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같이 디톡스 하실 분”… ‘동행 목욕탕’에 빠진 MZ

김도균 기자 2026. 4. 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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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없이 피로회복에만 집중”
가입자 2000명 넘은 동호회도
부산의 한 목욕탕에서 ‘명상 프로그램’이 열렸다. 참가자들이 온탕에 나란히 누워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다. 요즘 공중목욕탕에서 함께 목욕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20·30대가 늘고 있다. 동호회도 유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달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의 한 공중목욕탕. 20~40대 남녀 5명이 수영복 차림으로 사우나에 둘러앉았다. “땀을 충분히 뺐으니 옮겨 가볼까요?” 요가 강사 지도에 따라 전신 스트레칭을 마친 이들은 곧장 냉탕에 전신을 담갔다. 사우나와 냉탕을 반복해 오가는 일본식 목욕법 ‘토토노이’다. 1시간 정도 목욕을 함께한 참가자들은 서로 이름도 묻지 않았다. 참가자 오모(42)씨는 “목욕에 집중하고 헤어지는 게 ‘힙’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공중목욕탕이 MZ세대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목욕탕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도파민 디톡스(단절)’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목욕 동행’을 구해 함께 목욕을 즐기는 모임도 유행하고 있다. 이런 모임에선 신상 정보를 교환하지 않는다. 감정 소모 없는 느슨한 교류를 통해 피로 회복에 몰두하자는 것이다.

작년 말 문을 연 서울 마포구 화력발전소 내 공중목욕탕에도 MZ세대가 몰리고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하루 평균 600명이 방문하는데 예상과 달리 전체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라고 했다.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장모(30)씨는 “탕 안에서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게 재미”라고 했다.

목욕 동행을 구하는 동호회도 활발하다. 직장인 정인모(35)씨가 운영하는 동호회에는 2000명이 가입했다. 대다수가 MZ세대다. 회원들은 즉흥적으로 만나 목욕을 즐긴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동호회와 비슷한 규모의 동호회가 여럿 있다.

2000년대 초 1만여 곳이던 전국 목욕탕은 치솟는 운영비와 코로나로 인해 작년 기준 5646곳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목욕탕도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목욕탕은 지난달부터 러닝과 목욕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회당 10여 명의 참가자가 선정릉 주변 5㎞를 달린 뒤 목욕을 즐기는 식이다. 직장인 설모(27)씨는 “주말마다 함께 러닝하고 목욕하는 게 취미가 됐다”고 했다.

부산에서 목욕탕을 하는 정다운(40)씨는 사우나 요법과 명상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지난달 도입했다. 목욕탕에서 재즈와 올드팝을 틀어주고 굿즈도 판다. ‘다 때가 있다’ 등 문구가 적힌 반소매 티셔츠나 사우나용 모자, 열쇠고리 같은 물건들이다. 인근 목욕탕에는 책 2000권을 비치한 라운지도 열었다. 김수철 한국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업장마다 MZ세대를 끌어들일 시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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