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기폭제 삼아 목숨 걸고 싸우겠다”던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의 투지, 선수들이 화답하며 셧아웃 승리로 ‘배구 특별시’를 뒤집어놓았다 [천안 CH 3차전 리뷰]
남정훈 2026. 4. 6. 21:11
[천안=남정훈 기자] “우리 선수들이 분노를 기폭제 삼아 목숨 걸고 싸워줄 것이라 믿는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이 열린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경기 시작 전부터 코트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홈팀인 현대캐피탈 서포터스석에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현수막이 등장했을 정도다.

현대캐피탈 팬들이 분통이 터진 사연은 이랬다. 지난 4일 열렸던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 14-13 현대캐피탈의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레오(쿠바)의 강서브가 사이드라인에 물리게 들어가 ‘게임 엔딩 서브에이스’가 되는 듯 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레오의 공이 코트에 떨어진 접지면 옆으로 사이드라인 안쪽 흰 선이 보여 V리그 ‘로컬룰’ 상으로 아웃 판정을 받았다. 결국 듀스 승부에 돌입했고, 접전 끝에 대한항공이 18-16으로 승리하며 1,2차전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경기 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은 “승리를 강탈당했다. 총재와 심판위원장이 모두 같은 굴레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배구연맹(KOVO)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KOVO 총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대한항공 배구단 구단주다. 민감한 선 넘는 발언을 쏟아낼 정도로 블랑 감독 및 현대캐피탈 모든 구성원들이 격분했다.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2패가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블랑 감독은 전의를 불태웠다. “기록상으로 2패로 몰려있지만, 우리는 이미 인천에서 1승을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 천안에서 2승을 한 뒤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가려내겠다”라면서 “선수단에도 분노가 가득 차있다. 분노에 잠식되면 안 좋지만,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억울한 분노의 감정을 투지로 발산해주길 바란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블랑 감독의 기대대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분노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발산하며 1세트부터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였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쳐보이며 세트 스코어 3-0(25-16 25-23 26-24) 완승을 거뒀다. 2패 뒤 1승을 챙긴 현대캐피탈은 기사회생에 성공했고, 대한항공은 기세가 끊겼다.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 풀 세트 접전, 챔프전 1,2차전도 풀세트 접전까지 4경기 도합 20세트를 하느라 체력이 빠질 법도 했지만,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의 ‘배수의 진’은 생각보다 훨씬 거셌다. 현대캐피탈은의 1세트 팀 공격 성공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16-9에서 레오는 서브에이스가 터뜨린 뒤 홈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2차전 서브에이스 아웃판정의 억울함을 떨쳐내려는 몸부림 같았다. 그 순간 유관순체육관이 떠나갈 듯한 함성소리가 가득 찼다. 그야말로 ‘배구특별시’다운 응원열기였다. 그만큼 이날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하나되어 대한항공과 맞섰다.

시소게임으로 진행되던 2세트를 뒤집은 것도 레오의 강서브였다. 18-19에서 강서브로 대한항공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상대 범실과 블로킹 득점을 유도해내며 20-19 역전에 성공한 뒤 네트에 맞고 떨어지는 행운의 서브에이스까지 터져 나왔다. 이후 안정적으로 리드를 이어간 2세트까지 집어삼켰다.

3세트도 초반부터 4~5점 차 넉넉한 리드를 이어나가며 압승을 거두는 듯 했으나 대한항공도 호락호락하게 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17-11에서 세트 중반 교체해 들어온 임재영이 블로킹 3개 포함 연속 5점을 내며 순식간에 경기를 접전 양상으로 만들어냈고, 이후 일진일퇴 공방전 끝에 듀스에 돌입했다.



듀스의 승자는 현대캐피탈이었다. 레오의 후위공격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든 현대캐피탈은 이어진 랠리에서 허수봉이 상대 쓰리 블로킹의 견제를 뚫고 퀵오픈을 성공시키며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다.

레오가 63.64%의 공격 성공률로 양팀 통틀어 최다인 23점을 몰아쳤고, 허수봉이 17점을 올리며 뒤를 든든히 받쳤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이 13점, 정지석이 12점으로 분전하고 임재영이 3세트에서 ‘씬 스틸러’ 역할을 했지만, 현대캐피탈의 기세를 막아내는 데 실패했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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