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직업교육①] “인문계 와서 기술 배운다”…교실 밖 선택한 고3들
일반고 특화훈련,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6만 명 배출
경기도 67개소로 전국 최다 거점…36개 직종 ‘골라 듣는 재미’
100% 국비 지원에 훈련 장려금까지…‘꿈을 향한 단단한 첫걸음’


# 지난해 3월, 도내 한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A씨는 요리 실습복을 입고 수업에 나섰다. 친구들이 교실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시간, 그는 학교 밖 훈련기관에서 조리 실습을 했다.
중학교 시절 A씨는 특성화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인문계고에 진학했다.
그는 "부모님이 너무 이른 시기에 진로를 정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며 "국·영·수와 같은 기본적인 공부를 더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A씨는 "이제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며 직업훈련 참여를 결정했다.
"이론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대회에 나가고, 대학 교수님들을 직접 만나며 능력을 키운 덕분에 오히려 대학 진학 시 가산점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는 A씨는 올해 도내 대학의 호텔조리학과에서 진로에 대한 확신을 굳혀가고 있다.
# 반면, 같은 나이의 B씨는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인문계 고등학교 외의 선택지를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진로가 명확하지 않았고, 통학 부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그때는 특정한 분야를 진로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집에서 가까운 인문계고를 선택했지만,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 직업훈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뒤늦게 제과제빵에 관심을 가진 그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제과·제빵 기능사는 물론, 바리스타 1·2급 자격증까지 총 4개의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이처럼 최근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대학 진학 대신 직업훈련을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문계고 진학 이후 뒤늦게 진로를 탐색하게 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은 진로 선택의 또 다른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고 특화훈련'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협업하여 지난 2015년 처음 도입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대학 진학이 아닌 조기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고 3학년 학생들에게 1년 동안 직업훈련기관을 통해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한다.
통계에 따르면 도입 첫해인 지난 2015년 3천437명이었던 훈련 인원은 2022년 6천81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지난해에만 약 5천800여 명의 학생이 이 과정을 통해 사회 진출을 준비할 수 있었다.

현재 전국 217개 훈련기관에서 527개 과정이 운영 중인 가운데, 경기도는 67개소의 훈련기관이 밀집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다양한 산업 기반 덕분에 도내 학생들은 전국에서 가장 폭넓은 선택권을 누리고 있다.
학생들은 약 10개월(1천156~1천300시간) 동안 전공 교과뿐만 아니라 노동인권 교육 등을 이수하며 단단한 사회인으로 거듭난다.
일반고 특화훈련은 훈련비 전액 국비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고3들의 경우 국민내일배움카드 이용 시 본인 부담금 없이, 수강료가 카드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국가가 전액을 책임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비용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또한, 출석률 80% 이상을 유지할 경우 장기 훈련에 따른 생활 지원을 위해 월 최대 20만 원의 훈련장려금이 지급되어 학생들의 안정적인 참여를 독려한다. 대학 등록금 걱정 대신 오히려 장려금을 받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반고 특화훈련'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인문계 비진학 청년들에게 사회보장적 안전망이 되어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박지우 기자※국민내일배움카드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직업능력개발 지원 제도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부터 재직자, 경력단절자까지 폭넓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카드를 신청·발급받아 필요한 훈련과정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수요자 중심' 제도로, 직무 역량을 스스로 설계하고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교육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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