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상에서 깊은 울림까지…대전, 전시와 공연으로 확장되는 감각

황희정 기자 2026. 4. 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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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이후를 걷는 여정…열린수장고 기획전 '도로시의 원더링'
세계 무대 두 거장의 만남…키안 솔타니 & 박재홍 듀오 리사이틀
우주를 그린 장대한 여정…대전시립교향악단 '홀스트 행성'

대전 문화 공간이 전시와 공연을 넘나들며 다양한 감각의 경험을 제시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수장고에선 상상과 서사가 결합된 회화 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선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실내악과 대규모 관현악이 잇따라 펼쳐진다. 서로 다른 장르와 형식의 콘텐츠가 이어지며 시선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고, 관객은 공간과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의 결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개인의 내면과 감각을 확장하는 사유의 장을, 공연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생생한 울림을 전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감각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와 공연을 차례로 살펴본다.

대전시립미술관이 오는 8월 17일까지 열린수장고에서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 도로시의 원더링' 전시를 연다. 사진은 전시 포스터.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시립미술관이 오는 8월 17일까지 열린수장고에서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 도로시의 원더링' 전시를 연다. 사진은 스텔라 수진의 '생명의 나무 1·2'(2021).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시립미술관이 오는 8월 17일까지 열린수장고에서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 도로시의 원더링' 전시를 연다. 전시실 전경.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상실 이후를 걷는 상상…열린수장고 기획전 '도로시의 원더링'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에서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이 오는 8월 17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열린수장고는 미술관 소장품을 보관하는 공간을 개방해 전시와 아카이브의 경계를 확장한 공간으로, 작품을 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기획전은 대전 지역 청년 작가 스텔라 수진의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미술관이 소장한 '생명의 나무 1·2'를 출발점으로,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회화적 서사와 이미지의 변주를 조명한다. 도상은 해체되고 다시 조합되며, 신화와 현실, 상징과 개인적 기억이 뒤섞인 장면들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진다.

전시의 출발점은 17세기 말 세일럼 마녀재판이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 소녀 도로시 굿의 이후 삶을 상상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록에서 사라진 시간 이후, 도로시는 숲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전시는 이 상상 속 여정을 따라가며 상실 이후 개인이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재구성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질서로 작동한다. 동물과 식물, 정령과 같은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린다. 작품 속 '원더링'은 목적 없는 방황이 아니라, 길 위에서 새로운 감각과 관계를 배우며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마녀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과 감각, 저항의 상징으로 다시 읽힌다.

수채화로 구현된 이미지들은 부드러운 색감과 대비되는 긴장감을 함께 지닌다. 인간과 동물, 어린아이와 신화적 존재가 뒤섞인 형상들은 보호와 위협, 순수와 폭력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낸다. 이는 감정을 단순히 규정하기보다 복합적인 상태로 남겨두려는 작가의 시선을 반영한다.

함께 열리는 상설전 'DM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6'은 미술관 주요 소장품을 선별해 소개하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지역 미술의 맥락을 함께 조망한다. 열린수장고라는 공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획전과 상설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관람객은 작품 보존의 현장과 전시의 과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와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듀오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세계 무대 두 거장의 만남…키안 솔타니 & 박재홍 듀오 리사이틀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주목받는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와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듀오 리사이틀로 대전 관객과 만난다.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깊은 음악성과 긴밀한 앙상블을 바탕으로 실내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무대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두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만들어낼 밀도 높은 호흡에 관심이 모인다.

키안 솔타니는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뮌헨 필하모닉, NHK 심포니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적 입지를 다져온 첼리스트다. 깊은 서정성과 강렬한 표현력을 겸비한 연주로 "완벽에 가까운 음악성"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이슬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유럽 주요 무대와 페스티벌에서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2021년 페루초 부조니 국제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연주자다. 클리블랜드,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등에서의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탄탄한 연주력을 입증해왔다. 섬세한 음색과 구조감 있는 해석이 돋보이는 연주로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레자 발리의 '페르시아 민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로 구성된다. 민속적 색채에서 낭만주의의 서정, 그리고 장대한 구조미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두 연주자의 해석이 입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특히 슈베르트 작품에서는 서정적인 선율과 섬세한 호흡이, 라흐마니노프에서는 풍부한 감정과 극적인 전개가 강조되며 음악적 대비를 이룬다.

첼로와 피아노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긴밀하게 호흡하는 이번 듀오 리사이틀은 화려함보다 깊이에 집중한 무대로, 실내악이 지닌 본질적인 매력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NOL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두 연주자가 만들어낼 섬세한 음악적 교감이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4 '홀스트 행성' 공연이 열린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시향 '홀스트 행성'…우주를 그린 관현악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마스터즈 시리즈 4 '홀스트 행성'으로 관객과 만난다. 오는 4월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낭만적 정서와 장대한 스케일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으로, 관현악의 다채로운 색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무대다.

공연의 시작은 하차투리안의 피아노 협주곡 D♭장조 작품 16이 연다. 강렬한 리듬과 이국적인 선율, 독특한 음향이 특징인 이 작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긴밀하게 호흡하며 역동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협연자로 나서는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는 섬세한 터치와 폭넓은 표현력을 바탕으로 곡이 지닌 대비와 긴장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대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역시 이번 무대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홀스트의 대표작 '행성' 작품 32가 연주된다. '화성'의 강렬한 리듬과 긴장감, '금성'의 고요한 서정, '목성'의 장엄하고 밝은 선율 등 각 행성을 주제로 한 음악이 펼쳐지며, 우주를 그린 거대한 관현악의 흐름이 이어진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다채로운 음향은 관객을 압도적인 사운드의 세계로 이끌며, 각 악장이 지닌 개성과 대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휘는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여자경이 맡는다. 정교한 해석과 균형 잡힌 사운드를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잠재력을 끌어내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작품의 구조와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원들과의 호흡 속에서 만들어지는 밀도 높은 사운드 또한 주목할 만하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1984년 창단 이후 다양한 레퍼토리와 기획 공연을 통해 지역 음악 문화의 저변을 넓혀온 단체다. 이번 마스터즈 시리즈 역시 정통 레퍼토리의 깊이를 전달하는 동시에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관현악이 그려내는 상상력과 에너지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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