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윤명희 경기도서관장 “도서관은 연결의 공간… 공론장 역할 확대해야”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도민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28년간 도서관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사서 출신의 윤명희 경기도서관 초대 관장.
6일 만난 윤 관장은 경기도서관을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실험하는 도서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전국 17개 광역 대표 도서관 중에서 출발 시점은 늦었지만,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 도서관인 만큼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과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거점이자 시대적 책무를 실천하는 허브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고 자부한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윤명희 관장을 만나 경기도서관의 운영 방향과 과제, 주요 현안을 들어봤다.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 그간의 소회와 난관, 성과를 제시하면
"처음 두 달은 힘들었다. 개관일은 정해져 있었지만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예산 집행도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여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직원들도 이미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국장, 과장, 팀장, 직원까지 잦은 인사 이동이 있었고 인수인계와 업무분장이 반복되면서 조직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관이라는 큰 과제를 수행해야 했던 점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공간 구조도 어려움이었다. '세상에 없던 도서관'을 표방한 나선형 구조로 자료실과 벽이 없고, 서가를 나란히 배치하기도 어려웠다. 어린이와 성인 공간이 구분되지 않았고, 게임이나 보드게임 공간 등 소음이 발생하는 공간이 함께 배치돼 있었다. 자료를 찾기 어려운 구조와 기존과 다른 청구기호 배열, 분절된 체험공간 등 운영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과 비전과 역할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왜 모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맞추는 것이 필요했다. 아침 조회를 통해 업무를 공유하고 비전 교육을 진행했고, 개관 이후에는 이용자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업무계획 공유회를 통해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했다.

-경기도서관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경기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기후 행동 교육현장'이 되도록 설계됐다.
옥상과 외벽에 태양광 설비를 갖춘 'RE100 도서관'이며, 패시브 공법을 적용해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또 중수도 시스템을 통해 물을 재사용하는 구조도 갖췄다.
경기도서관은 '지식을 담는 그릇'을 넘어 시대적 의제를 던지는 '기후환경 공론장'이 돼야 한다. 도민들이 머물며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올해 경기도서관 운영 역점과 주요 현안사업에 대해 설명하자면
"경기도서관은 '도민의 삶과 정책을 잇는 공론장'이 되고자 한다. AI 대전환 시대에 도민의 지혜가 모여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도서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4대 핵심 역할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첫 번째는 '공존 문화'다. 나선형 구조 특성상 소음이 전층으로 퍼지는 구조다 보니, 편안함을 느끼는 이용자도 있고 정숙을 요구하는 이용자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자치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용자 스스로 공존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 번째는 '기후환경 거점 역할'이다. 독자적인 환경도서 분류 체계를 도입했고, 기후환경 공방과 재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콜라보(G-COLLABO)'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기후환경 의제를 도민의 삶과 연결하고 있다. 10월에는 기후북페어를 통해 협력과 실천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AI 도서관 모델'이다. AI스튜디오, AI 독서토론, AI 북테라피 등을 통해 시민이 AI를 직접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공성 기반을 강화하고, AI 윤리와 책임 문제까지 함께 논의하는 공론장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광역대표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이다. 31개 시·군 도서관을 연결하는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프로그램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도서관의 날(4월 12일) 관련 행사 소개를 한다면
"4월 12일 '도서관의 날'을 맞아 12일부터 18일까지 '도서관 주간'이 운영된다. 경기도에서는 도내 328개 공공도서관이 참여해 총 1천48개의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서관은 주간 첫날 '엉덩이로 책 읽기 챌린지'를 운영한다. 디지털 기기나 수면 없이 오롯이 독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이라도 몰입하는 읽기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참여자에게는 독서포인트를 지급해 일상 속 독서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또 바둑 로봇과 대결하는 프로그램, 사족보행 로봇 이름짓기, 도서 퀴즈 등 AI·로봇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청년 기회 스튜디오'에서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멘토링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서관 내 AI 기반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경기도서관은 개관 초기부터 AI를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도민이 직접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운영해 왔다. AI스튜디오, AI 독서토론, AI 북테라피 등을 통해 시민들이 AI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는 단순한 서비스 확대를 넘어 디지털 포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AI를 잘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AI가 만든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와 관점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문학 기반 프로그램과 AI를 결합해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결국 AI 시대의 도서관은 기술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추천 도서와 포부, 끝으로 한 말씀을 해주신다면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모두를 위한 자유'다. 이 책은 AI 시대에 노동과 사회 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의미를 위한 노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짚고 있다. 물질 중심에서 삶의 질과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도서관의 역할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도서관은 시민들이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앞으로 공공도서관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기본 인프라로 역할이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도서관은 기후환경과 AI라는 시대적 의제를 중심으로 출발했다. 기대에 비해 여건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방향은 분명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거점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겠다.
앞으로 경기도서관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하며 변화하는 '과정의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 그 과정이 도민과 함께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초대 관장을 맡은 윤명희 관장은 28년간 현장에서 도서관을 운영해 온 사서 출신이다. 파주시에서 수습공무원으로 시작해 도서관정책팀장·콘텐츠팀장·교하도서관장·파주중앙도서관장을 거쳤고, 이후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로 활동했다. 경기도사서협의회 회장과 한국도서관협회 이사를 역임하며 도서관 정책과 제도를 연구해 왔다.
최민서 기자
사진=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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