊음) 3개월 차였던 2021년 12월, 도로시씨는 임신 소식을 들었다. 그는 “제 인생을 바꾸려면 가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편과 헤어질 생각까지 했고 약에 다시 손을 댔었다”며 “아이가 생긴 이후 6년째 단약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도로시씨가 처음 마약을 접한 건 열아홉 살 무렵.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가정 환경이 썩 좋지 않아 열일곱 살에 가출을 하고 비행청소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약을 배웠다”고 했다. 도로시씨가 본격적으로 약물에 중독된 건 2012년 사고로 가까운 지인을 잃은 후였다. 도로시씨는 “그전에는 3~4개월에 한 번씩 조절하면서 했지만 그 이후로는 마구잡이로 마약을 했다”고 했다. 23세에 상경한 그는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중독자 생활을 이어갔다.

교도소에 들락날락하길 세 차례, 그가 겪은 ‘향방(마약사범들을 모아두는 거실)’은 아수라장이었다. 도로시씨는 “파란명찰(마약사범이 다는 명찰)들이 모인 향방은 교도관들도 포기한 방이었다”며 “내가 겪어 본 중독자 대부분은 정신과 약을 빻아서 먹은 뒤 몽롱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한 방에서 지내던 이들이 교도소를 나서자마자 ‘출소뽕(출소한 뒤 곧바로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하고, 다시 수감되는 사례도 여럿 봤다고 했다.

여성 중독자 중에는 원치 않게 마약에 손을 댄 경우가 적잖다고 도로시씨는 말했다. 연인이나 친구 등 주변 남성들이 몰래 약을 음료에 타는 식으로 서서히 중독시킨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로시씨는 “약에 취한 여성들은 쉽게 성범죄의 타깃이 되고 중독성도 심해 여자의 인생을 망치는 길”이라고 했다.

도로시씨는 작년 10월 세상에 나온 여성 중독자들과 ‘새봄 NA 모임’을 만들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마약 유혹을 끊어내자는 취지다. 중독에서 회복하려면 과거 부끄러운 경험까지 솔직하게 꺼내놓는 ‘비워내기’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도로시씨는 “신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큰 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새봄 NA 모임에는 여성 중독자 5~7명이 각자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회복 의지를 다진다. 이들은 서로의 재판을 방청하러 가고, 잘 아는 병원을 소개해준다.

도로시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회복 지원가 양성 과정을 마치고 강사로 활동 중이다. 회복 지원가가 되면 마약류 재범 방지 교육과 조건부 기소유예 재활 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도로시씨는 “혼자선 중독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며 “마약은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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