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고열에도 출근…'유치원 교사 사망' 비극 막으려면

금창호 기자 2026. 4. 6. 18: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최근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유치원 교사의 죽음은 우리 유아 교육 현장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열과 감염병에 시달려도 병가조차 낼 수 없는 구조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 건데요. 

사태가 커지자 교육청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감염병 확진·40도 이른 고열

쉬지 못하고 근무한 '사립유치원 교사'


수액 맞고 'B형 독감' 보고했지만

돌아온 원장의 답, "네ㅠㅠ"


인터뷰: 이재민 지부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대체 교사의 부재, 아파도 눈치 보게 만드는 위계적 구조가 우리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있는 연차도, 병가도 못 쓰고 사망

비극 반복 막으려면?

------

서현아 앵커

무엇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또다른 비극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현직 유치원 교사이기도 한데요. 

고은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사무처장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사무처장님 어서오세요.

24살 젊은 유치원 교사가 40도 고열에도 아이들을 돌보다 결국 숨졌습니다. 

사립유치원에서 병가나 연차를 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나 어려운 일입니까?

고은선 사무처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네.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연가와 병가를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동료 교사에 대한 부담입니다. 

내가 쉬게 되면 수업을 대신 맡아야 하는 동료 교사의 수업과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미안함과 부담감으로 쉽게 병가를 쓰기 어렵습니다.

둘째, 담임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입니다. 

유치원은 어린 유아를 돌보는 곳이다 보니 "담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되는데요. 

저는 관리자에게 "선생님이 출근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라는 말을 들었고 학부모, 동료교사에게 눈치가 보여 병가가 아닌 병조퇴를 하였습니다.

여러 날 병가를 사용할 경우에는 대체인력이 아니라 동료 교사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내가 쉬면 동료가 더 힘들어진다"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병가 사용을 포기하게 됩니다. 특히 당일 병가나 연가는 사실상 사용이 어렵습니다.

대체인력을 즉시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시도에서는 보결순회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기도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어 각 기관이 직접 인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고 교실에서 버티다가 병조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 강도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초과근무와 휴일 근무가 일상인데, 정당한 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요?

고은선 사무처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네. 저 역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할 당시 매일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행사로 근무했지만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고, 요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공립이 다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원장이 인정한 업무에 대해서만 초과근무 상신이 가능하여 실제로 초과근무에 시달리면서도 허락을 해주지 않아 수당을 받지 못하고 근무하는 선생님이 많습니다. 

전교조 경기지부에서 부천사립유치원의 3개년도 급상여대장을 분석한 결과, 원장을 포함한 특정인에게만 시간외 수당, 식대, 연구수당이 상당히 편중되어 지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구조적인 원인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 유치원 이용비율을 보면 공립은 29%, 사립은 약 71%로 사립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유치원은 유아보다 학부모의 선택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천 유치원 선생님은 발표회 준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놀이보고서 등 쉴 틈 없는 업무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공립유치원도 유아수 감소에 따라 유아모집을 위하여 입학설명회, 발표회 등 각종 보여주기식 업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초과근무는 당연하게 발생하지만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사립유치원에서 이런 문제가 더 발생하는 이유 무엇입니까?

고은선 사무처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사립유치원에서 이런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고, 구조적으로 개인 운영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사립학교는 학교법인과 개인이 설립한 사인으로 나뉘는데, 초·중등학교는 반드시 학교법인으로만 설립해야 하지만 유치원은 법인 설립 의무가 없습니다.

실제로 전체 사립유치원 중 학교법인은 약 4.1%에 불과합니다. 

학교법인의 경우 이사회 등 법적 책임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게 작동합니다. 

반면 사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인사와 재정 권한이 원장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어 구조적으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병가나 근무조건이 원장 재량에 크게 좌우되고, 대체 인력 시스템도 부재하여 사립유치원은 더 취약한 노동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부천 사립유치원의 설립자도 부천뿐만 아니라 평택에도 기업형 대형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립유치원은 전임지에서 교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교사 개인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어렵고, 특히 저경력 교사가 많아서 원장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의견을 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공립에서도 나타납니다. 

결국 유치원의 문제는 개별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운영 중심 구조와 제도적 공백이 결합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서현아 앵커

사립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공립유치원 교사들도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는데요.

아픈 교사가 생겨도 대체 인력을 즉각 투입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고은선 사무처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2조 1항에 따르면 '학생과 교직원에 대하여 법정감염병 시 등교중지를 명할 수 있다'로 되어 있는데요. 

병가 사용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장의 권한으로 결정됩니다. 

전교조경기지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700여명의 응답자 중 60%가 독감에 걸리고도 출근했다고 답했습니다.

출근한 사유로는 40%가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실제로는 연가나 병가를 사용하려면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고 가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사립도 공립도 교사의 연가와 병가 사용시 수업의 공백을 채울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다른 영역에서는 대안이 존재합니다. 

보육 분야에서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대체교사 지원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가 연차나 병가로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교사를 파견하여 공백을 메우는 제도입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일부 시도에서는 보결순회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제도 도입에 대해 "근거가 없다", "지역이 넓어 어렵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이미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대체인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제도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일단 경기도교육청은 대책을 내놨습니다. 

일반 병가를 쓰더라도 단기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출산휴가 지원일수를 최대 90일로 늘리는 등 복지를 향상하겠다고 밝혔죠. 

이런 조치, 어떻게 보십니까?

고은선 사무처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일반 병가일 경우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것과 출산휴가 90일 지원은 모두가 보장되어야 하는 제도이지 아닐까요?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것마냥 일주일 사이 2번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습니다.

단순한 사립유치원 중심의 단기 대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체인력 지원 역시 즉시 투입이 가능하지 않다면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대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장에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인력 시스템 구축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단기 대체인력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산이 있어도 실제로 투입할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교사가 교사를 대신하는 구조, 즉 동료 교사가 대체인력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반복되는거죠.

서현아 앵커

아이들의 첫 사회성을 길러주는 유아 교육의 현장에서 정작 교사는 아파도 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교사가 안전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이 이제라도 정책의 중심에 서길 바랍니다. 

사무처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