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26] 대범하고 단순한 마네의 꽃

1882년,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1832~1883)는 병상에 있었다.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다가 꽃다발을 두고 갔다. 마네는 이들을 꽃병에 꽂아 두고 작은 화폭에 그렸다. 이렇게 병상에서 그린 작은 꽃그림이 스무 점이다. 마네는 이들을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고, 때로는 가까운 컬렉터들이 구입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발명, 탐험, 모험, 사냥, 최면술과 예술을 모두 섭렵한 허풍선이로 유명한 외젠 페르튀제도 있었고, 고급 매춘부로서 살롱을 운영하며 예술가는 물론 정치인과 부유층에게 지적 교류의 장을 제공했던 메리 로랑도 있었다.
마네는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 같은 대작(大作)을 통해 파리 상류층의 문란한 삶을 직설적으로 그려내 문화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그는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 당시에도 전쟁터가 된 파리를 떠나지 않고 거리의 참상을 냉정한 눈으로 그려 공개한 드문 화가다. 행적으로만 보면 거칠고 반항적일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마네는 파리의 상류층 출신으로, 사교적이고 예의 바르고 다정하고 관대했다. 각별히 지내던 이들의 면면이 다양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붓을 몇 번 놀렸는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마네는 대범하고 단순하게 그렸다. 그의 손끝에서 갓 피어나 보드랍고 탄력 있는 꽃잎의 다채로운 색상과 물과 햇빛을 함께 담아 맑게 빛나는 꽃병의 질감이 살아난다. 이 그림을 그리고 몇 달 뒤 마네는 오래 앓던 병으로 괴사한 다리를 절단한 끝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꽃에서는 타는 듯한 그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지기 전에 가장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그림 속에 붙잡아 두려 했던 화가의 다정한 눈빛과 손길이 느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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