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눈물의 가격 인상…전쟁 쇼크에 '비명' 터졌다

황정수/한명현 2026. 4. 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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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소비절벽'
기업은 가격 못올리고 비용절감
중동發 원재료값 폭등…소비 시장은 더 악화
제조업체들, 포장지 크기 줄이고
인건비 절감 위해 채용도 중단
유럽 소비자심리 지수 4.1P 추락
美선 생활비 벌려고 헌혈하기도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원가가 치솟자 세계 기업들이 고심에 빠졌다. 물건값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소비자의 소비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전쟁 전부터 유럽과 중국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급등 등으로 고전해온 많은 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중산층마저 지갑을 닫을 정도로 소비 심리가 악화해 기업들은 가격 인상 최소화와 극한의 비용 절감을 통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치솟는 원가로 고통받는데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쟁 이후 글로벌 기업의 원가를 좌우하는 원유 및 포장지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가격은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배럴당 72달러에서 5일 기준 115달러로 59.7% 급등했다. 제품 포장에 활용하는 폴리에틸렌 가격은 2월 말 이후 50% 이상 올랐다.

이는 운송비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은 같은 기간 95% 상승했다. 트럭이 주요 운송 수단인 미국에서 디젤 가격은 2월 말 대비 40% 이상 오르며 갤런당 평균 5달러를 넘어섰다. 음식료 업체는 운송비가 원가의 7~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화장품 그룹 키코 최고경영자(CEO)인 시몬 도미니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와 배송 지연이 겹쳐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시장은 얼어붙어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소비 시장이 얼어붙으며 판매가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의 미국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 3월 확정치는 53.3으로, 2월 확정치(56.6)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다.

유럽연합(EU)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유로존소비자신뢰지수도 2월 -12.2에서 지난달 -16.3으로 4.1포인트 낮아졌다. 유로존소비자신뢰지수는 0을 기준으로 하며 ‘마이너스’는 소비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안 좋다는 의미다.

최근엔 생활비 압박이 미국 중산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회당 70달러를 받기 위해 헌혈에 나선 중산층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즈주 휴스턴 교외 웹스터 지역에 개소한 혈장센터 두 곳에 관한 르포 기사에서 “집을 사려는 30대 정보기술(IT) 직원과 치솟는 의료비를 보태려는 초등학교 6학년 특수교사, 아이 보육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간호사 등 다양한 중산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콜로라도대 연구진에 따르면 과거 저소득 지역에 밀집한 혈장 센터는 최근 중산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문을 열고 있다.

 ◇비용 절감 통한 버티기

소비 심리가 둔화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은 가격을 섣불리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값을 함부로 올렸다가 소비자 인식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기업의 선택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다. 제품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비용을 줄여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표백제 제조사 미국 클로록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제품 포장지 크기를 줄여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도 많은 기업의 선택지에 포함됐다. 생필품 전문 업체 유니레버는 3개월간 글로벌 채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니레버는 임직원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한 달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대한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배당을 줄이는 기업도 나왔다. 스웨덴의 캠핑 장비 업체 도메틱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최근 주당 1스웨덴크로나(약 0.11달러)로 예정한 2026년 배당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 관계자는 배당 철회 이유로 “수요와 거래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할 조짐이 보여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의 유정 건설사 맥코이글로벌도 “중동 전쟁으로 납품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재무 여건 개선을 위해 분기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앤드루 라자르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기업에서 경영진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수/한명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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