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없지만, 터치다운의 짜릿함은 그대로

지난달 21일 미국 LA의 BMO 스타디움. 손흥민 소속팀 LA FC의 홈구장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이곳에 NFL(미 프로풋볼)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톰 브래디(49)가 등장했다. 엉덩이를 쏙 빼며 달려드는 상대를 날렵하게 따돌린 브래디가 긴 패스를 찔러 넣어 터치다운을 완성하자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수퍼볼을 7번 제패하고 2023년 은퇴한 ‘살아 있는 전설’이 3년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온 이유는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 이벤트 매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경기는 플래그 풋볼이 2028 LA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된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브래디 외에도 2025년 수퍼볼 MVP 제일런 허츠(필라델피아 이글스), 2024시즌 터치다운 패스 1위를 차지한 조 버로(신시내티 벵갈스) 등 NFL를 주름잡는 쿼터백들이 대거 출전했다. 러닝백 세이콴 바클리(필라델피아 이글스), 와이드리시버 다반테 애덤스(LA 램스) 등 초호화 공격진에, 스타 스노보더 클로이 김의 남자 친구로 유명한 리그 최고 수비수 마일스 개럿(클리블랜드 브라운스)도 함께했다.

LA 올림픽에서 스쿼시와 함께 정식 종목으로 처음 선을 보이는 플래그 풋볼의 뿌리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들은 휴식 시간 평소 즐기던 풋볼(미식축구)을 하고 싶어 했으나 부상은 곧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상대를 넘어뜨리는 대신 손으로 몸을 터치하거나 바지 뒤에 꽂은 손수건을 낚아채는 방식으로 경기를 변형했다. 이후 1950년대 애리조나주의 한 교사가 허리에 착용하는 ‘플래그 벨트’를 고안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스포츠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NFL 기준으로 길이 110m, 너비 49m의 넓은 경기장에서 11명이 맞붙는 미식축구와 달리 플래그 풋볼은 길이 64m, 너비 23m의 콤팩트한 그라운드에서 5대5로 승부를 펼친다. 미식축구가 태클로 상대를 쓰러뜨려 공격을 저지하는 반면, 신체 접촉이 금지된 플래그 풋볼은 상대 허리 양쪽에 달린 길이 38㎝의 플래그 두 개 가운데 하나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끝낸다. 공격 팀은 네 번의 공격 기회에서 중앙선을 넘어야 새로운 네 번의 기회를 얻고, 그 네 번 안에 공을 들고 상대 엔드존에 들어가거나 엔드존에서 패스를 받으면 터치다운(6점)을 기록한다. 이를 성공하지 못하면 공격권은 상대에게 넘어간다. 터치다운 이후에는 추가 공격 기회가 주어지며, 5야드 지점에서 시도해 성공하면 1점, 10야드 지점에서 성공하면 2점을 더 얻는다.
거구들이 온 힘을 다해 부딪히는 박진감이 미식축구의 매력이라면, 플래그 풋볼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기술과 스피드의 향연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수비를 따돌리는 현란한 스텝, 이른바 ‘주크(Juke)’는 플래그 풋볼의 백미로 꼽힌다. 엄연히 종목이 다른 만큼 NFL 스타들이 모인 팀도 이날 현 미국 플래그 풋볼 대표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 대표팀은 NFL 스타 팀과 세 차례 맞붙어 결승에서 24대14로 이기는 등 모두 여유 있게 승리를 챙겼다.
NFL 스타 쿼터백 버로는 경기 후 “미식축구보다 훨씬 템포가 빠르고 수비수들의 손이 매섭다”며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수퍼볼 3회 우승의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는 “내 플레이 스타일이 플래그 풋볼에 얼마나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더 젊은 선수들이 나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현 국가대표 선수들의 시선은 보다 신중하다. ‘플래그 풋볼의 머홈스’로 불리는 대럴 두세트 3세는 “NFL 스타들도 올림픽 출전을 원하겠지만, 공정한 선발 경쟁을 거쳐야 한다”며 “우리가 이 종목을 위해 쌓아온 시간과 기술은 쉽게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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