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거래동맹 압박 속 커지는 ‘안보청구서’[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의 핵심 기조로 내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가속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가방위전략(NDS)’에 적시한 대로 동맹국의 자국 방어 책임을 강화하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함 파견 요구에 호응하지 않은 주요 동맹국을 누차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한미군을 거론하며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정부 소식통은 “‘기브 앤드 테이크’ 가 뼛속까지 철저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추가 차출이나 감축, 전략자산 재배치 축소 등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더 비싼 ‘안보 청구서’가 날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우리 안보에 전방위적이고 심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북한은 한미동맹의 ‘균열’ 조짐을 주시하면서 한미 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미 본토의 주요 도시를 동시에 때릴 수 있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신형 고체엔진을 공개하면서 “우린 이란과 다르다”고 미국에 으름장을 놨다.
이에 앞서 대남 전술핵 타격무기인 초대형방사포의(KN-25) ‘무더기 발사’를 2년 만에 직접 지휘하면서 대남 선제 핵 타격 협박을 했고, ‘북한판 이지스함’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도 참관했다. 유사시 땅과 바다 어디서든 전술핵을 실은 순항미사일로 한국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북한은 4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분산된 현 상황에 쾌재를 부를 것이다. 특히 이란 전쟁의 군사적 지원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파열음이 커질 경우 이를 ‘전략적 호기’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한미동맹이 균열 조짐을 보일 때마다 북한은 남남 갈등과 도발의 수위를 높여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동맹의 이완과 북한의 대남 공세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총체적 안보 위기로 비화되는 시나리오다. 핵무력 고도화 등 북한의 위협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대규모 차출이나 감축이 현실화되고, 이를 둘러싼 한미 간 파열음이 커질 경우 동맹의 내구성과 대북 억지력 자체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와 군은 “한미동맹과 대비 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동맹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은 선언적 메시지보다 위기에 버금가는 안보 전략 환경에 맞춰 실질적 대응을 모색하는 게 급선무라고 필자는 본다.
이를 위해선 한미 간 고위급 전략 소통을 보다 촘촘하게 가동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상시적 차출 등에 대비한 연합방위태세와 대북 억제력의 유지 방안에 대해 사전에 충분하고 심도 있는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할 대북 방공망과 정밀타격 전력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공동 계획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군의 독자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작업도 더 고삐를 죄어야 한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 대량응징보복 체계 등 3축 체계를 조기 완성해 실질적 운용 능력을 완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 같은 노력은 자주국방이 동맹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을 보다 탄탄히 하는 기반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한미 간 빈틈없는 조율과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당국은 어떤 경우에도 연합방위태세에 금이 가지 않도록 주한미군의 운용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미측과 동맹을 다지는 노력을 경주하길 바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촉발한 동맹 리스크가 동맹의 균열이나 파열로 비화되는 사태는 미연에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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