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7. 김양진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2리 이장
김양진 이장, 선진지 견학 계기 변화 다짐
농림식품부 창조적 마을 만들기 공모 선정
황금측백나무 식재·CCTV 설치 등 탈바꿈
어르신 효 잔치·조개잡이 축제 등 주도
행안부 장관 표창·마을행정의 달인 포상
발전소 건설 보상금 마을 수익사업 전환
건물 2채 매입…현재 30억원 가치 상승
“주민·행정 소통하며 초심 잃지 않을 것”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10리에 걸쳐 넓게 펼쳐진 동해안 대표 명사십리(明砂十里) 삼척 맹방 해변가에 자리잡은 근덕면 하맹방2리. 그 마을에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장직을 맡아 인생의 황금기를 고스란히 바치고 있는 젊은 이장, 김양진(58·사진) 이장이 있다. 2014년부터 이장직을 수행했으니 올해로 꼭 13년차를 맞이한다. 이 마을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의 헌신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바다와 인접한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이 곳은 이제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 체험 마을’이자 ‘복지 공동체’로 탈바꿈하며 쉽지 않지만 의미있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마을 행정의 달인(2020년)’ 김양진 이장을 만났다.

■ 울컥한 분노가 일군 ‘조개마을’ 신화
김양진 이장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한다. 전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 불편함과 각종 마을 공모사업을 챙기느랴 피곤할 법도 하지만, 혹시 밤사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을 까 하는 걱정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김 이장은 눈꼽만 겨우 떼고 자신의 오래된 승용차에 몸을 싣고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구석구석 한 바퀴를 돌며 살핀 뒤 맹방해변까지 확인해야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자신의 2000평 논을 들여다 보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건설 관련 일을 처리하고 나면 곧바로 마을 일이다. 매일 아침마다 근덕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마을과 관련된 일을 의논하고 중요한 시책 사업 등에 대해 꼼꼼히 체크한다. 어쩌다 마을 발전을 위한 공모사업을 발견하면 공무원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반드시 따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하나둘 모이고 쌓여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는 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김 이장이 처음 이장직을 수락했을 때만 해도 하맹방2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감도는 작은 마을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우연히 떠난 선진지 견학이었다. 같은 농촌이면서도 눈부시게 발전한 마을 모습에 김 이장은 ‘울컥한 분노’와 함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주변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 “효(孝)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주민 삶을 살피는 복지사령관
김양진 이장은 매일 반드시 하는 일과가 있다. 바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만나 밤새 편안한지 안부를 묻는 일이다. 주민 삶을 살피는 ‘복지 사령관’을 자처하는 김 이장의 어르신 사랑은 근덕면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김 이장 스스로도 가장 뿌듯하게 여긴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있는 ‘근덕면 어르신 효 잔치’를 여는데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매번 1000여 명의 지역 어르신을 모시는 이 대규모 행사는 김 이장의 헌신적인 기획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또 2018년부터 이어온 취약계층 김장김치 나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유채꽃 나들이’ 등은 소외된 이웃 없이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2023년에는 노인 일자리 창출 및 어르신 빨래 등을 돕기 위한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사업’ 유치에도 기여했다.
재난 현장에서도 그의 리더십은 빛났다. 옛날 삼척 국도 7호선 유조차 전소 사고 당시,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하천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농수로 긴급 정비에 앞장섰다. 20대 초반 고향을 떠났다가 10여 년 만에 돌아온 그에게 고향은 곧 부모님과 어르신들과의 추억이었다. 그 진심 어린 마음은 수많은 직함으로 이어졌다. 이장직을 비롯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이장단협의회장, 개발자문위원장 등 명함 한 장이 모자랄 정도다. 이러한 공로로 2020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과 강원도지사 인증 ‘마을행정의 달인’ 등 다수의 포상을 받았다.
■ “모두 주민 덕” 초심 잃지 않는 가교 역할
김 이장은 안정적인 마을 발전을 위해 그에 걸맞는 마을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여름 맹방해변에서 진행하는 ‘조개잡이 축제’를 주도한 것을 비롯해 삼척 맹방해변에 관광 친수시설 조성 등에 기여했다. 맹방해변의 해안 경관을 활용한 해변공원이 제대로 조성될 경우 이전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게 되고, 이는 마을 민박 사업에 직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맹방해변에 설치된 BTS 관련 조형물이 철거될 당시에도 새로운 ‘맹방해변 포토존’을 설치하는데 앞장섰고, 관광객 맞이를 위해 하맹방 마을 진입로와 솔밭 산책로에 황금측백나무 500그루를 심었다. 하맹방 조개마을에 유아숲 체험원을 조성한 것도 가족단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다.
김 이장은 나아가 인근 발전소 건설에 따른 보상금을 곧바로 주민들과 나눠 쓰기 보다는 항구적인 마을 수익사업으로 전환했다. 삼척시내에 건물 2채를 매입해 현재 30억원의 가치로 상승시킨 것은 물론,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매달 600만원씩, 연간 7000만원)을 거두고 있다. 김 이장은 처음 이장직을 수락했을 당시만 해도 마을 재산이 3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5억원이나 되는 것도 김 이장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다. 김양진 이장은 특히 13년 가까운 세월을 마을에 바치며 깨달은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43회에 걸쳐 주민 역량 강화 교육 및 선진지 견학을 실시했다. 마을이 발전하려면 주민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현재 도시농업연구회 수석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마을의 소득 증진을 위해 초당저수지 소하천에 개복숭아 500주를 식재하는 등 먹거리와 볼거리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마을을 위해 바친 김 이장에게 소회를 묻자 그는 모든 공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김 이장은 앞으로도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이웃을 먼저 살피는 ‘초심 잃지 않는 이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구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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