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잡아먹으며 6일 버텨”…美 F-15 미군 ‘이 훈련’ 받은 게 비결이었다

김주리 2026. 4. 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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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적진 한복판에 추락한 미군 전투기 F-15E에 탑승했던 장교가 약 36시간 만에 구조되며 미군의 생존 훈련인 ‘시어’(SERE)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장교는 권총 한 자루에 의지한 채 이란군의 추적을 피해 24시간 이상 이동하며 해발 2100m에 이르는 산악 능선을 넘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정예 군용 항공 승무원과 특수부대는 적진 후방에 고립될 가능성에 대비해 혹독한 시어(SERE, Survival·Evasion·Resistance·Escape) 훈련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군은 실제 임무에 투입되기 전 벌레를 먹고 상처를 치료하며 포획을 피하는 법을 익힌다”며 “최근 이란에서 구조된 F-15E 탑승 장교 사례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시어 훈련은 생존(Survival)·회피(Evasion)·저항(Resistance)·탈출(Escape)로 구성된다. 미 공군 중장 출신 데이비드 뎁툴라 미첼항공우주연구소 소장은 WSJ에 “조종사들은 예고 없이 적진이나 적대 지역에 혼자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시어 훈련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시어 훈련에서 훈련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단계는 ‘생존’이다. 전투기가 격추될 경우 조종사는 보통 사출 후 낙하산으로 지상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극도의 혼란과 위험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군은 ‘Survival’(생존) 단어 철자를 활용한 암기 체계를 통해 상황 파악(Sizing up the situation), 생존 의지 유지(Value living), 기본 기술 습득(Learning the basics) 등을 교육한다.

훈련은 사막부터 북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적대적 환경에서 진행되며 훈련생은 스트레스와 칼로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식수 확보, 점화, 은신처 구축은 물론 선인장이나 딱정벌레 등을 식량으로 활용하는 생존 기술도 훈련 과정에 포함된다.

‘회피’ 훈련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모든 군사 임무 계획에는 구조 대책이 포함되며 관련해 조종사와 작전 본부는 사전에 협의한다. 조종사는 이같은 탈출 전략 수행을 위해 적의 추적을 피해야 한다. 제이슨 스미스 시어 훈련 학교 수석 교관은 WSJ에 “생존은 포획 회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핵심은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상황은 조종사가 구조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에게 발견될 경우를 대비한 ‘저항’ 훈련도 함께 진행된다. 스미스 교관은 훈련 세부 사항 공개를 거부하면서도 “이란에서 구조된 장교도 저항 훈련을 확실히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조종사는 훈련에서 무술 형태의 발차기 기술, 소형화기 사용 그리고 제네바 협약에 부합하는 교전 규칙 등을 습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마련한 행동강령에도 “포로가 되더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계속 저항한다”는 원칙이 포함돼 있다.

미 공군 모집 영상에 따르면 시어 훈련 목적은 “명예를 지키며 ‘귀환’하는 것”에 있다. 훈련생들은 ‘탈출’ 훈련 단계에서 조명탄·무전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적을 효과적으로 피하고 안전하게 귀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시어 훈련이 빛을 본 대표적인 사례는 95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스콧 F 오그레이디 대위를 들 수 있다. 그는 본인이 탑승한 전투기인 F-16이 격추된 이후 6일 동안 적진 한가운데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오그레이디는 2015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일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개미를 잡아먹으며 굶주림과 목마름과 싸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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