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삼성 흔들리면 나라 망하나··· 한국 경제 덮친 과잉 공포
위기설 증폭된 한국 경제
본질 잃고 저항 남은 파업
대립보다 힘 빼기 나설 때
공포 전염 끊을 해법 시급

주말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 운전대를 잡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분통을 터뜨리게 된다. "도대체 앞에서 무슨 대형 사고가 났길래 이 난리야? 트레일러라도 뒤집어졌나?" 한 시간 넘게 엉금엉금 기어가다 마주한 막힘의 끝자락엔 허탈함만 남는다. 찌그러진 범퍼 조각은커녕 비상등을 켠 차 한 대 없다.
이를 유령 정체라 부른다. 맨 앞의 누군가가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무심코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을 뿐인데 뒤차가 놀라 조금 더 세게 밟고, 그 뒤차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1㎞ 뒤에서는 차가 아예 멈춰버리는 현상이다. 사고는 없었지만 브레이크를 밟은 파동이 뒤로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져 거대한 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경제 덮친 유령 정체
이스라엘과 이란이 으르렁대니 유가가 들썩이고 환율이 널뛰니 주식판이 출렁인다. 급기야 대한민국 경제 심장이라는 삼성전자 노사까지 머리띠를 질끈 묶었다. 중동 정세·외환시장·기업 노사 갈등은 제각각 벌어진 독립 변수들이다. 하지만 대중 머릿속에선 이들이 이른바 국가 부도 악재 콤보 세트로 묶여버린다. 환율이 오르니 주가가 불안하고 주가가 불안하니 노사 갈등이 나라 망칠 징조처럼 보인다. 트랜서핑에서는 이 거대한 불안의 증폭을 가리켜 과잉 중요성이 극대화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위기를 키우는 싸움 멈춰야
노사 갈등 본질로 들어가 보자. 표면적으로는 임금·성과급·대화 방식이다.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양측은 지금 치열한 거울 치료 중이다. 사측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 다 죽는다"며 위기론의 펜듈럼을 흔들고 노조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내놓으라"며 정의와 권리의 펜듈럼을 흔든다.
문제는 두 펜듈럼 모두 자신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선 상대방의 적대적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노조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사측 방어 논리는 단단해지고 사측이 버틸수록 노조의 투쟁 동력은 불타오른다. 상대를 향해 던진 돌이 부메랑이 되어 서로의 존재 이유만 기형적으로 키워주는 셈이다. 결국 협상 테이블엔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온데간데없고 누가 덜 굽히는가 하는 알량한 자존심 싸움만 남는다. 트랜서핑에서 경고하는 가장 위험한 상태, 즉 목적은 사라지고 저항만 남은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 싸움이 특히 골치 아픈 이유는 타이밍이다. 반도체는 붕어빵 굽듯 "오늘은 장사 안 해" 하고 가스불을 껐다 켤 수 있는 동네 장사가 아니다. 24시간 미세 공정이 돌아가는 연속성의 산업이다. 한 번 라인이 멈추면 수율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복구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지금 고속도로 옆으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라는 초고속 열차가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다음 현실선으로 갈아타고 있는데 우리는 철길 위에 드러누워 누구 탓이냐며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대만·미국 경쟁사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팝콘을 튀기고 있을 장면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키운 건 결국 불안의 전염이다.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망한다는 거대한 상징성이 부여되자 파업이라는 합법적 권리행사조차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은 테러처럼 둔갑해 버렸다. 과잉 중요성은 언제나 균형력의 철퇴를 맞기 마련이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는 결국 주가 폭락·투자 위축·개인 투자자 패닉셀이라는 혹독한 청구서로 돌아온다. 생산 차질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심리적 뱅크런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그래서 누가 이겨야 하냐고 묻는다면 하수다. 트랜서핑의 해법은 어떻게 소모적인 에너지 게임에서 조용히 빠져나올까에 있다.
어깨에 들어간 힘, 즉 중요성을 낮춰야 한다. 노조는 성과 보상을 요구하되 스스로를 국가 위기의 서사 위에 올려놓는 비장함을 거둬야 한다. 사측도 기업 경쟁력을 호소하되 노동자를 비용 절감 엑셀 데이터로만 취급하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파업을 절대선이나 절대악으로 포장하는 극단적 프레임부터 깨부숴야 거칠게 작동하는 균형력을 달랠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것은 중동 미사일 한 발·오르내리는 환율 10원·노조의 붉은 머리띠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증폭시키는 공포의 공명 현상이다. 맨 앞에서 누군가 밟은 가벼운 브레이크가 뒤로 갈수록 거대한 마비를 일으키듯 지금 우리는 실체 없는 유령 정체 속에서 스스로 기대를 갉아먹고 있다.
기대를 잃은 시장은 숫자보다 먼저 무너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잔뜩 독기 오른 대립의 진폭을 가라앉힐 브레이크 해제 스위치다.
☞트랜서핑=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제안한 개념으로, 현실을 통제하려 저항하기보다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 원하는 현실을 선택하는 태도를 말한다.
☞펜듈럼= 집단 감정의 에너지를 먹고 자라는 사념체로, 사람들의 불안과 대립을 부추겨 스스로 세력을 키우는 에너지 구조를 뜻한다.
☞수율= 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을 말하며, 반도체 산업에서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생산성 지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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