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 아니면 안돼"… 광주 정비사업 덮친 '하이엔드 앓이'

김석희 수습기자 2026. 4.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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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동·광천동 등 알짜배기 구역
래미안·디에이치 등 유치 안간힘
신세계·더현대 부지 브랜드 관심
지역 건설사 '프리미엄' 전략 올인
건설사 "공사비 부담"… 동상이몽
광주광역시 광천동 재개발사업 '디 에이치' 아파트 조감도. 현대건설 홈페이지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광주광역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하이엔드급(최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향한 뜨거운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내 희소가치가 높은 최상위 브랜드를 유치해 단지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지역 랜드마크로 도약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분양 시장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건설사들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맞물리면서, 실제 하이엔드 브랜드 안착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광주 부동산 한파 속 '하이엔드' 러브콜 후끈
지역 내 대단위 주택재개발사업 조합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타깃은 단연 삼성물산의 하이엔드 브랜드 '래미안'이다. 광주는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래미안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인 만큼, 이를 유치할 경우 압도적인 희소가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총사업비 1조 8000억원대, 4700세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가동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이 '래미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초 서남권 최초로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추진했으나, 악화된 부동산 시장 상황과 고분양가 갈등으로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현재 내부 갈등과 시공사 미선정 등으로 분양 일정이 멈춰 선 신가동 조합은 오는 12일 정기총회를 열고 새 조합장을 선출한다. 특히 차기 조합장 후보 가운데 '래미안 재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이들이 있어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입찰 전 참여 의사를 밝히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지난해 최종적으로 불참 입장을 통보한 바 있다.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조합 역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 사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시공사 선정 당시 광주 최초로 '디에이치 루체도르'라는 단지명을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 급등과 조합원 부담금 경감을 이유로 타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추가로 제안하며 기류가 묘해졌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현대건설과의 협상에서 디에이치 이외의 브랜드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으며, 총회를 통해 최종 협상안은 디에이치로 결정됐다"고 못 박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래미안 리오센트 사진. 삼성물산

임동·광천터미널 부지도 '하이엔드'입점 기대감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부지들 역시 프리미엄 하이엔드 브랜드 입점 기대감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더현대 광주'가 입점하는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는 4315세대(총면적 13만 8000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가 조성된다. 앞서 2025년 9월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분양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포기하며 난항을 겪었으나, 최근 대형 건설사들과 다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포스코이앤씨의 '더샵' 또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GS건설의 '자이(Xi)'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학교 일조권 확보를 위한 고도제한 문제로 층수가 49층에서 25층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광주 신세계'가 들어설 광천터미널 복합개발 사업 부지도 관심사다. 총 2단계로 나눠 추진되는 이 사업은 현재 1단계인 백화점 건설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며, 2단계인 567세대 규모의 주거시설은 1단계 마무리 후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았으나 입지의 상징성 덕분에 최고급 브랜드 입점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이 높다.

결과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 분양 시장과 미분양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공사, 그리고 단지 가치 하락을 막으려는 조합 및 시행사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는 형국이다.

부동산 한파 속 지역 건설사도 '고급화' 전략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브랜드 아파트를 향한 지역민들의 갈증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제 '2026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힐스테이트(현대건설), 롯데캐슬(롯데건설), 래미안(삼성물산) 등 고급 브랜드들이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광주 역시 지난 2010년 서구 쌍촌동에 '힐스테이트'가 첫선을 보이며 큰 호응을 얻은 이후, '아이파크', '푸르지오', '두산위브' 등 1군 건설사들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들어설 때마다 높은 수요를 증명해 냈다.

이러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호반건설(베르디움), 우미건설(린), 중흥건설(S-클래스) 등 광주·전남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사들도 서울로 거점을 확장하며 상위 브랜드로의 도약을 꾸준히 꾀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침체가 길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프리미엄과 하이엔드 브랜드는 확실한 수요층을 바탕으로 선방하고 있다"며 "입지 조건만큼이나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뚜렷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